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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틀 창 Jun 07. 2023

아웃사이더: 찰리

뮤지컬 '킹키 부츠'

#영국의 구두공장집 아들 찰리


대학을 막 졸업한 평범한 영국인이다.

그의 아버지는 3대째 내려오는 영국 최고의 구두 공장을 운영해 오고 있으며, 찰리는 그런 아버지의 지혜와 뚝심은 존경한다 - 하지만 그런 아버지에 비해 본인이 많이 부족하다는 일종의 자격지심도 갖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영웅과도 같던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찰리는 졸지에 신발 공장의 사장이 되고, 살면서 신발은커녕 그 어느 것에도 열정을 가져본 적이 없는 그는 멘붕에 빠진다.


구두는 어떻게 만드는 거예요?...


때마침 공장의 상황도 안 좋아지고, 새로운 젊은 사장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는 직원들 사이에서 아무런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그는 지독하게 아웃사이더이다.


#난 너무 부족해 - 임포스터 증후군


찰리는 일종의 병이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 임포스터 증후군이다.


사전적 의미는 '성공의 요인을 자신의 아닌 외부에 귀인하고 자신을 자격 없는 사람 혹은 사기꾼이라 생각하는 것'


찰리는 공장을 급작스럽게 물려받게 된 시점, 이렇게 말한다.



나는 운 좋게 아버지의 아들로 태어난 것뿐, 아무 능력도 없고 이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야, 나의 부족함은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고 말 거야


사실, 찰리가 힘들 것이라는 건 주위의 모두가 알고 있다.

아버지 때부터 함께 일했던 구두 베테랑 직원들이 그 걸리 모를 리가 없으며 언제라도 그를 도울 준비도 물론 되어있다.


그러나, 가엾은 찰리만 아무도 주지 않은 큰 압박을 혼자 어깨에 짊어지며 혼자만의 어둠 속으로 빠져들어간다. 마치, 자신과 공장의 실패는 100% 정해져 있는 수순이기에 최악의 상황에 대한 방어기제 필요한 사람처럼.


#또 다른 아웃사이더가 찰리를 구했다


또 다른 아웃사이더가 있다 - 그의 이름은 롤라 (이름부터 범상치 않다).

골목길에서 우연히 만난 수상한 그는 찰리의 귀인이 된다.



롤라는 여장을 하고 밤무대에서 춤 노래를 하는 드래그 퀸이다, 그 당시 보수적인 영국사회에서 그는 사회 전체는 물론 아버지에게도 배척당하는 아웃사이더 중에 아웃사이더다.

어린 시절부터 원체 구두와 드레스를 좋아했던 그는 찰리에게 남성용 80cm 부츠인 '킹키 부츠'를 함께 만들어 팔아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한다.


찰리는 롤라가 너무 신기하다.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준 게 고마워 디자이너로 고용하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와 달리 유쾌하고 긍정적인 바이브를 온몸으로 뿜어내는 그에 대해 궁금해진다.


사실 둘은 아버지에 대해 통하는 점이 있었는데, 롤라는 아버지에게 남성성을 강요받다가 의절 후 자기 자신의 모습대로 살기로 결심한 후 자존감과 자신감이 꽤 높은 상태였고, 찰리는 아버지에 미치지 못하는 자신의 괴로움과의 싸움이 현재진행형이었다.


자신들의 인생의 힘듦을 주고받은 후, 오늘의 주인공 아웃사이더는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 큰 힘을 얻었다.


#나 같은 사람이 또 있네


필자는 스스로 꽤 자존감이 높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나약한 인간이기에 처음이거나 자신이 없는 일을 할 때 자신의 부족함을 탓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 과한 생각이라는 것을 알고, 기꺼이 도움을 제공해 줄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는 것도 알지만 인정받고자 하는 강한 성취욕은 스스로를 심리적인 구렁텅이 빠뜨린다.


신기한 점은 절대 그런 생각을 할 것 같지 않은 스타들이나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도 다들 비슷한 경험을 한다는 것이다.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슈퍼스타 아이유도 지금까지의 자신의 성공은 운이 좋아서 일뿐이며, 언젠가 본인의 모자람이 드러나면 모든 사람들이 등을 돌릴 것 같다는 생각에 두려웠다고 했다.


회사에서 승승 장구하는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도 그런 비슷한 뉘앙스의 고백을 듣게 된다. 

오히려 높이 올라갈수록, 책임감이 많아질수록 임포스터 증후군의 중증도도 올라가는 게 아닐까 싶다.


치료약은 딱히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증후군으로 죽었다는 사례도 보고 되지 않은 걸 보면 죽을병도 아니다, 마치 언제라도 걸렸다가 회복되는 감기처럼.



아, 참고로 뮤지컬의 결말은 매우 해피엔딩이다.

Just be who you are! 를 외치며 모두가 나는 나대로 살겠다 다짐하고 끝을 맺는다 - 킹키 부츠는 정말 몇 안 되는 해피앤딩을 가지고 있는 뮤지컬 중에 하나다.

심각한 자격지심과 자존감 부족에 허덕이던 찰리는 회복했다 그리고 증명했다, 임포스터 증후군은 죽을병이 아니라는 것을!


<사진 출처 - 다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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