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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사쓰는 육아대디 Mar 29. 2024

부부 사이 '3초'의 마법

평화를 지키는 3초

나는 와이프와 싸우는 일이 거의 없다. 7년의 연애 기간을 거치면서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이해하는 부분도 있지만 싸운 뒤 냉랭함의 시간, 풀어지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 때문이다. 


누군가는 부부 싸움은 칼로 물배기라고 싸우더라도 쉽게 풀어지는 경우들이 많다고 한다. 그런데 싸울 일이 거의 없는 우리 부부는 싸우고 난 뒤 풀어지는 상황들이 조금은 어색하고 오글거린다. 잘 싸우지 않는 탓에 싸우고 난 뒤 풀어지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탓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서로에게 화가 나거나 답답한 일이 없겠는가. 의견 충돌도 있고 육아 문제로 부딪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언성이 높아지거나 싸우는 상황까지 만들지 않는다. 마음 속에서 화가 올라와도 화를 낸 후 풀어지는 과정의 어색함, 풀어지는 과정까지의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순간 머리를 스친다. 그리곤 속으로 3초를 센다. 


'하나, 둘, 셋'


이렇게 3초를 보내고나면 머리 끝까지 올라오려던 화도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경험을 한다. 그렇게 조금의 이성을 되찾고나면 상황이 객관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조금 멀리 떨어져서 보면 싸울 일도, 언성을 높일 일도 아니라는 판단이 든다.


주변에서 얼마나 자주 다투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그때마다 나는 다투는 일이 거의 없다고 말하면 거짓말하지 말라고 하거나(이런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자주 다투는 부부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물어본다. 나는 3초만 머리를 식힐 시간을 스스로 만들면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 3초를 참지 못해서 싸움을 하고 나면 서로가 냉랭해져있는 시간, 화를 풀고 어색해져있다가 다시 사이가 원상으로 돌아오는 시간을 거쳐야만 한다. 잠깐의 3초가 짧게는 몇시간, 길게는 며칠의 시간과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때마다 '기회비용'이라는 것을 지불한다. 어떤 물건을 구매하면 그 물건에 해당하는 값을 지불하는 것처럼 모든 선택은 그 선택에 따른 비용을 지불한다. 값비싼 물건을 구매한다고 생각해보자. 이 물건이 정말 그 가격이 맞는지, 더 저렴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나에게 정말 필요한 것인지 등 많은 것을 비교하고 분석해보고 결정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내 가족, 내 인생에서 가장 가깝고 소중한 사람에게 이 원리를 적용해보면 된다. 소중한 사람과 다퉈서 냉랭해지는 시간, 화를 풀어주는 시간, 풀어주는데 소비되는 감정, 서로의 감정이 원상태로 돌아오기까지의 시간을 생각해보면 3초가 얼마나 값어치 있는 시간인지 알 수 있다. 


화가 날 수 있다. 화 내기 직전 딱 3초만 마음 속으로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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