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틀 창 Jun 12. 2023

언더독: 북산고 농구부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2022)

#애매한 애들이 모여있는 곳 - 북산고 농구부


도쿄 근처 지역 고등학교 농구부다.

실력은 아주 못하지도 않고 아주 잘하지도 않다 - 그냥저냥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개개인에 대해 설명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주장 채치수

좋은 피지컬과 멘털을 가졌으나 도내의 탑센터들에게 가려 3학년이 되도록 개인적, 팀적으로 그 어떤 성취도 이뤄본 적이 없다.


에이스 서태웅

중학교까지 이름 날리던 올라운더 에이스인데 그냥 집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북산고에 진학했다. 고교 농구에서도 통하는 실력을 가졌지만, 전국 대회에 가보니 그 보다 잘하는 에이스급들이 수두룩하다 - 그들 사이에서는 경험이 부족한 1학년이라는 단점이 부각된다.


슈터 정대만

가장 사연이 많다. 서태웅처럼 중학교 때까지 이름을 날리던 에이스로 북산고의 감독인 안 선생님의 영향을 받아 비교적 약팀인 이곳으로 진학했다. 하지만 슬럼프를 겪으며 일탈을 시작, 3학년때는 걷잡을 수 없이 멀리 가버렸는데, 사실 그의 마음속에는 농구가 항상 자리 잡고 있었고 안 선생님에게 세기의 명언

- "농구가... 농구가 하고 싶어요" 를 남기고 마음을 다잡은 후 팀에 다시 합류한다.


가드 송태섭

꽤 실력 있는 가드다. 그런데 키가 168cm라는 농구선수로 큰 약점을 갖고 있어 도내의 다른 가드들에 비해서 저평가를 받는다.


풋내기 강백호

태어난 김에 사는 빨간 머리 1학년. 농구의 농자도 몰랐지만 같은 학교 예쁜 채소연이 그의 큰 키를 보고 권유하여 '그냥' 농구부에 합류한다 - 북산고가 얼마나 선수가 부족한지 드러나는 대목이다, 키 크고 운동 신경 있으면 어중이떠중이들도 다 받아준다.


뭔가가 부족한 애들이 모여있는 곳 북산고는 확실한 언더독이다.



#오늘만 산다


어찌어찌 기적적으로 도내 예선을 통과해서 전국대회에 왔다.

토너먼트 첫 상대는 바로 전국 최강 산왕공고 - 모든 포지션에 걸쳐 탈 고교급 선수들로 가득한 학교다.

운도 지지리 없는 북산고다.


경기 초반 잠깐 잘하나 싶더니 3 쿼터 이후 일방적으로 산왕에게 얻어터지기 시작해 24점 차까지 뒤진다 - 그들이 진정 무서운 점은 아무리 크게 앞서도 끝까지 방심하지 않고 공격 일변도로 나선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북산의 언더독 기질이 나타난다.

그들의 목표는 이 대회를 우승하고, 좋은 대학을 가고, 프로에 가서 큰돈을 벌고 하는 것들이 아니다 - 그들은 단지 오늘의 이 최강자를 이기는 것에만 모든 것을 쏟아붓기로 한다, 마치 오늘만 사는 사람들처럼.


북산의 다섯 명은 이미 자신들의 위치와 부족한 점을 잘 알고 있다, 농구에만 집중하지 못했던 과거를 후회하는 팀원도 있다. 그 말인즉슨 지금처럼 최강자를 상대하는 경험이나 그들을 힘에 부치게 할 수 있는 기회는 잘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고 있기에 그만큼 간절함으로 무장되어 있다.


경기 막판 등부상이 의심되는 강백호를 교체하려는 안 선생님을 향해 그는 이렇게 말한다.



영감님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였죠? 난 지금입니다


이 대사가 그들이 탑독들을 맞아 어떤 태도로 경기에 임하고 있는지를 제일 잘 보여준다.

아직 어린 고등학생들이기에 멀리 보지 못하고 근시안 적인 사고를 한다고 생각할 수 도 있지만 이렇게 하나에 미쳐서 미친 듯이 쏟아붓는 것, 정말 쉽지 않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생에서 하지 못하는 경험이다.


이번 언더독들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는 바로 이것이 아닐까.


오늘만 사는 언더독들이 최강팀을 부숴버렸다


#영화 속 이 언더독들의 결말


변함없이 공격일변도로 나서는 탑독들을 향해 북산은 수비를 바탕으로 카운터 어택을 날리는 방법을 택하고 한번 기세가 오르면 걷잡을 수 없이 강해지는 특유의 팀컬러를 바탕으로 결국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다 - 마지막 득점은 서태웅의 패스를 받은 강백호가 하고 항상 티격태격하던 둘은 찐한 하이파이브를 한다, 스포츠 영화의 클리셰이긴 하지만 감동이다.



북산고교는 온 힘을 다 짜내 산왕공고를 이긴 후, 그다음 토너먼트 경기에서 거짓말처럼 대패를 당해 대회를 마감한다 - 하지만 그 누구도 그들이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얻어터지면서도 승리를 생각했고 결국 자신을 깔아뭉개고 있던 탑독과 주위의 회의적인 예상을 깨부셨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마치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의 대한민국 대표팀 같다, 1 무 1패 조 꼴찌로 맞이한 조 최강 포르투갈의 경기 한 점까지 먼저 주고 시작했으나 그들은 결국 역전에 성공 2:1로 탑독을 잡아내고 16강에 진출한다.


그들의 목표는 월드컵 우승이 아니었다, 단지 오늘의 경기를 이겨 한 경기라도 더해보는 것, 그리고 국민들에게 기쁨을 주는 것 그것이 다였을 것이다.


그들 또한 다음 라운드에서 세계 최강 브라질에게 대패를 당해 대회를 마감한다 - 하지만 한국인 그 누구도 그들이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보여줬다, 우리의 축구를 하면서 탑독들을 잡아 낼 수 도 있다는 점을.


북산고의 10대 소년 5 명은 증명했다, 오늘만 사는 굶주린 언더독이 얼마나 무서운 지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것을.



<사진 출처 - 다음 영화>

작가의 이전글 빌런: 한스 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