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틀 창 May 29. 2023

아웃사이더: 다카시

영화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2017)

#도쿄 블랙기업에 다니는 아웃사이더가 있다


취업이 워낙 어려운 세상이라 적성에 맞지 않는 광고 인쇄물 회사를 묵묵히 다니는 다카시, 그의 특기는 그냥 꾹 참고 버티기다.

과도한 야근과 폭압적이고 군대 같은 분위기를 지향하는 상사로 인해 실수를 연발하게 되고 그는 서서히 회사 안에서 아웃사이더가 되어간다.

어느 날, 퇴근길에 너무 지친 나머지 전철이 들어오는 플랫폼으로 쓰러질 뻔했는데, 누군가가 나타가 구해준다 - 그의 이름은 야마모토, 자신과 달리 '핵인싸' 냄새가 확 나는 사람인데 같은 초등학교 동창이라고 주장한다 (다카시는 긴가민가 하지만 일단 받아는 준다).


누구세요?


#야마모토는 왜 그랬을까?


사실 야마모토와 다카시는 동창 사이가 아니다.

야마모토는 생판 처음 보는 남을 구해주고 원래 알던 사이였던 것처럼 연기를 했다 - 여기까지만 들으면 사이코패스 같다. 하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사실 그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쌍둥이 형제가 있었다. 아픔을 갖고 살던 중 딱 봐도 비슷한 고통을 받고 있는 것 같은 다카시를 보고 구해줬다, 그리고 친구연기를 하며 긍정적인 바이브를 심어주는 멘털 코치의 역할도 자처했다, 자신의 형제 같은 일이 다시는 없기를 바라며.


사실 인생은 이렇게 꿀잼이었다 - 이제 라도 알아서 다행이다!


그 이후 우울하기만 했던 다카시의 인생에도 즐거운 변화가 찾아온다. 타고난 소심함 + 블랙기업의 사람 미치게 하는 문화에 잠식되어 있던 그는 미친 긍정 텐션의 소유자 야마모토의 삶에 대한 태도에 큰 영향을 받는다.



인생은 살아있기만 하다면 어떻게든 풀리는 법이다.  
인생은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가짜 초등학교 동창이 다카시의 인생에 큰 귀인이었다.


#이 영화는 신이 사람들을 다 다르게 만든 이유를 보여주는 것 같다


영화의 결말, 다카시가 야마모토를 불러 카페에서 기다리라고 한다, 왜냐? 그는 회사를 그만두고 올 예정이기 때문이다.



빌런 상사와의 독대도 이젠 전혀 두렵지 않다. 징계해고 처리를 하든 말든 그동안 감사했으니 당장 퇴사 처리를 해달라는 당당한 요구를 하고, 쿨하게 부장님도 그렇게 살지 말고 회사를 잠시 쉬는 게 어떻겠냐고 권면까지 해버렸다.


이 영화는 절대 회사를 관두는 것만이 살길이다! 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 아니다.


오늘의 주인공 아웃사이더 다카시와 야마모토의 관계, 그리고 그 속에서 일어난 긍정적인 케미스트리에 집중할 뿐이다.


우리는 모두 다르다, 그 다름이 서로 강하게 충돌해 아픔을 줄 수도 있지만, 또한 퍼즐처럼 서로 필요한 부분을 채워줄 수도 있다 - 신이 우리를 다 다르게 만든 이유가 이것이 아닐까, 서로 갉아먹으면서 살지 말고 채워주면서 살라고, 마치 야마모토가 자신과 정반대의 성향의 다카시에게 그의 인생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인도했던 것처럼.


특히 동아시아, 일본 사회처럼 보수적이고 신경 써야만 하는 게 많은 곳일수록 그러한 잘 들어맞는 연대가 중요하다고 필자는 느낀다 - 강남, 시부야를 지나는 수많은 좀비같이 감정 없는 얼굴을 한 사람들도 사실은 자신만의 야마모토, 다카시를 애타게 찾고 있을 수도 있다.


그렇게 보면, 영원한 인사이더, 아웃사이더도 없는 것 같다.

단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일 뿐. 물론 우리가 우리와 다른 사람을 어떻게 채워줄 수 있을 까에 대한 고민을 꾸준히 한다는 가정하에 말이다.



<사진 출처 - 다음 영화>

작가의 이전글 아웃사이더: 강인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