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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우히어 Sep 16. 2022

계속 그렇게 살 거야?

오늘부터 100일 후가 크리스마스!

      

#어젯밤 

    

계속 그렇게 살 거야?     


내가 누군가에게 한 말? 아니면 내가 누군가에게 들은 말?


후자이다. 자려고 누워있는데 내 귀를 때리는 말.      

누가 잘 밤에 나에게 이런 말을 했냐고?     

바로 나보다 서른 살이나 어린 딸.     


이렇게만 쓰고 글을 끝내면 나와 딸의 사이가 매우 안 좋거나, 이제 초5인 딸이 좋게 말해 성숙 나쁘게 말해 네가지가 없다고 여길 것 같아 조금 전후 사정을 설명하려고 한다.      


지난 6월 5일 나는 자전거를 타다 이상한 자세로 넘어지는 바람에 오른쪽 발목에 금이 가는 고통을 겪었었다. 그 일 이후 100일 정도가 지난 현재 나의 오른쪽 발목은 일상생활을 하는 데는 거의 지장이 없지만 발목을 많이 구부려야 하는 동작을 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상태이다.      

 

아직도 계단을 올라갈 때보다는 내려갈 때 조금 불편함이 있으며, 걸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뛸 때는 오른발을 땅에 디딜 때 약간의 통증이 있으며, 발리에서 요가를 할 때 무릎을 꿇고 앉은 자세에서 몸을 뒤로 젖히는 동작을 나는 할 수가 없었었다. 그밖에도 요즘 골프를 배우는 중인데, 백스윙 후 임팩트 동작이 뜻대로 되지 않아 답보 상태인 이유가 아무래도 오른쪽 발목의 뻣뻣함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무튼 큰 지장은 없지만 따지고 들면 역시 다치기 전보다 안 좋은 것은 분명하다. 발목을 다쳐본 것은 처음이라 원래 100일 정도가 지나도 이런 상태인 것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나는 안다. 내 발목이 왜 아직도 뻣뻣한 건지. 치료를 제대로 안 받아서이다.         


다치고 처음 2주 동안은 병원을 더 가까운 곳으로 옮겨가며 나름 치료를 받아봤지만 섣부른 내 판단으로 마음대로 반깁스도 풀러 버리고 물리치료도 2~3번 받고 안 받았다. 그때 의사의 말대로 답답하더라도 깁스를 계속하고 있고 물리치료도 더 받았다면 지금 상태가 더 나을지 모르지만, 그것 역시 알 길이 없다. 그걸 확인하기 위해 다시 발목을 다쳐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나는 후회는 없다.      


아무튼 그런 상황을 비교적 상세히 알고 있는 딸이다 보니 어젯밤 자기 전에 잠시 스몰 토킹을 하던 중 내가 “아직도 발목이 조금 뻣뻣해~” 했더니 딸 나름대로는 나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계속 그렇게 살 거야?(이제라도 병원에 가봐~)”라고 했던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딸 앞에서는 겉으로는 일부러 장난스럽게 상처받은 척 충격 먹은 척을 했더니 딸이 “아니 그런 뜻이 아니고~”하며 말을 수정하기는 했지만, 사실 그 말 자체가 나에게 준 임팩트가 어젯밤에는 꽤나 크게 다가오기는 했었다.      


계속 그렇게 살 거야?     


내 몸을, 발목의 상태를 나는 아는 것처럼 지금 내 삶을 대하는 태도를 나는 잘 알고 있어서 그럴 것이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좀 아니다 싶은 부분이 있었기에 누군가 나에게 그렇게 말을 했을 때 속마음으로 뜨끔했던 것이다.      


좋은 글쓰기는 ‘솔직한 글쓰기’라고 하는데, 나는 아직도 좋은 글을 쓰기는 힘들 것 같다. 내가 왜 요즘 내 삶의 태도에 당당하지 못한 지 이 글에 밝힐 수가 없을 것 같다.     


키워드만 말하자면, 일과 인간관계. 사실 어찌 보면 삶에서 가장 큰 두 가지 축이다. 물론 역시 남들이 겉으로 보기에는 큰 문제는 없다. 없어 보인다. 그리고 요즘 좀 한가하다 보니(한가하다는 것이 일과 관련된 문제 중의 하나) 잡생각(인간관계에 관한)이 많아져서 문제라고 여겨지는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오늘 아침     


조심스럽게 뛰어보았다. 자고로 몸이 힘들면 잡생각이 사라지는 법이니까. 5 4 5 3 5 3 5. 



5는 550m를 한 바퀴 걷는 데 걸린 시간, 중간 중간의 4,3,3은 뛰는 데 걸린 시간. 내 발목의 상태가 어떤지 확실히 알 수 있는 기록. 빠르게 걷는 것과 뛰는 것이 큰 차이가 없는 상태.

      

앞으로 또 100일 후면 (공교롭게도) 2022년 12월 25일이다. 


그때쯤엔 내 발목도 그리고 내 삶도 정상화가 되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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