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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사쓰는 육아대디 Apr 13. 2024

동갑내기 조카 그리고 공동육아

친해지길 바라

제 아이와 같은 성별의 동갑내기 조카가 있습니다. 아내의 친오빠의 딸인데요. 제 아이보다 5개월 정도 빠릅니다. 아주 어렸을 때는 5개월 차이가 참 크게 느껴졌습니다. 제 아이는 기어다니는데 조카는 걸어다니고, 제 아이가 걸어다니면 조카는 뛰어다니고. 아이의 성장이 빠른 만큼 1~2개월 차이도 참 크게 느껴집니다.


제 아이는 항상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필요합니다. 낯선 곳에서도 어느 정도 시간이 있어야하고 많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과는 친해지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누군가 먼저 다가와서 급격하게 친해지려고하면 굉장히 부담스러워하고 극도로 싫어하는 티도 내는 편입니다. 그만큼 조심성이 많고 신중하다는 것으로 포장해봅니다.


그런데 조카는 완전 반대 성향입니다. 새로운 곳에 잘 적응하고 처음 보는 사람이 있어도 인사도 잘하고 또래 아이들을 보면 먼저 다가가서 말도 걸고 친해지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그렇다보니 제 아이와 조카. 둘이 붙어있으면 참 어려웠습니다. 적극적으로 친해지려는 조카와 그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제 아이. 가끔은 제 아이가 너무 거부를 해서 민망하기도 한 상황이 있기도 했습니다. 조카는 그저 자신의 본능에 따라 친해지려고 했는데 제 아이도 그저 본능에 따라 갑자기 다가오는 것을 거부하니.. 물과 기름이 따로 없습니다. 가족이 모여서 밥을 먹을 때면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두고 쟁탈전이 종종 벌이지기도 하죠.


아이가 크니까 희망이 보였습니다. 오늘도 온 가족이 모여서 밥을 먹기로 한 날이었는데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두고 약간의 쟁탈전은 있었지만 크지 않았고 조카가 다가와서 같이 놀자고해도 제 아이가 크게 거부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같이 할아버지를 데리고 카페 밖을 열심히 돌아다니기도 하고 곳곳을 뛰어다니면서 모든 세상이 둘 만의 것인 듯 말이죠. 할아버지가 고생을 좀 하셨지만 형님네 부부와 같이 아이까지 데리고 왔는데 정말 편하게 커피를 마셨습니다.


아이들이 예전보다 커서인지, 이젠 조금 익숙하다고 친해져서인지. 어떤 이유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둘이 이렇게 같은 공간에서 잘 노는 모습을 보니까 얼마나 뿌듯하던지요. 이제 둘이서 같이. 자기들만의 세상을 만들면서 놀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서로가 이렇게 잘 놀기 시작하면 공동육아의 장점이 나옵니다. 아이들끼리 시간을 보내면 그 아이의 부모들도 편하게 쉬거나 대화를 나누거나 뭐든 할 수가 있는 상황이 만들어집니다. 이래서 아이가 하나면 부모가 온 신경을 써야하지만 아이가 둘이면 처음엔 힘들더라도 어느 정도 크고나면 자기들끼리 놀면서 편해진다는 말이 나오나봅니다.


물과 기름 같았던 두 아이가 같이 노는 모습이 참 예뻐보였습니다. 부디 오늘만 그런 것이 아닌 앞으로도 쭉 친해지길 바라는 마음을 간절히 담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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