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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우히어 Feb 07. 2023

What's the joy of your life?

⌜기발한 자살여행⌟을 읽고

   

자살을 범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기분 좋거나 아니면 적어도 만족스러운 경험을 유도하는 흥미로운 것을 더 이상 찾아내지 못하는 상황, 다시 말해 일종의 체험 무능력에 있었다. - 기발한 자살여행, 78p     



What's the joy of your life?

(네 삶의 낙이 뭐니?)     


하고 누가 물었을 때, 나는 뭐라고 대답을 했던가.      


실제로 내 삶에 두 가지의 Joy가 존재하긴 한다. 태명이 Joy였던 나의 외동딸과 딸의 태명을 물려받아 우리 가족에게 Joy라고 불리우고 있는 고양이 한 마리.      


딸의 태명이 정Joy(정조이)가 된 이유는, 단지 우리에게 기쁨이라는 의미에서만은 아니고, 그 세 글자 안에 나와 남편, 그리고 양쪽 부모님(남편 부모님 - 정 & 이, 내 부모님 - 이 & 조)들의 성이 다 들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은 나름 영어로도 한글로도 다 의미 있는 정조이라는 태명이 꽤나 멋들어지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딸이 9살 때 함께 살기 시작한 고양이에게 그 이름을 그대로 넘겨주기까지 했다.    

    

딸과 고양이의 이름이 조이이긴 하지만, 사실 그 둘이 나에게 온전히 기쁨인 것만은 아니다. 물론 이 세상 그 어떤 존재보다 나에게 기쁨과 따뜻함, 행복감, 평화로움, 안정감 등등을 주는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그에 반대되는 감정들도 주기 때문이다.      


그 반대되는 감정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른 글에서 다루기로 하고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그래서 내 삶의 낙은 무엇인가? 무엇일까? 나는 무엇을 할 때 가장 즐거운가?       


보통 이와 같은 맥락의 질문으로는 여가 시간에 무엇을 하니? 가 가능할 것 같다.      


누군가 나에게 이 질문을 할 때 나의 대답은 그때의 상황에 따라 조금씩 바뀌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 걷기, 독서, 글쓰기, 등산, 운전하면서 음악 듣기, 마음에 맞는 친구와 술 한잔 하며 수다 떨기 정도를 말하게 된다. 딱히 어려운 일들은 아니고 언제든 마음먹으면 손쉽게 할 수 있는 일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마지막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나 혼자서 할 수 있는 것들이기도 하다.     

 

걷거나 책을 읽고 지금처럼 글을 쓰고 산을 오르내리고 운전하면서 음악을 들을 때, 나의 기분은 솔직히 말하면 너무 즐거워서 흥분된(exciting) 상태라기보다는 기분이 좋고 편안한(pleasant and comfortable) 상태에 더 가까운 것 같다.      


기분이 좋고 편안한 상태도 물론 너무나 필요하고 그 조차도 여러 가지 이유로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에 비하면 나는 행복한 것이지만 예전에 비해 아주 즐거운 상태를 경험하는 경우가 현저히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그 이유가 흔히들 말하는 것처럼 나이가 들어서인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더 있는 것인지가 바로 내가 궁금한 부분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노화)은 생명체라면 누구나 피해 갈 수 없는 당연한 현상이며, 살아갈 날들보다 살아온 날들이 조금씩 더 늘어난다는 것(죽음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가는 것)은 앞으로 새롭게 할 경험들보다는 이미 경험해 본 것들이 더 많아진다는 것이기도 할터이다.      


매일매일이 새롭고 낯선 그래서 즐거웠던 어린아이의 삶과 그날이 그날 같아서 더 이상 새로울 것도 신기할 것도 없는 어른의 삶.      


자연사로 죽음을 맞이하는 인간의 경우라면 어린아이로 사는 시기보다 어른으로 사는 시기가 훨씬 길기에 그 긴 시간 자체가 주는 무료함, 지루함, 재미없음이 더 지겹게 느껴지는 것이기도 하겠지. 그래 그렇다고 하더라도, 어른이 되어서도 어린아이처럼 그때의 마음으로 그때의 기분으로 매일매일을 새롭고 즐겁게 살 수는 없는 것일까?     


