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사쓰는 육아대디 Mar 31. 2024

5년 뒤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5년 뒤 떠나보는 상상 속 여행

아침 일찍 일어난 우리 부부는 분주하게 캐리어에 짐을 넣는다.  혹시 빠진 물건이 없는지도 체크한다. 왔다리갔다리 정신사납게 만드는 소리에 우리 딸도 뒤늦게 잠자리에서 일어난다. 귀찮은듯 하품을 크게 하면서 자기 몸만한 캐리어에 가져가고 싶은 장난감과 읽고 싶은 책들을 무심하게 챙기기 시작한다. 이번 여행에서누양가 부모님을 모두 모시고 유럽에서 연말을 보내고 새해 맞이까지 하고 올 계획이다. 여전히 운전대 잡는 것을 좋아하시는 우리 부모님은 알아서 공항으로 간다며 고향에서 먼저 출발하셨다. 우리는 장인장모님만 모시고 공항으로 가면 된다. 전날에 오늘 아침 9시까지 모시러가겠다고 말을 해뒀는데 생각보다 우리의 준비가 빨리 끝났다. 잠깐의 틈을 이용해 여유있게 커피 한잔도 즐긴다.     


9시에 맞춰 장인장모님을 모시러간다. 얼마전 차를 꼭 가지고 싶었던 카니발 7인승짜리로 바꿔서 이젠 장인장모님을 태워드리고 여행 짐을 넣어도 문제가 없다. 가족 전부를 태워주는 카니발을 보면서 바꾸길 잘 했다는 생각이 한번 더 스쳐지나간다. 특히, 아버님이 운전을 싫어하신 탓인지 아버님도 잘 바꿨다고 몇번이나 이야기하신다. 여행의 시작은 출발부터라도 했던가. 장모님은 언제 준비하셨는지 아침을 잘 안먹는 우리 부부를 위해서 김밥을 미리 사두셨다. 이른 아침부터 배가 고픈줄도 모르고 준비한 탓인지 김밥은 더 꿀맛이다.  

   

차 안에는 딸이 좋아하는 동요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온다. 소리에 맞춰 열심리 따라부르는 모습을 룸미러로 슬쩍 확인하곤 나도 모르게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우리 딸은 온 가족과 여행은 간다는 생각에 신이 난 모양이다. 옆자리에 앉은 아버님은 공항까지 이 길이 빠른가? 저기로 빠져가나는게 더 빠르지 않나? 라며 내비게이션이 안내해주는 길에 의문을 품는다. 나도 아버님의 말에 맞장구를 치면서도 혹시 길이 막혀서 그럴수도 있으니 내비게이션을 따라가보겠다고 대답한다.     


신나게 공항으로 가는 길에 아버지한테 전화가 온다. "어디쯤 와? 우린 이미 공항이야" "네? 벌써?? 왜 이렇게 빨리 도착하셨어요?" 나는 파워J 중 J인 아버지를 닮아서 항상 계획대로 움직이고 차가 막힐 것까지 고려해서 여유있게 출발했는데.. 우리 아버지는 나보다 늘 한수 위다. 공항에서 늦은 점심을 먹기로했는데, 아버지는 어디서 뭘 먹으면 좋을지 찾아보고 공항 곳곳을 둘러보며 놀고 있겠다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는다.  

   

공항에 도착한 우리 가족은 점심을 먹고 탑승 수속을 밟는다. 우리 가족의 여행은 인천공항에서 출발해 독일 베를린으로 먼저 이동할 계획이다. 독일에서 살고 있는 형 부부와 합류하기로 했다. 이제 막 두돌이 조금 지난 조카의 모습도 너무 궁금하다. 사진으로는 형이랑 똑같은데..실제로 보면 얼마나 작고 귀여울까. 비행기에 타기 전 형한테 문자를 남겨놓는다. "00시 비행기야. 도착하면 현지시간으로 00시쯤 될 것 같고 짐 빼면 대략 00시 00분쯤 될 것 같아. 도착하면 뭐먹을지 생각 좀 해놔줘" 무뚝뚝한 우리형의 답장 "어". 형제 간의 우애는 문자 길이로는 측정되지 않지만 속으론 좀 아쉽기도하다. '쳇..좀 길게라도 보내지'     


공항 면세점에서 우리 딸은 뭔가 맘에 들었던 것을 샀는지 싱글벙글이다. 아내도 이것저것 살펴보면서 평소에 가지고 싶었던 것 하나를 골랐는지 기분이 두배는 업된 것 같다. 쇼핑을 하면서 나한테도 뭐 필요한 거 있으면 사라고했지만, 난 뭐..전자제품 아니면 별 관심이 없기도 하고..이미 필요한 것들은 다 가지고 있어서 눈에 들어오는게 없었다. 비행기에 타고 자리에 앉아 창밖을 내다본다. 지난 5년간 정말 치열하고 열심히 살았기에 오늘이 있다. 연말과 새해를 외국에서 맞이할 줄은 5년 전엔 상상에 불과했지만 이젠 현실이 됐다. 특히 가족이 함께라서 더욱 행복하다. 외국에서 맞이할 새해는 어떤 기분일까를 상상하면서 앞으로의 또다시 5년 뒤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지 스마트폰 메모장을 켜서 ‘5년 후의 나’를 적어본다.

작가의 이전글 사진 없는 벚꽃 구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