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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사쓰는 육아대디 Apr 15. 2024

아이들은 왜 비눗방울에 환장할까

알았어. 사줄게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듯한 날씨였습니다. 사라질듯한 봄의 끝자락을 잡을겸 아이와 함께 주변에 있는 공원으로 향했습니다. 우리 가족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아서인지 차도 막히고 공원엔 사람도 북적거렸습니다. 간신히 빈자리를 찾아 주차를 하고 초록색 잔디밭이 펼쳐진 곳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자리 잡은 곳 옆에는 아이가 2명이 있는 돗자리가 있었습니다.


제 아이보다 2~3살은 많아보이는 아이들있었는데 한 명은 큰 비눗방울을 만들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비눗방울을 수도 없이 만들어내는 버블건으로 작은 방울들을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제 아이도 신기한지 한참을 보다가 바람에 날아오는 비눗방울을 따라다니더라고요. 그런 모습이 재미있었는지 비눗방울 만들어주는 아이들도 한참을 그렇게 만들어줬습니다.


그러다가 비눗방울을 만들어주는 아이들이 조금 지쳤는지 속도가 느려지자 제 아이가 그 아이들 주변을 서성거리더군요. 아무리 좋은 것이나 신기한 것이 있어도 처음 보는 친구나 어른들한테는 절대 다가가지 않는 아이의 성격상 주변을 서성거린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관심과 호기심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이 모습이 저만 신기했던 것이 아니었는지 아내가 말하더군요.


"우리도 사러 가자! 매점 가서 사 올까?"


그렇게 매장에서 비눗방울이 나오는 버블건 하나를 사줬습니다. 포장지를 뜯고 건전지를 넣고 비눗물을 넣는 제 모습을 아이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하고 싶으면 다른 것은 바라보지도 않고 온 시선을 버블건에 집중하는걸까요.


드디어 버블건을 손에 쥔 아이는 2시간 넘게 수도 없는 비눗방울을 만들어냈습니다. 비눗물 한 통을 소진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습니다. 아이의 손에서 나온 수많은 비눗방울들이 공원 곳곳을 돌아다녔습니다. 불어오는 바람에 따라 빠르게 이동하기도하고 시원하게 불어오는 산들바람에 두둥실 떠오르기도했습니다. 덕분에 아내는 비눗방울을 배경으로 아이의 예쁜 사진 몇 장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주변을 돌아보니 비눗방울을 만드는 아이는 제 아이만 있던 것이 아니더군요. 공원에 온 여러 아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다양한 도구로 비눗방울들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만든 비눗방울에 반사된 빛들이 무지개처럼 빛나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은 참 비눗방울을 좋아합니다. 바람이 불면 금방 날아가버리고 잡으려고하면 터져버리지만 말이죠. 비눗방울이 있는 찰나의 순간을 최선을 다해 즐기는 아이의 모습이 참 인상 깊게 느껴졌습니다.


아무리 만들어도 남아있는 비눗방울은 단 한 개도 없지만 남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닌 그저 그 순간만을 즐기는 아이의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가 가진 호기심과 동심, 천진난만함을 오래도록 간직했으면 좋겠습니다. 보글보글 만들어지는 비눗방울에 아빠 미소가 지어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공원을 가득 채운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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