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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사쓰는 육아대디 Apr 12. 2024

육아휴직 써도 될까?

얻는 것과 잃을 것

육아휴직에 대한 고민이 많습니다. 아이가 커가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는 것 같은데 아이와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은 부족합니다. 나름 열심히 주말에도 아이와 붙어있고 평일 저녁에도 아이와 함께 하려고 노력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도 종종 생깁니다. 그래서 아이가 커가는 모습도 보고 시간을 보내기 위해 육아휴직을 하려고하면 또 현실이 들이닥칩니다. 육아휴직 기간 동안 불안정한 수입에 집안 살림은 어떻게 운영할 것이며 내가 지금까지 저축한 돈을 풀어봐야 1년을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제가 다니는 회사에선 선배 직원분이 남성 육아휴직을 제도화시켜준 덕분에 육아휴직을 쓰는 것에 아주 큰 거부감은 없습니다. 물론 여전히 불편하게 보는 시각은 남아있습니다.


얼마 전 이동수 작가의 '언젠간 잘리고, 회사는 망하고, 우리는 죽는다!'을 읽다가 육아휴직에 대한 해답을 찾았습니다. 이 책에선 육아휴직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얻을 것과 잃을 것을 종이에 적어보고 내 가치관의 무게 추가 어디로 기우는지 직접 확인해보길 추천한다'


그러면서 자신은 마이너스 통장을 두둑하게 만들어두고 육아휴직을 쓰고 아이와 함께 최선을 다해 그 기간을 보냈다고 말합니다.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육아휴직을 고민할 때 왜 내 불안정한 수입과 1년을 버틸 수 있는 자본금부터 생각했을까요. 그것이 현실이라서 그랬을까요. 


생각해보면 불안정한 수입은 어떻게든 대출로 땡겨놓을 수 있고 그 대출은 나중에 천천히 갚아나가면 되는 일인데 말이죠. 아이와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 육아휴직을 고민하는 시점에선 '돈'은 우선적으로 고민할 대상이 아니였던 것입니다. '돈'은 땡길 수 있고 나중에 채울 수 있지만, 커가는 아이와의 시간은 땡길 수도 미룰 수도 나중에 채울 수도 없습니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가장 행복하다는 가치관을 가지고 사는 저에게 육아휴직에 대한 무게 추는 정해졌습니다. 이젠 '언제'라는 시기만 남은 것이죠. 이렇게 마음을 먹고 나니 '돈'이 왜 그렇게 중요했을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파워J의 제 성격상 '언제'라는 시점을 고민하면서 그 전까지 어떻게 수입과 지출을 관리해야할지, 육아휴직 기간 동안 일주일에 얼마정도의 비용을 쓸 수 있을지까지 계획을 세울 것입니다. 하지만, 그 계획 속에서 나의 가치관은 '돈'이 아닌 '아이와의 시간'으로 바뀔 것입니다.


어렴풋이 제가 육아휴직을 쓴다면 해보고 싶은 일을 고민했던 적이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전국 어디든 2박 3일 여행가기. 아내한테는 2박 3일의 휴식을 준다는 핑계로 아이와 둘 만의 추억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이가 원하는 장소로 아이가 먹고 싶은 음식을 먹으면서 파워J의 성격과 맞지 않은 아이 중심의 여행을 말이죠. 또 그 여행의 기록을 하나하나 글로 남겨두고 싶습니다. 아직은 엄마가 없으면 쉽게 잠에 들지 못하는 아이라서 조금 더 커야겠지만 육아휴직 기간 동안 반드시 하고 싶은 버킷 리스트입니다.


온 가족이 제주도에서 한 달을 살아보는 것도 꼭 해보고 싶은 것 중 하나입니다. 그전까진 모든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시간을 쪼개서라도 더 많은 곳을 돌아보려고 했다면, 이젠 한 장소에서 길게 머물면서 그 장소를 깊게 느끼고 경험하고 싶습니다. 아이가 그 한 달을 평생의 기억 속에 남을지 남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설령 남아있지 않더라도 그 한 달 간의 경험과 추억은 아이의 삶 속에 스며들어서 행복한 기분으로 남아있기만 해도 만족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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