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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우히어 Jan 31. 2019

그래도 '너'에게는 받고 싶어

"모두에게 사랑받을 필요는 없다"를 읽고


뭘?

사랑을...

     

기억나? 우리 예전에 경기도의 끝과 끝에 살아서 나름 장거리 연애를 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 때는 차를 타면 한 사람은 운전석, 한 사람은 조수석에 앉아서 재잘재잘 도란도란 참 많이 수다 떨었는데, 이제는 나란히 탔을 때, 차가 신호에 걸리면 그 정적이 왜 그리도 힘든지, 신호는 왜 그리도 길게 느껴지는지.

     

음식점에 가서 주문을 하고 음식이 나오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차에서 내려 잠깐 걸어가는 동안 생기는 너와의 거리가 길고 멀게만 느껴져. 예전에는 하루 종일 같이 있고도 각자 집으로 돌아가 밤늦도록 전화기를 붙들고 또 얘기를 했는데, 이제는 통화목록에서 너의 이름을 찾는 것조차 어려워.

     

언제부터였을까? 내가 생각하는 그때? 아님 더 일찍? 아님 더 나중? 왜 이렇게 되었을까? 나 때문에? 너 때문에? 아님 둘 다?

     

오늘 예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들춰보다 이런 문구를 봤어.

     

“자기의 생각만 덮어 놓으면 잘 지낼 수 있는데 굳이 불화와 다툼을 부를 필요는 없지 않으냐는 생각은 결국 대가를 치르게 된다.” - ⌜모두에게 사랑받을 필요는 없다⌟ 중 - 재키 마슨 저

     

내가 생각하는 우리가 이렇게 된 이유를 딱 설명해주는 말이었어. 관계가 오래 되고 여러 측면에서 더 깊어질수록 그 관계를 ‘잘’ 유지하기 위해서는 크든 작든 너로 인한 것이든 나로 인한 것이든 서로의 차이를 발견할 때마다 그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말하고 그 차이를 좁히기 위한 우리만의 방법을 의논했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어. 내 생각만 덮어놓으면, 내 감정만 누르면, 내 기분만 다스리면 되는 줄 알았어.

     

근데 왜 그랬을까? 바빠서? 피곤해서? 말을 꺼내면 나뿐만 아니라 너까지 스트레스 받을 것 같아서? 말을 하다보면 감정적이 되어 기분만 더 나빠질 것 같아서? 돌이켜 보니 그 어떤 이유도 와 닿지 않네.

     

사람이 참 웃겨. 언제부터인지 무엇 때문이었는지 어찌되었든 덮어놓고, 누르고, 다스리기로 했으면 죽 그렇게 지내면 될텐데, 왜 아직도 나는 나에게 냉담한 너를 대할 때마다 눈물이 날 것 같은지. 내 말을 건성으로 듣는 너에게 화가 나는지. 나의 일상에는 관심도 없는 너에게 서운하기만 한 건지.

     

그런데 더 웃긴 건 뭔지 아니? 아마 이 글을 네가 읽는다면 어이없어 할 거라는 걸 또 내가 안다는 거야. 나 역시 너에게 똑같이 대하고 있으니까. 마주치지 않으려 하고, 묻는 말에만 대답하고, 차가운 표정으로 널 대하니까.

     

우리 너무 멀리 와 버린 걸까? 돌이킬 수 없는 걸까? 서로에게 차가운 배려만을 건네며 계속 함께 하는 것이 맞는 건지, 아니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면 더 늦기 전에 관계를 끝내는 것이 맞는 건지 사실 잘 모르겠어. 그걸 알면, 그리고 그게 답이 정해져 있는 거라면, 삶이 지금보다는 더 심플해질까?

     

모두에게 사랑받을 필요는 없지, 그리고 받을 수도 없고. 하지만 너에게는 받고 싶어. 나는 여전히, 너에게는, 받고만 싶어. 이런 나라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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