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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사쓰는 육아대디 Apr 15. 2024

인사이동,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것

내가 사는 이유

얼마 전 회사 내부에서 작은 인사이동이 생겼습니다. 제가 하는 일은 크게 달라진 부분은 없었지만 약간의 권한과 책임이 확대됐습니다. 그리고 부서 내에서 자리이동이 생겼고 저 역시 기존보다 약간은 더 좋은 자리로 이동하게 됐습니다. 회사원들에게 좋은 자리는 구석에 박혀서 눈에 잘 띄지 않는 자리입니다.


기존에 그 자리에 있던 분이 짐을 빼고 움직이자 저도 자리를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전 자리를 옮길 때 가장 먼저 챙기는 것이 바로 가족과 아이 사진입니다. 제 자리엔 만삭일 때 아내와 찍은 사진, 태지가 다 떨어지지도 않았을 때의 아이 사진, 첫 생일을 맞이했을 때 찍은 사진, 아이가 얼굴을 스스로 찾아가는 시기의 사진 등 여러 사진들이 파티션에 붙어있습니다. 자리를 이동할 때 가장 먼저 소중하게 챙기는 물건입니다.


이번에도 앉아야할 자리 곳곳 파티션에 제 이 사진들을 붙여놓는 것으로 작은 짐 이사를 시작했습니다. 사진부터 옮기고나니 다른 물건들은 뭐 대충 옮겨도 큰 문제가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것을 옮겨놨으니 이제 나머지 짐들은 시간이 해결해 줄 겁니다.


자리 곳곳에 붙어있는 가족, 아이 사진들이 참 위로가 될 때가 많습니다. 회사에서 일하다보면 뜻대로 되지 않는 일도 생기고 상사와 갈등을 빚는 일, 성과를 반드시 내야하는 일 등 목을 조여오는 것이 한 두개가 아닙니다. 한참을 어떤 문제로 실랑이를 벌이다가 자리로 돌아오면 가장 먼저 보는 게 이 사진들입니다. 도저히 제 상식선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생기고 '도대체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싶다가도 이 사진들을 보면 '그래, 이게 내가 지금 참아야하는, 견뎌야하는 이유지'라는 생각으로 바뀝니다.


가족이란 울타리와 그 안에 있는 아이가 생기면서 제 스스로 마음가짐이 달라진 부분도 있습니다. 회사 내에선 최선을 다해서 일하지만, 일하는 목적이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풍족하게 만들기 위해서고. 그 시간을 위해서 매 순간 노력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회사의 일이 가족의 시간을 빼앗지 않도록 상황과 여건을 만드는 일. 이것이 제가 지켜나가고 있는 신념입니다.


여러분은 무엇을 위해서 오늘 하루도 회사에서 힘들게 버티고, 감정도 숨기고, 비즈니스 매너를 창작한 웃음을 보이면서 지내고 계신가요?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스스로를 더 잘 버티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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