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종 쓰기 3
읽고 싶은 책들을
장바구니에 담아 두었다가
주문한다
주문했던 책들이 도착하는 날
어린왕자를 기다리는 여우처럼
설렌다
행여나 책에 흠집이 갈까
박스에 붙여진 테이프를
살살 떼어 낸다
두꺼운 책은 맨 아래에
얇은 책은 맨 위에
반듯이 놓여 있다
책은 다 좋지만
그중에 으뜸은
새 책이다
책등만 보이게
나름의 순서대로 눕혀놓고
사진을 찍는다
아직 아무도 펼쳐보지 않은
빳빳하고 차가운 표지를
넘겨본다
페이지를 들춰보며
어떤 책을 먼저 읽을지
행복한 고민을 해 본다
가끔은 그 자리에 선 채
책의 일부분을
정독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체로 막 도착한 책은
이미 읽고 있는 책들에 밀려
며칠 동안 쌓아놓은 그대로 있게 된다
내 시선이 머무는 곳 어딘가에
읽어야 할 새 책들이
단정히 누워있는 모습
진행 중이던 독서에
박차를 가하는
유일한 자극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