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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틀 창 Jun 03. 2023

빌런: 라이엇 클럽 회원 9+1명

영화 '라이엇 클럽' (2014)

#오늘의 빌런(들): 영화 라이엇 클럽의 회원 9+1명


옥스퍼드 대학에 다니는 남자 10명들이다.

단순히 돈 좀 있는 집 자식들이 아니다, 집안, 재력, 학력 (고등학교도 명문 학교 출신인) 그리고 외모까지 모두가 상위 1%에 속하는 로열패밀리 출신이다.

학교 내에 몇백 년 전부터 내려오는 귀족 모임인 '라이엇 클럽' 멤버들이다 - 실제로 존재했던 비밀스러운 옥스퍼드 사교 모임인 '벌링던 클럽'이 영화이 모티브가 되었다, 전직 영국 수상인 데이비드 카메론, 보리스 존스, 법률가, 신문사 사장 등 해당 클럽 출신들은 현재 영국 권력의 상층부가 되었다.

해당 클럽의 신입회원 둘이 있다. 알리스터와 마일즈.



알리스터는 라이엇 클럽에 아주 딱 맞는 인재다. 부자로 태어난 선민의식으로 가득 차 있는 영국판 '조태오'라고 할 수 있겠다. 중산층 여자친구를 사귀는 마일즈를 못마땅해한다.

마일즈는 조금 예외인 인물이다. 처음 회원 가입 제의를 받고 영광스러워 하지만, 곧 부모님의 부와 권력에 의지해 개념상실한 짓만 골라서 하는 나머지 9명의 짓거리에 환멸을 느껴 그들의 행동을 제지하려고 한다. 그리하여 필자는 조심스럽게 오늘의 빌런들을 9+1로 지칭한다.


#그들이 빌런인 이유


돈 많고 잘난 것 들끼리 뭉치고 싶어 하는 심리, 너무 이해한다.

모여서 자신들의 고귀함과 우월함을 서로 공유하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신고식을 위해 새 멤버의 기숙사 기물을 파손하고 정액을 묻혀놓거나, 서민들을 비하하는 구호를 외치거나, 매춘 여성들을 동석시키는 행동도 욕먹어야 하는 일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그들의 인생이고 선택이니 알아서 하라고 하지 뭐. 사람들은 어찌 됐든 간에 끼리끼리니까.   


하지만 영화에서 그들은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을 넘었다. 그리고 그 행동이 철없는 20대 초반의 청년들을 빌런들로 만들었다.


신입회원을 환영하기 위한 비밀스러운 만찬을 위해 한적한 곳에 위치한 평범해 보이는 레스토랑의 큰 방을 빌린 그들, 턱시도를 차려입고 일단 입구에서 사진 한방 박고, 식사 시작 전 여왕에 대한 충성심을 보이는 귀족들답게 목이 터져라 국가를 부른다. 이때부터 다른 일반 손님들이 슬슬 불편해 하지만, 식당의 주인은 돈을 펑펑 쓸 예정인 젊은 손님들을 두둔하며 잘 접대해 주자고 직원들을 타이른다.


여왕에 대한 충성심을 증명하고 시작하는 빌런들의 고상한 파티!


점점 취기가 오를수록 젊은 손님들은 더 오만해져 간다.

소란에 그냥 나간 손님들에 대한 보상금으로 3,500만 파운드 (약 5천만 원 정도)를 건네며 거들먹거리고, 레스토랑의 모든 기물을 닥치는 대로 부수기 시작한다. 콜걸도 불렀는데, 테이블 밑에서 모두를 만족시켜 달라는 무례한 부탁을 해 거절하고 나가자, 알리스터는 마일즈에게 선 넘는 장난도 해버린다. 바로 그의 핸드폰으로 '중산층' 여자친구 로렌을 불러서 같은 부탁을 한 것.

졸업할 때까지의 등록금을 내주겠다는 둥의 소리를 하자, 로렌을 남자친구인 마일즈를 쳐다보고 그는 치명적인 말실수를 해버린다.



네가 알아서 선택해, 꽤 큰돈이잖아

로렌은 실망해서 뛰쳐나가고, 모든 상황은 더 미쳐 돌아간다. 보다 못한 주인이 제발 그만 좀 하라고 하자 빌런들은 집단 폭력을 행사해, 중태에 빠트린다.