그렇게 사는 사람도 있긴 하겠지. 지금 딱 떠오르는 사람이 한 명 있다. 노홍철. 알려진 사람 말고 내 주변에도 이런 사람이 있을까? 글쎄, 딱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다.      


오히려 내 주변 사람들은 그나마 나를 어느 정도 노홍철에 가까운 인간으로 여기기도 할 것이다. 하고 싶은 것은 좀 하고 가고 싶은 대도 좀 가고 먹고 싶은 것을 딱히 못 먹지도 않으며 엄마나 아내, 딸이나 며느리, 심지어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로서의 삶보다는 나 자신으로서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유형으로 나를 생각할 테니까.      


그런데 정작 나 자신은 삶이 즐겁지가 않은지 꽤 된 거 같다. 사실 이 문장을 올리기는 역시 조금 망설여진다. 이 글을 볼 나를 실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삶이 즐겁지가 않다는 내 고백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걱정하거나 그 조차도 복에 겨운 소리라며 시기하거나 비난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그런 그들(타인)의 반응으로부터 조금씩 거리를 둬보려고 한다.      


아무리 나를 아끼고 나와 가까운 사람이라고 해도 나를 온전히 다 이해하거나 다 알지는 못하는 것이니까.

      

삶이 즐겁지가 않았던 나는 최근 몇 개월 간 내 나름대로 즐거워보려고 애를 써보았다. 뭐 이 또한 지나가는 과정이기에 나중에 지금을 돌아보면 ‘그래, 그때 참 즐거웠지.’라고 회상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그렇게 애를 써보았어도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나만의 즐거움을 추구한 결과, 잠깐씩 즐거웠던 적이 왜 없었겠냐만은 뭐랄까 즐거움과 즐거움 사이에 어김없이 찾아오는 일상이 오히려 더 지겹게 느껴지기도 했고, 즐거움으로 인한 효과가 지속되는 기간이 점점 더 짧아지기도 했다.      


지난여름 한 달 동안 발리에 있을 때 느꼈던 그 즐거움은 얼마나 지속된 것일까? 그건 잘 모르겠지만, 불과 한 달 전 사이판에 있을 때 느꼈던 그 즐거움은 그새 사라져 버린 것 같다.      


적절한 비유가 되지는 않겠지만, 마약이나 도박, 알코올, 아니면 게임 아무튼 무엇이든지에 중독되는 사람들이 이런 상태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처음보다 자꾸만 더 큰 자극을 좇다 보니 나중에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는.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다는 말도 결국 이전보다 더 큰 만족을 추구하는 인간의 성향을 반영하는 표현일 것이다.      


정말 인생을 포기(내가 생각하는 포기란 두 가지인데, 막살거나 아니면 죽어버리거나)할 정도로 내가, 내 삶이 즐겁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의식적으로 생각해 본다. 그리고 즐거움만이 인생의 의미는 아니라는 것도 물론 안다. 더 가치 있고 더 소중하고 더 중요한 것들이 물론 많이 있다. 하지만 그 사이사이 지금보다 즐거운 일들이 조금 더 많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렇게나 나의 즐거움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 같은 유형에게 그 즐거움은 남이 나에게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찾아야 하는 것이겠지.   

   

올해는 걷기, 독서, 글쓰기, 등산, 운전하면서 음악 듣기, 마음에 맞는 친구와 술 한잔 하며 수다 떨기 말고 조금 더 내가 즐거울 수 있을 일을 찾는 한 해로 만들어봐야겠다.      




글을 쓰고 궁금해져 친구들에게

What's the joy of your life? 라고 물어보니

한 친구는 신, 자기자신,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하고

또 다른 친구는 영화, 여행, 한잔 이라고 하네요~

여러분의 삶에서 즐거움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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