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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틀 창 Jun 10. 2023

빌런: 한스 란다

영화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2009)

#오늘의 빌런: 영화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한스 란다


독일 나치 대령이다.

누구보다 더 정확하게 숨어있는 유대인들을 찾아내 '유대인 사냥꾼'으로 불리는 빌런이다.

명석한 두뇌를 가진 그는 상황판단과 눈치가 빠른 것은 물론 천재적인 언어능력도 갖추고 있어 독일,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심지어 적국의 언어인 영어까지 완벽하게 구사한다 - 빌런에게 주기에는 너무 아까운 탤런트 들이다!

영화의 주인공들인 나치 잡는 미군부대 알도레인 중위의 '개떼들(바스터즈)'의 제거 대상이다.


유대인 사냥 중인 한스 - 영화의 첫 장면, 프랑스의 한 가족과의 독대하는 씬은 숨을 쉴 수가 없는 긴장감을 준다


#빌런이 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까?


명석한 두뇌를 잘못된 방향으로 쓰고 있는 그, 도대체 무엇이 그를 빌런의 길로 이끌었을까.

그의 교양 있는 태도와 화술, 그리고 언어적인 능력을 보면 분명 좋은 교육을 받았을 것이고, 그 말인즉슨 꽤 좋은 집안에서 태어났을 확률이 높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의 잘남을 과시하고 내가 우위에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 안달 난 사이코패스인 것 같다 - 명예, 돈 같은 것들을 탐닉하는 것과는 약간 다른 개념이다.


그리고 세계 2차 대전과 나치의 등장은 이 명석한 독일인의 꿈(?)을 실현시키기에 적당한 환경을 제공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 매사에 자신이 누군가를 '봐주고 살려준다'라는 뉘앙스이다.

첫 장면에서 프랑스인의 집 마룻바닥에 숨어있는 쇼산나의 가족을 몰살시키면서 도망치는 그녀는 그냥 살려 보내준다 - 마치 자신이 누군가의 목숨을 살리고 죽일 권한을 가진 절대자처럼 행동한다.

- 유대인 사냥꾼이라는 자신의 별명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사람들에게 나의 별명에 들어 봤냐면서 자기 자신까지 자연스럽게 들어간다.

- 영화의 결말 부분, 알도레인과 개떼들을 붙잡아 심문하는 장면에서도 '잘난 자신이 그려놓은 미래'를 공유하면서 내 말만 들으면 목숨은 살려주겠다고 말한다.


'모든 건 내 손바닥 안에 있기에 컨트롤할 수 있다'


정말 오만하기 짝이 없다.


DNA자체가 그렇게 생겨먹은 그는 어느 곳에서 어떻게 태어났든 간에 빌런이 되었을 것 같다. 


#영화 속 이 빌런의 결말


한스가 영화 초반에 살려준 쇼사나와 알도레인과 개떼들의 합동 작전으로 히틀러를 비롯한 나치의 수뇌부들을 극장에 몰아넣고 몰살시킬 테러를 기획한다 - 물론 오늘의 빌런은 명민한 두뇌와 귀신같은 촉을 갖고 있어 이미 이 플랜에 대해 파악하고 있었다.


이탈리아인으로 위장한 알도레인과 개떼들을 유창한 이탈리아어로 기선 제압한 후, 극장에서 테러가 일어나기 전 체포한다  - 여기서 보통의 빌런들이라면 잡은 포로들을 어떻게 잔인하게 고문하고 테러를 막아낼지를 먼저 고민할 텐데, 한스는 전혀 다른 액션을 취한다.


한스 대령은 이미 나치의 패망이 다가오고 있고, 그 미국인들을 통해서 귀화를 시도하고 더 나아가 전범이라는 딱지를 떼야만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에게 자신의 멋들어진 플랜을 공유하고 본인을 돕는다면 목숨은 살려주겠다고 말한다.


정말 몇 수 앞을 내다보는 빌런이다, 나쁘긴 하지만 약간의 멍청한 구석이 있다면 일말의 동정심이 들 수도 있겠지만 이놈은 정말 그냥 악마다.


여기서 그냥 영화가 끝난 다면 이건 분명 새드앤딩이다. 권선징악이라는 동서양을 막론하는 빌런들의 정해진 수순을 크게 벗어나는 일이었겠지만, 아주 작은 복수가 이뤄진다. 


얘들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미친놈들이었다


알도레인과 개떼들은 한스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미친놈들이었다, 괜히 바스터즈라고 불렸던 것이 아니다.

연합국 쪽으로 넘어가기 전 마지막 '망명 신청자'로 신분이 바뀌는 장소에서 한스 옆에 있던 똘마니 운전수를 총으로 쏴서 죽여버린다. 그때부터 경악하기 시작한 오늘의 빌런, 여기서 다가 아니다.


어차피 평생 전범의 딱지를 떼고 살아갈 놈이니, 절대 지워지지 않을 표식을 남겨 주겠다고 하면서 이마에 나치의 상징, 하켄크로이츠를 이쁘게 새겨준다.


아무리 몇 수를 내다보는 빌런이라도 여기까지는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이 영화를 보는 우리에게는 새드앤딩 속의 작은 해피앤딩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다행히 이 영화는 나름 통쾌하게 끝났다, 휴.


<사진 출처 - 다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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