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길 단어로 시 쓰기 6
내내 누워 자던 아가가
집에 손님이 오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방긋방긋 웃는다
엄마와 있을 때는
밥을 잘 안 먹는 아이가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유독 잘 먹는다
교과서 위에 로맨스 소설을 놓고
읽던 소녀는
선생님이 지나가면
잽싸게 소설을 숨긴다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웃고 떠들던 여자는
집으로 돌아오면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버린다
팀장님 앞에서
고분고분하던 남자는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경적을 크게 울리고 욕을 내뱉는다
아이가 학교에 갔을 때
티브이만 보던 엄마는
아이가 돌아오면
청소기를 돌리고 설거지를 한다
회식할 때 새벽 3시까지
쌩쌩하던 아빠는
아이가 놀아달라고 하면
피곤하다고 잠을 잔다
자식들 앞에서는
온몸이 아프던 어르신은
친구들 모임이 있는 날
새벽부터 활기차게 꽃단장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