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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틀 창 May 23. 2023

언더독: 오클랜드 에슬레틱스 그리고 빌리 빈

영화 '머니볼' (2011)

#메이저리그에 더럽게 못하는 야구팀이 있다 - 오클랜드 에슬레틱스 그리고 그들의 괴짜 단장 빌리 빈


세계 최고 프로야구 리그인 메이저리그에 만년 최하위팀 오클랜드 에슬레틱스,

저는 것이 일상인 팀이다, 팬들이 계속 경기장에 찾아오는 것이 의아할 정도로 형편없다.

그들의 재정 상태는 성적만큼 최악이라 애써 키워놓은 선수들도 매해 부자 구단들에 빼앗긴다.

그런 팀의 단장은 빌리 빈 - 이 사람도 범상치가 않다, 그의 팀처럼 언더독이다.

왜냐? '머니볼'이라고 불리는 그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던 데이터 야구의 신봉자이기 때문에.


더럽게 못하는 팀과 야구계 모두가 비웃는 철학을 가지고 있는 단장의 조합 - 노답이다.


압도적 최하위팀의 괴짜 단장은 항상 외롭다.


#피터의 머니볼 이론은 빌리를 감동시켰고, 그것은 그들의 신념이 되었다.


그 당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수뇌부 미팅은 이런 식으로 진행되었다.


미팅 주제: 우리의 암울한 현실을 타파해 줄 수 있는 가성비 좋은 선수를 영입해야 한다.


베테랑 스카우터 일동:



그 선수는 안돼, 애인이 못생겼어, 그건 자신감이 없다는 소리지

아 그 친구를 영입하자 몸도 좋고 스윙폼도 끝내 주잖아, 뭔가 느낌이 있어


스카우트라는 사람들은 이런 답답한 소리만 해댔다, 선수 추천에는 원칙이 전혀 없었고 단지 자신들의 짬에서 나오는 직관으로 뽑고 있었다 - 믿기지 않지만 그 당시 업계의 모습이 실제로 그랬다고 한다.


매일 반복되는 이런 식의 미팅에 염증을 느끼던 빌리는 구세주 같은 한 사람을 만난다 - 바로 25살 예일대 경제학과 출신 피터 브랜드, 그는 기존의 선수 선발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머니볼' 이론을 주장한다.


야구의 야자도 모르게 생겼지만, 빌리에게 가장 큰 영감을 주는 인재다


그게 뭐냐 하면, 무조건 비싼 돈을 주고 스타를 사는 것보다 승리를 사는 것이 야구의 본질이기에 득점을 할 수 있는 선수, 즉 '출루율' (안타든 볼넷이든 살아서 1루로 가는 것)이 높은 선수들을 사야 한다는 것이다.

선수들의 전적을 데이터 화, 프로그램 코드로 분석하여 영입 대상을 결정하는 그의 획기적인 이론을 듣고 빌리는 마치 머리를 망치로 한 대 맞은 것 같은 표정이다 - 뭔가 다른 방법으로 선수 선발에 접근해야만 자신들과 같은 가난한 구단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바로 이거다!


그 이후 빌리와 피터는 한배를 탔고, 머니볼 이론을 신념으로 삼아 함께 나아간다.


#빌리의 장점 - 확신이 생기면 끝까지 지지한다, 누가 뭐라고 하든지 간에


25살 애송이가 자신이 개발한 이론을 바탕으로 뽑자고 한 선수들을 보면 가관이다.


스캇 해티버그 - 포수 출신인데 팔꿈치 수술을 받아 공을 제대로 못 던진다. 그런데 출루율이 높다면서 주전 1루수로 낙점한다.

브래트 포드 - 리그에서 가장 웃긴 폼으로 공을 던지는 투수다. 프로선수가 맞나 싶을 정도다.

데이비드 저스티스 - 양키스에서 퇴물 취급을 받던 37살 선수다, 역시 출루율이 높다는 이유로 영입한다.


꼰대 베테랑 스카우터들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노발대발하고, 우리들의 짬에서 오는 바이브를 무시하는 처사라면서 회사를 때려치우겠다고 한다, 빌리가 어떻게 했냐고? 당연히 잡지 않았다 - 누가 뭐라고 해도 우리는 우리대로 간다.


#영화 속의 그들의 결말, 그리고 빌리의 리더십


지는 것이 익숙했던 언더독 오클랜드는 새로운 시즌을 맞았고, 반전 없이 또 얻어터지기 시작한다 - 모든 야구계는 머니볼 이론을 비웃는다.


빌리는 자신의 뜻과 다르게 선수들을 운용하는 감독 아트를 찾아가 한번만 자신의 뜻대로 확실하게 선수를 기용해 보라고 부탁하고, 그 순간 기적이 시작된다.


한 경기 한 경기 이기더니, 무려 20연승을 기록하면서 리그 아메리칸 리그 103년 만의 신기록을 세운 것, 돈 많은 탑독들을 때려눕히고 서부지구 우승을 해버렸다 - 맙소사!


공도 제대로 던지지 못하던 해티버그는 1루수로 전환하여 20연승을 결정짓는 홈런을 때렸다 - 이 맛에 언더독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닐까?


빌리의 리더십은 심플하다



우리의 방식을 굳이 남에게 설명할 필요 없다, 우리는 외부의 의심 앞에 무너지지 않는다


그가 팀원들에게 주는 지지는 한없이 따듯하기만 한, 무조건적인 지지가 아닌, 리더가 자신이 믿는 가치 기준에 부합한 사람에게 주는 ‘이유 있는 지지’이다. 철저히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만 평가하며, 본인의 가치에 부합한다면, 나이, 외모, 남들의 평가 등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지지도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동기 부여가 된다. 또한, 본인이 그러한 엄격한 테스트를 통과한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주는 자존감 상승도 긍정적인 영향 중에 하나일 것이다.


오늘의 주인공 언더독 빌리는 자신의 확신을 갖고 있는 신념에 부합한 선수들에 대해 화끈하고 무조건 적인 지지를 보냈고, 그 힘이 그와 그의 팀을 탑독들의 위에 설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


물론 모든 것은 결과론 적인 것이기에, 결과가 안 좋았더라면 머니볼 신화는 커녕, 이 영화도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선수들에게는 죽을 때까지 '무조건 지지를 받았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을 훈장처럼 간직하고 살지 않았을까 싶다.


빌리는 단순한 괴짜 언더독 단장이 아니었다, 알고 보니 참리더 였다.


PS, 그는 빅클럽들의 오퍼에도 팀을 떠나지 않았고, 2023년 현재 수석 고문자리에 있다.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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