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도 아름다운 사람
⌜티파니에서 아침을⌟을 보고
작년에 읽었던 책을 정리하면서 올해는 내가 읽은 책을 읽게 된 계기도 같이 기록해 놓기로 다짐했었다. 올해 읽은 책은 6권인데, 벌써 그중에 한 권의 책을 어떻게 구매하고 읽게 되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트루먼 커포티의 ⌜인 콜드 블러드⌟라는 책인데, 아마도 작년에 읽었던 어떤 책을 통해 알게 된 것 같은데, 그게 어떤 책인지가 기억나지 않는다. 그걸 알아보자고 작년에 읽었던 책을 다 들춰볼 수는 없겠지만, 마음 한 구석이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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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거고, 이 책을 읽다 보니 너무 재밌어서 이 작가의 다른 책을 찾아보던 중, 익숙한 제목을 발견하게 되었다. 오드리 헵번의 영화로 유명한 ⌜티파니에서 아침을⌟이 트루먼 커포티가 쓴 소설이 원작이었다니.
생각해 보니, 오드리 헵번은 너무나 유명해서 누구인지 잘 알았지만, 그녀가 나오는 영화를 제대로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미국 문학사상 가장 독특한 여주인공이라는 소개문구에 호기심이 생겨 찾아보니 마침 티빙에 영화가 있었다. 그렇게 나는 1962년 영화를 보게 되었다.
너무도 유명한 오드리 헵번이 티파니 매장 앞에서 빵을 먹는 장면으로 시작해 진정한 사랑을 깨닫고 빗속에서 서로를 부둥켜안는 마지막 순간까지 과장을 조금 보태 눈을 뗄 수 없는 영화였다.
눈을 뗄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아름답다는 말로는 부족한 오드리 헵번 때문이었다.
나는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남자 주인공 못지않게 여자 주인공이 누구인지도 꼭 확인하는 편이다. 여자 주인공이 이왕이면 내 눈에 매력 있고 연기도 잘하는 사람이어야 더 몰입이 되기 때문이랄까. 그런 면에서 오드리 헵번은 정말 완벽 그 자체였다. 같은 여성이 봐도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는 외모에 익히 들어 알고 있는 그녀의 훌륭한 인품이 더해져 내면과 외면이 모두 아름다운 사람의 모습이란 저런 것이구나 경탄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영화의 줄거리 자체는 단순하고, 아무래도 오래전 영화다 보니 중간중간 어색한 장면이라든가 설정(일본인 윗집 남자, 티파니 매장 직원의 과도한 배려 등)이 있기는 했지만, 내 마음을 사로잡은 명대사와 명장면들이 꽤 많았던 것도 인상적이다.
책을 읽을 때 기억하고 싶은 구절이 나오면 페이지를 접어두거나 밑줄을 그어 두었다가 그 구절을 타이핑해 모아두는 것처럼, 가끔 멋진 또는 딱 나같은 대사가 나와 그 장면을 캡처하게 만드는 영상들이 있다.
모아놓고 보니 꽤 많네.
아무튼 이 영화는 거의 우연히 보게 된 셈이지만, 생각보다 오래오래 기억될 것만 같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 오드리 헵번이 불렀던 <문리버>의 가사도 오래오래 곱씹게 될 것만 같다.
최근에 ⌜화양연화⌟, ⌜멋진 하루⌟를 다시 보았고, 어쩌다 보니 ⌜연애 빠진 로맨스⌟를 세 번이나 보게 되었다. 예전에는 잘하지 않던 행동들이다. 웬만해서는 한 번 봤던 영화를 다시 보는 일이 없는데, 안 하던 행동을 하는 것을 보니 내가 나이가 든 건가 싶기도 하다(원래 안 하던 짓을 하면 죽을 때가 된거라던데 그건 아니겠지?;;). 아니면 새로운 영화 중에 그만큼 볼 것이 없는 것일지도.
위 영화들의 포스터를 찾다보니 장만옥, 전도연, 전종서 이 세 사람은 아까 위에서 말한 여자인 내 기준에서 매력적이면서도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이기도 하다. 양조위, 하정우, 손석구가 내가 좋아하는 남성 배우들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오드리 헵번의 다른 영화들도 시간 되면 찾아봐야겠다.
그리고 나도 조금은 더 외면뿐 아니라 내면의 아름다움을 가꿀 줄 아는 사람이 되어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