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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틀 창 May 26. 2023

아웃사이더: 강인구

영화 '우아한 세계' (2007)

#조직폭력배 아버지는 가족 내에서 철저한 아웃사이더다


강인구, 아내와 딸 총 3인 가족의 가장이다.

직업은 조금 특별하다. 겉으로 보기엔 회사원 같은데 사실은 '형님'이라는 소리를 듣는 조직폭력배다.

깡패라고 해서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적지는 않을 터, 가족들과 함께 좋은 집에서 살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 오늘도 열심히 본인의 일을 한다.

하지만, 아내와 특히 막 사춘기가 된 딸은 그의 직업을 창피해한다 - 어떤 가족이 자랑스러워할까.

그렇게 가족들에게 냉대를 받는 그는 그토록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철저한 아웃사이더다.


#이 아웃사이더를 보면서 가장 답답했던 점은 이거였다.


가족 사랑 하는 것, 특히 딸 바보인 것 너무 잘 안다.

하지만 그는 가족들과 사이가 틀어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 큰 오해가 있다.


그는 본인이 아직 경제적 기반을 제대로 구축하지 못하여 가족들이 본인을 싫어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에 대한 해결책으로 본업을 열심히 해 대형 프로젝트를 성공시켜 바로 으리으리한 단독 주택을 계약하고 의기양양하게 집에 돌아간다.


그의 손에 들린 고기만두는 딸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폭력배 아버지의 방식이다


딸에게 먼저 자랑하고 싶어 찾아갔지만, 친구를 만나러 간다고 나가버렸고 대신 그녀의 일기장이 보인다 - 사랑하는 내 딸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궁금한 아버지는 손을 대는데 그것이 판도라의 상자였다.



언제까지 저렇게 살 생각인지, 칼이나 맞아 버리지. 다른 조폭들은 칼 맞고 픽픽 잘만 죽던데


그래 - 가족들, 특히 딸이 아버지에게 원했던 건 마당 딸린 집에서 사는 것이 아닌, 가장이 떳떳한 방법으로 성실하게 경제생활을 하는 것, 그것이 핵심이었다.


인구는 억울했다. 자신도 좋아서 조직폭력배 생황을 하는 것이 아니고, 단지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서 하고 있는 건데 딸에게 죽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그 울분이 엄청났는데, 그는 또 여기서 큰 실수를 한다 - 만취해 집에 돌아온 그날 인구는 딸에게 칼을 내밀고 자신을 찔러달라고 한다. 추태의 결과는 어린 딸에게 인생 첫 경찰서 방문이라는 경험을 선사했다.


이쯤 되면 영화를 보는 우리도 이 아웃사이더가 창피하다.


#필자는 이 영화를 '진심과 소통'에 대한 것이라고 이해했다


이제 와서 울어도 소용없다


인구와 아내 & 딸 사이에는 소통이 전혀 없다, 평생 없었던 것만 같다. 그 소통이란 마음속 깊숙이 있는 것까지 다 꺼내놓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서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아주 기본적인 개념이다.


그렇게 첫 단추부터 잘못 꿰었는데, 표현하는 것에 서툰 그는 진심을 매우 적절하지 못한 방식으로 보여준다 - 최고의 추태는 딸의 담임에게 잘 보이고자 200만 원짜리 유흥업소 쿠폰을 준 것이다...!


비단 가족사이에서뿐만이 아니라, 이 세상 모든 관계 속에서 사랑을 전달하는 데에는 진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 그 날것을 상대방에 맞춰 가공하지 않고 보이는 것은 본인의 진심을 강요하는 것이다.


상대방에게도 아름다울 수 있는 진심이 아닌 날것만 강요할 때 인구 씨의 마음은 이랬을 것이다.



내 진심 알지? 사실 난 너를 너무 사랑해, 내 가족이고 딸이니 알아서 이해할 거라고 믿는다!


아니다, 말을 안 하면 알 수가 없다. 가족이라고 독심술이 있는 건 아니니 말이다. 사람이니 상처도 받고 쌓이고 쌓이면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될 수밖에 없다 - 그 유명한 영조와 사도세자처럼. 끔찍이도 사랑하고 그만큼 기대가 컸던 아버지 영조는 아들에게 마음속의 '원석'들을 사랑으로 포장하여 마구 날려댔고, 그 결과 조선 역사상 처음으로 아들을 뒤주에 갇혀 죽게 만든 비극을 낳았다.


#영화 속에서 인구의 결말


좀 늦긴 했지만 가족들이 조직 생활을 하는 것을 창피해한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퇴직금을 받고 손을 씻고 나온다.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민간인생활이지만 가족들을 위해 '제대로' 살아 보려 한다.


그러나 인구는 할 수 있는 것이 그 바닥 일 뿐이고 결국 다른 조직으로 '이직'을 해버렸다.

마지막 갱생의 기회를 날려버린 가장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버린 아내와 딸은 해외로 떠나 버린다.


강인구씨의 평생직장


오늘의 주인공 인구는 정말로 혼자가 되었다. 그리고 우리에게 교훈을 주었다.


제발 상대방을 위해 예쁘게 포장된 선물과 같은 진심을 전달하자!


<사진 출처 - 다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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