그들은 하룻밤사이에 선량한 일반 시민에게 큰 피해를 끼쳤다. 이 하룻밤에 있었던 일들만으로도, 그들은 이번화의 빌런들로 뽑히기에 충분하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결말, 그리고 그들은 어쩌다가 빌런이 되었나?


빌런들은 그들에게는 해피 엔딩, 영화를 보는 우리에게는 새드 엔딩을 맞이한다.


10명이 모두 구치소에 들어가 조사를 받지만, 부모들의 영향력 덕분에 학교에서의 퇴학도 면하고 그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는다, 심지어 빌런들 중의 빌런 알리스터도 아무 처벌도 받지 않은 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자신의 삶을 살 기회를 얻는다.

또한, 잘못의 책임소재를 가리는 과정에서 한 명이 다 뒤집어쓰자는 더러운 묘안을 내놓는 모습에서 메스꺼움도 느껴진다.


영화를 보는 내내, 필자는 이런 궁금함이 들었다 - 도대체 무엇이 저들을 저렇게 만들었나?


돈이 계층을 나누는 기준이 되는 우리나라와 달리 (ex, 삼성 이재용의 가문의 전통은 아무도 관심 없다, 그가 삼성의 후계자이고 막대한 부가 있기에 상류층이라고 불린다), 그에 반해 유럽은 '문화'에 초점을 맞춘다, 귀족과 전통 있는 가문으로 축으로 그들만의 리그가 몇 백 년간 존재해 왔으며, 그들은 물론 돈도 있지만 '교양'을 지키는 것이 그들 스스로의 품위를 지키는 행동으로 본다.

오늘의 빌런들은 모두가 그 범주에 들어있는 집 자식들이고, 자라면서 화술, 식사 매너, 심지어 'Posh English'라고 불리는 영어 엑센트까지 철저하게 교육받으면서 자랐음에 분명하다.


그렇다면,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마음속의 열등감, 피해의식등이 그들을 '교양 없는' 빌런으로 만들었음을 짐작케 한다.



알리스터는 부모의 과중한 기대와, 라이엇 클럽의 회장 출신인 형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과 열등감을 동시에 느끼는 인물이다. 그런 이유로,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과한 분노를 표현함으로써 자신이 우위에 있다는 느낌을 끊임없이 증명하고 싶어 한다 - 자신이 폭행한 레스토랑 사장에게 "당신은 사실 나를 좋아해, 나처럼 되고 싶어 하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을 뿐"이라는 명언을 날리면서 자신의 못남을 증명한다.


드미트리라는 인물은, 영국에서 자라며 상류층 엘리트 코스를 밣았지만, 그리스 인이다.

그것이 다른 회원들과 그 사이의 결코 좁힐 수 없는 차이다 - 그릭 요구르트를 먹으며 그를 조롱하고, 또한 선박을 여러 채 소유한 거부의 아들임에도 그리스인이기에 라이엇 클럽의 회장이 될 수없다.

드미트리의 열등감과 피해의식은 그러한 것으로부터 파생되는 부정적인 에너지이고, 그 또한 그 에너지를 알리스터와 같은 방법으로 같은 대상들에게 풀어낸다.


하지만, 마일즈는 좀 다르다. 분명 같은 환경에서 같은 교육을 받고 자랐지만, 수수하고 특권의식 같은 것이 없다. 초반에는 자신도 진정한 상류층으로 분류되는 것에 대한 갈망과 희열이 있었지만, 클럽의 실상을 본 후뒤도 돌아보지 않고 탈퇴를 결정한 것이 그는 뭔가 다르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런 선택의 배경에는 사리를 분별할 줄 아는 그의 정신적 건강함이 뒷받침되었을 것이다.


필자는 이 영화를 보면서, 사람을 빌런으로 만드는 것은 개개인의 피해의식과 열등감에 기반하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여럿 모이면 위험하고, 경제적인 능력까지 있다면 매우 위험하다, 인성이 부족한 놈들에게 돈이란 흉기니까.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 유튜버 '무비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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