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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틀 창 Jun 16. 2023

언더독이자 빌런: 스티브 잡스

영화 '스티브 잡스' (2015)

#언더독으로써 스티브 잡스


대학을 다니다가 자퇴하고 이것저것 하던 스티브는 불우한 가정출신에 사회성도 좋지 못한 '본투비 언더독'이다.


우연히 비디오 게임사에서 일했던 계기로, IT에 관심이 생겨 어떻게 하다 보니 워즈니악이라는 귀인을 만나 덜컥 애플이라는 이름의 회사를 차려버렸다.

그들의 타도 대상은 그 당시 컴퓨터 시장을 지배하고 있던 탑독 IBM,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거쳐 1984년 마우스로 클릭만 하면 되는 사용자 입장에서 매우 편리한 '매킨토시'시스템을 내놓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어 깔끔하게 망했다 - 그 대가로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쫓겨나는 역대급 흑역사를 작성한다.


보통의 사람 같으면 여기서 '더러워서 내가 다른 거 하고 말지'라는 생각으로 욕한 바가지하고 그 분야를 떠날 텐데 괴짜 스티브는 달랐다.


자신이 만든 회사이자 자신을 쫓아낸 회사에게 복수를 하고자 하는 마음에 NEXT라는 회사를 만들고 '큐브'라는 컴퓨터를 선보인다 - 돈을 벌고자 하는 게 아니었다, 사실 그도 폭망 할걸 알았는데 그냥 했다, 애플을 거슬리게 하고 싶다는 이유로. 보통 또라이가 아니다.


그의 예상은 적중해 버렸다. 그를 해고하고 실적이 나날이 바닥을 치던 애플은 애증의 관계 스티브를 CEO로 복귀시키고,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1998년,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쓰고 있는 시리즈 '아이맥'을 발표한다 - 극적으로 마지막 기회에 보여주려고 아끼고 아낀 것 같다.



언더독으로써 스티브는 높은 자존감을 바탕으로 자신을 믿고 끝까지 밀고 나갔다.

최악의 순간에도 자신을 다시 증명하고자 일부러 다른 회사를 차려 자신에게 시선을 집중시키고자 하는 신박한 작전을 펼칠 정도로 배포도 컸다 - 결국 그는 현재 전 세계를 지배하는 IT계의 슈퍼 탑독 애플의 신화를 만든 장본인으로 추앙받는다.


자, 여기까지는 오로지 언더독으로써의 스티브, 즉 멋진 것만 골라낸 스토리이다.


#빌런으로써 스티브 잡스


한마디로 그는 성격 파탄자다.


- 친부모에게 버림받은 경험이 있는 그는 자신의 딸에게 자신과 같은 경험을 선사하고 싶어 했다.

혼인 관계가 아닌 사이에서 태어난 딸을 남처럼 대했다. 재판을 통해 친자검사를 한 아이엄마가 울며 애원하자 이렇게 말한다.


얘가 내 딸일 확률은 94.1% 뿐이야

내 딸인지는 모르겠지만 컴퓨터 좀 하는구나?


-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들의 감정은 신경 쓰지 않는 소시오패스다.

매킨토시 발표회에서 워즈니악은 함께 고생한 팀원들에게 한마디만 해달라고 하지만 스티브는 이렇게 말한다.


시간 없어, 제품에만 집중하고 싶다

완벽주의 기질이 있어, 갑자기 행사장안에 출구 표시등을 없애라고 하지 않나, 작은 시스템 오류가 나자 출시 발표를 다 엎어버리라고 하고, 문제를 당장 해결하라고 고래고래 고함만 질러댄다.


정말 싸다구를 날리고 싶다.


워즈니악을 비롯한 그와 함께 일했던 수많은 사람들은 죽을 때 몸에서 사리가 몇십 알씩 나올 것 같다 - 그런 그가 맘을 터놓고 이야기하던 단 한 사람이 있었는데, 현재까지 디즈니 CEO를 맡고 있는 밥 아이거다. 스티브가 디즈니에 픽사를 판 가장 큰 이유는 그의 존재 때문이었다.


그는 주위사람들에게는 지독한 빌런이었다.


해도 해도 너무한 거 아니오!


#그래도 빌런이기만 한 게 아니라 다행이다


영화는 언더독 히어로와 빌런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스티브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같다 - 스티브 잡스가 빌런이기만 한 게 아니라서 얼마나 다행인가!


마냥 나쁜 놈이기만 했다면, 필자가 '언더독'이라는 타이틀을 달 일도 없었을 것이다. 물론 똑똑하고 능력이 있다면 인성은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는 대중에게 인정을 받았다 - 그의 빌런 적인 면모를 알고도 더 큰 업적이 약점을 가리고도 남는다는 이야기다.


컴퓨터 산업에 진한 업적을 남긴 '천재' 스티브 잡스는 개인용 컴퓨터의 시대와 스마트폰의 시대를 연 '시대의 아이콘'이 되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른 나이에 세상을 등진 그를 그렇게 기억한다.


매우 매우 입체적인 인물이었던 그는 사후의 판단까지도 우리에게 맡긴 것만 같다.


난 놈은 난 놈이다.



<사진 출처 - 다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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