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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사쓰는 육아대디 Apr 07. 2024

육아는 도를 닦는 마음으로

내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

MBTI 성향이 극E인 우리 부부는 주말에 집에만 있는 것을 잘 못합니다. 그래서 아이를 데리고 외출하는 일이 주말 일상 중 하나죠. 그런데 외출할 땐 신경써야할 부분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아이 간식도 미리 챙겨야하고 아이가 활동하는 동선이 위험한지 아닌지도 살펴야하고, 아이의 낮잠 시간과 컨디션도 고려해야합니다.


저는 아이가 안전상 위험할 수 있다고 판단될 때 저도 모르게 큰 소리를 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 성격 탓입니다만, 모든 일에 항상 최악의 상황까지 상상하곤합니다. 아이를 데리고 카시트를 태우는데 의자와 차문 딱 중간쯤 갑자기 울면서 뭐가 안된다며 두 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아이가 손을 들어버리면 제 손 사이로 아이가 쏙 빠질 수 있습니다. 특히나 제가 예상이라도하면 손에 힘이라도 더 줄텐데 말이죠. 그렇게 빠져버리면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잘못하면 크게 다칠 수도 있죠. 뭐 이렇게까지 걱정을 하면서 사느냐, 이런 것 가지고는 다치지 않는다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네. 맞습니다. 제 성격 탓입니다만, 아이가 다치는 것은 정말 한순간이더군요.


간신히 아이를 태워서 목적지를 향하면서 또 후회합니다. 왜 큰 소리를 내고 말았을까. 내 걱정에 내 불안 때문에 아이에게 소리라도 지른 것처럼 죄책감도 몰려옵니다. 그때 옆에 있던 아내가 어디서 봤던 것이라며 말을 해줬습니다.


"아이를 키울 땐 손님을 대하듯이 하면 된데. 우리가 조금 말도 안되는, 이상한 요구를 하더라도 바로 화를 내거나 큰 소리를 내면서 싸우지는 않는 것처럼."


부끄러웠습니다. 어떻게보면 아이는 본인이 원해서 이 세상에 나온 것이 아닌데. 부부가 원해서 부부의 욕심으로 이 세상을 마주하게 됐으니. 우리 집에 초대한 귀한 VIP인데. 이렇게 생각하니 제가 그렇게까지 했어야했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참 현명한 아내가 옆에 있어서 다행입니다. 왜 이렇게 소리를 지르냐며 뭐라고 쏘아붙일 수도 있는 상황에서 점잖게 돌려서 말해주는 어법. 그리고 이 말을 통해 또다시 제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만드는 문구까지. 험난한 세상에서 아내가 동반자가 된 것이 참 감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 며칠이 지나면 이런 다짐도 흩어지고 기억 너머로 사질 것일 분명합니다. 또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확신합니다. 다만, 실수의 반복 횟수가 줄어들고 제 자신의 마음가짐이 아주 조금이라도 바뀔 수만 있다면 이런 고백은 충분히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오늘도 또한번 느낍니다. 아이를 키우는 육아는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고 그저 도를 닦는 마음으로 해야한다는 것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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