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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틀 창 May 18. 2023

아웃사이더: 벤 휘태커

영화 '인턴' (2015)

#오늘의 아웃사이더: 은퇴하고 쉬고 있는 벤 할아버지


왕년에 한가닥 하던 대기업 임원 출신의 70세 남성이다.

달콤할 것만 같았던 퇴직 후 인생이었으나, 평생을 성실하게 일했던 습관이 밴 탓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사는 하루하루가 그에게는 시간의 낭비로만 느껴진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할 일이 없다!


아무도 자신을 찾지 않는 '아웃사이더'가 되어 버린 그는 사회 속의 구성원이라는 느낌을 받고 싶어 매일 아침 멋지게 차려입고 스타벅스에 가서 차를 마시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리고 결심한다 "그래 뭐라도 다시 해보자!"

우연히 전단지에서 한 스타트업이 노인인턴을 채용한다는 구인공고를 보고 지원한다, 합격하여 창업 1년 반 만에 200명이 넘는 직원을 거느릴 정도로 능력 있는 젊은 30대 CEO 줄스를 만난다.


#아웃사이더에서 다시 인싸이더로


줄스는 본인이 뽑아 놓고도 막상 70세 벤이 출근하자 무언가 탐탁지 않은 낌새다.

그의 '오버 스펙'이 부담스러웠던 건지, 아니면 사회공헌 차원에서 보여주기식으로 노인을 채용한 것이라 애초에 관심이 없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벤을 투명인간 취급하면서 아무 일도 주지 않는다 - 아웃사이더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지원한 건데 그는 더 혼자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짬에선 온 바이브가 어디로 가는 가, 벤은 특유의 젊의 세대와 공감하는 능력과 일을 파악하는 통찰력을 바탕으로 자신이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묵묵하게 동료들을 돕니다.

또한, 아들, 딸뻘의 그들에게 연애 상담, 클래식 스타일 코디 등을 알려주면서 친근한 아버지와 같은 존재가 되어 간다 - 벤의 등장은 회사에 작지만 확실한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그런 모습에 차가운 줄스도 마음을 열고 개인 운전기사를 맡기는 등 베스트 프렌드가 되었다 - 사실 그녀도 누군가에게 마음을 터놓고 기대고 싶었을 것이다.


인생의 풍랑을 수도 없이 넘은, 현명한 70세 베테랑 인턴이 회사에 없어서는 안 될 '핵인싸'가 된 것.



#베테랑의 힘


벤이 한순간에 사회에서 아웃사이더가 된 이유는 딱 하나였다 - 나이가 들어서 은퇴를 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십 년간 쌓아왔던 탄탄한 내공은 어디 가지 않았다. 또한, 강제로 쉬게 되면서 커리어 그리고 일에 대한 목마름도 더해졌다 - 산전수전 다 겪은 그에겐 더 이상 연봉, 대우는 중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단지 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그리고 베테랑 인턴으로써 젊은 사람들로 가득 찬 스타트업에서 윤활유 역할을 멋지게 해냈다.


다시 일만 할 수 있다면 맥북 사용법쯤이야 금방 마스터 가능하다


이 영화와 벤의 이야기를 보면서 필자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무조건 젊기만 한 게 좋은 건가?


취업이 힘든 최근 몇 년간 필자는 꽤 오랫동안 프로 구직러로 살았다.

특히 첫 취업을 준비하던 시기, '젊은 기업'이라는 문구만 보면 다 좋아 보였다.


회사 구성원 그리고 CEO의 나이가 젊으면,

꼰대도 없고, 야근도 없고, 수평적인 관계에, 항상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넘치며, 뭐 하여튼 일하기 좋은 쿨한 곳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수십 번의 면접과 3개의 기업에서 근무해 본 결과 중요한 것을 깨달았다.

어느 조직이든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들의 존재가 끼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매우 크다는 것을 말이다, 마치 벤이 줄스의 스타트업에서 했던 것처럼.


그들의 노련함은 비즈니스의 계획 수립부터 실행에 까지 조직이 ‘원팀’으로 움직이는 데에 시행착오를 줄여주는 역할을 하며, 특히 위기가 찾아왔을 때 구성원들이 패닉에 빠지는 것을 막아주는 방파제 역할을 한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실패를 맛본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 팀이 너무 어려 패기만 있었지 그라운드 위의 구심점이 없어 실패를 했다고.
 
2018년 러시아 월드컵 결승전에 오른 두 팀 프랑스, 크로아티아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10대, 20대 슈퍼스타들 사이에서 묵묵하게 팀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한 요리스, 지루, 모드리치 등 30대 중반의 선수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2022년 한국프로야구를 압도적인 실력으로 평정한 SSG 랜더스 선수들이 한 목소리로 말했다.
41살의 두 외야수 추신수와 김강민 형들이 없었으면 이렇게 강한 팀이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오늘의 아웃사이더 벤 할아버지는 영화 속에서 이렇게 말한다.



뮤지션은 은퇴를 안 한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어요. 더 이상 음악이 떠오르지 않을 때까지 계속 한대요. 내 마음속엔 아직 음악이 있어요


이런 뜻이 아닐까 - 기회만 주면 우리들도 언제든지 다시 핵인싸가 될 준비가 되어있다고.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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