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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사쓰는 육아대디 Mar 29. 2024

단 하루만 돌아갈 수 있다면?

작성일 2023년 12월 어느날

지금 27개월인 내 아이를 보면서 생각이 났다. 내가 27개월 아이일때로 돌아가보고 싶다고. 한창 떼를 쓰고 소리를 지르기도하지만 역할놀이도하고 신나게 노래도 부르는 귀여운 모습도 있는데, 나는 저때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부모님 말씀을 들어보면 지금 내 아이의 행동과 모습이 내가 어렸을 때와 참 닮았다고들 하신다.


27개월 아이 때로 하루만 돌아가면 젊은 부모님의 모습을 꼭 눈에 담고 기억하고 싶다. 지금도 충분히 멋진 분들이시지만 젊었을 때. 지금 내 현재 나이와 비슷할 때는 어떤 모습이셨을까. 흐릿한 옛날 사진으로만 보는게 아닌 내 두 눈으로 꼭 보고싶다. 그리고 그때 상황은 어땠을지도 궁금하다. 둘째라서 육아에 좀 더 여유가 있으셨을까? 아니면 당시에 흔하지 않았던 맞벌이 부부라서 일하고 육아까지 병행하느라 엄청 힘드셨을까. 아니면 할머니가 도와주셔서 그나마 편하셨을까. 그것도 아니면 할머니가 도와주시긴하는데 시어머니가 도와주는 셈이라 엄마는 불편해하셨을까.


그리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나를 양육하셨는지도 궁금하다. 지금 내 아이를 보면 우리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를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습득하고 따라한다. 그 모습들이 쌓여 한 인간을 만들어낸다. 나도 그렇게 크지 않았을까. 지금의 나의 모습은 부모님들의 행동과 습관에 그대로 영향을 받았을 거다. 육아와 개인의 성장, 회사에서의 역할 등을 어떻게 그렇게 잘 균형있게 맞춰오셨는지. 27개월로 돌아가면 대화가 되진 않겠지만 꼭 물어보고 싶다. 어려운 상황들이 있을 땐 어떻게 대처를 하셨을까.


그때로 돌아가면 정말 단 하루만이라도 부모님께 휴식 같은 육아를 선물해드리고 싶다. 내 아이가 갓난아이일때 단 하루라도 편하게 자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새벽에 일어나서 분유를 먹이고 트림시키고 다시 재우고를 반복할 때, 27개월이지만 아직도 나와 아내의 손길이 필요한 순간들을 볼 때. ‘부모의 도움 없이 클수는 없겠구나, 나도 저렇게 자랐겠지’ 싶었다. 지금의 기억과 생각을 가지고 돌아간다면 단 하루만 내가 도움없이 스스로 해결하고 그 하루를 부모님들에게 선물하고 싶다. 지금 나와 아내도 그렇지만 단 하루의 자유시간을 얼마나 갈망하던가. 우리 부모님도 그러셨을 것이다.


인생에 있어서 후회되는 일, 더 느끼고 싶었던 좋은 경험들, 여러 생각들이 있었지만 하루하루 다르게 커가는 아이를 보며 우리 부모님이 더더욱 생각이 난다. 이번 주말에 부모님이 방문하시기로 했다. 단 하루만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내가 27개월 때 어땠는지, 어떤 생각과 기분이셨는지 구체적으로 물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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