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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사쓰는 육아대디 Apr 09. 2024

아이의 얼굴을 볼 수가 없다

늦은 출근과 늦은 퇴근의 단점

새로운 부서로 발령을 받고나서부터 주 단위로 9to6의 출근과 오후부터 밤 출근을 번갈아 회사에 갑니다. 9to6일 때는 오전 출근 전에 아이와 함께 아침을 먹고 어린이집 준비를 하고 인사하고 출근하면서 얼굴을 봅니다. 퇴근 후에는 같이 저녁을 먹고 같이 놀다가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죠.


하지만, 오후 출근은 상황이 좀 다릅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때 잠깐 얼굴을 보는게 거의 전부입니다. 저녁 9시~10시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운이 좋으면 아이가 놀고 있는 모습을 볼 수도 있지만 곧 자러가야하는 상황인 것이죠. 침대에 누워 아내랑 뒹굴거릴 때도 있습니다. 그땐 은은한 밤 조명에 비친 아이 얼굴만 잠깐 볼 수 있습니다.


오후 출근을 하면 오전 시간대가 참 여유롭습니다. 커피 한잔을 마실 수도 있고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하기도, 읽고 싶었던 책을 잡고 읽을 수도 있습니다. 또 급하게 은행 업무나 공공기관 업무도 볼 수 있죠. 굳이 휴가를 내지 않고서도 말입니다.


이런 여유로움이 있지만 아이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다는 단점도 분명합니다. 그리고 6시 퇴근을 하면 아내와 함께 같이 육아에 동참할 수 있지만, 오후 출근을 하면 늦은 퇴근 시간 탓에 아이 저녁을 먹이고 씻기고 놀아주고 재우는 일까지 모두 아내의 몫이 됩니다. 참 미안하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이런 상황에 있다보니 아이와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하고 노는 시간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퇴근 후 육아출근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체력도 정신도 힘들 때가 많지만, 이 한 주만 지나면 또다시 아이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기에 최선을 다해서 같이 놀아주고 함께하려고 합니다.


우리 부모님 세대 아버지의 모습은 아이와 어색한, 둘이 있으면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경우를 종종 듣곤합니다. 그 아버지들도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노력하고 승진하면서 가정을 지켰지만 정작 가족 간의 소통에는 크게 신경을 못 썼던 탓이겠죠.


제가 오후 출근을 할 때가 되면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칩니다. 나 또한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이 있을까요. 아이와 최선을 다해 소통하려는 노력이 없으면 어느새 커버린 아이의 모습이 어색해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하루에 몇 시간 정도 아니 몇 분 정도 아이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고 함께 놀아주시나요? 이번주는 오후 출근인 탓에 아이와 길게 마주하진 못하겠지만 전 내일 아침 출근 전에 아이를 꼭 한번 강하게 끌어안아주고 사랑한다고 말해주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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