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기 안내서
길 잃기 안내서라는 책이
장바구니에 담겨 있다
나는 그 책을 읽지 않았지만
이미 길을 잃었다
어제 모카빵이 맛있는
카페를 갔었다
화장실에서 나와서
주차장으로 가는 길을 몰라
한 바퀴를 빙 돌았다
그런 나를 보고
누군가는 웃었다
같은 길을 적어도 다섯 번은 가야
눈에 익는다
아직도 내가 사는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내 차를 찾아 헤맨다
아직도 내가 서 있는 이 자리에서
내 자리를 찾아 헤맨다
서 있기는 한걸까
문득 그게 궁금해진다
지금, 여기 나를 찾아가는 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