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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사쓰는 육아대디 Mar 31. 2024

미국으로 떠나는 상상 여행

나는 지금 타임스퀘어 앞에 있다

나는 지금 미국 타임스퀘어 앞에 있다. 신혼 때 아내와 함께 꼭 미국 여행을 가보고 싶었다. 아이가 생기면서 갈수 없었기도 했고 코로나19 탓에 해외여행이 힘들어지기도 했었다. 세계에서 가장 번화한 곳 중 하나를 느껴보고 싶은 마음과 캐나다 유학생 시절 얇은 지갑 탓에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미국 여행을 못 가본 아쉬움도 나를 이곳으로 이끌었다. 화려한 간판과 전광판, 주변에서 들리는 영어가 내가 미국에 있음을 실감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종종 들리는 다른 나라의 언어들이 이곳이 전세계 사람들이 와보고 싶은 장소 중 한 곳이구나라는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전광판에 'SAMSUNG' 광고가 나오고 BTS와 관련된 영상도 나온다. 내가 한국 사람이라는 것을 주변에 막 알리고 싶은 마음을 꾹 눌러담은 채 왠지 모를 자부심, 자긍심을 느낀다. 아이는 아직 낯선 거리와 이상한 말들이 무서운지 나한테 폭 안겨있다. 그래도 신기한 게 많고 궁금한 것이 많은지 나한테 안겨서는 '이게 뭐야?','저건 뭐야?','우와'를 반복한다. 그런 모습을 아내는 열심히 스마트폰을 들어서 사진과 동영상으로 남긴다.     


미리 영업시간을 봐뒀던 아내가 가고 싶어하는 타임스퀘어 주변 식당으로 들어간다. 나는 계획을 짜는 것을 참 좋아하고 잘하지만, 맛집 찾는 건 잘 못한다. 다행스럽게도 아내는 맛집 찾는 것을 좋아하고 가보고 싶은 곳도 명확하다. 아내가 리스트를 넘겨주면 나는 시간과 동선을 짜고 주어진 리스트를 검토한다. 우리 계획상 갈 수 없는 곳을 알려주면 아내는 금방 받아들인다. 여행을 다닐 때 참 나와 아내는 잘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미국식 햄버거가 내 앞으로 서빙됐다. 한국에선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미국 느낌을 확 주는 두꺼운 패티에 육즙이 흐르고 치즈가 반쯤 녹아있는 그런 햄버거다.   

  

햄버거를 사진에 담고 한 입 먹는다. 입 안 가득 육즙이 퍼지고 느끼한 치즈 맛도 그렇게 풍미가 좋을 수 없다. 느끼해서 아이가 잘 먹을까 고민했지만, 걱정과 달리 '내꺼야! 내가 먹을꺼야'를 외치면서 한 입 크기로 잘라준 고기와 올려진 치즈를 포크로 콕 집어서 입 안에 바쁘게 밀어넣는다. 잘 먹어서 다행이다.     

 

우리가 잡은 숙소는 타임스퀘어가 내려다보이는 근사한 호텔이다(실제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고된 여행 일정에 아이를 이미 꿈나라를 떠났고, 나와 아내는 타임스퀘어를 내려다보며 맥주 한잔을 들이킨다. 둘이 오고 싶어했던 곳인데 셋이서 오니 더 행복하다는 말을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말한다. 그리곤 나는 내일 우리가족의 여행 일정을 아내에게 브리핑한다. 몇시에 어디를 가야하고 어떻게 이동해야하고 몇시쯤 어디에 도착 예정이라고 말하는데 아내는 듣는둥마는둥이다. 내 계획을 100% 신뢰하기 때문에 별 걱정을 하지 않는 얼굴이다. 내일은 또 어느 멋지고 낯선 풍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알딸딸한 술 기운과 함께 푹신한 침대에서 천천히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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