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나를 들여다보기

by 나우히어
모든 감정은 지나가는 손님이다.
그들을 억지로 쫓지 말고,
조용히 지켜보라.
그렇게 당신은 자신을 다시 만난다.
– 루미 (Rumi), 《The Guest House》


평일 빨간 날이 이틀이나 있는 이번 주. 가족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요즘은 빨간 날보다는 평일이 더 좋다. 남편은 출근하고 아이는 등교하고 나는 아침 산책을 하고 돌아와 씻으면 그때부터 통으로 주어지는 나만의 시간은 평일에만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때때로 남편의 출근이 늦는 날은 아침을 차려주기도 하고 나도 일주일에 한 번씩 오전에 회의가 있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평일에는 빨간 날에 비해 혼자만의 시간이 더 많이 주어진다.


요즘 들어 빨간 날 아점 한 끼 집밥으로 먹는 것도 왜 그리 하기가 싫은지. 거창한 메뉴가 아니더라도 준비해서 먹고 치우는 데까지 꼬박 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그 중간에 빨래도 돌리고 널고 하다 보면 빨간 날은 일어나서 자리에 앉기까지(또는 침대에 눕기까지) 3시간 정도를 서 있어야 한다. 어차피 평일 아침이나 평일 저녁에 정성스러운 식사를 준비하는 입장이 못되다 보니 나로서도 빨간 날 첫끼만큼은 집밥으로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가급적 노력하는 편이지만 그 한 끼도 하기 싫을 때가 있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아무튼 그다지 달갑지 않은 평일 빨간 날이 두 번이나 있는 이번 주, 어제와 오늘은 나에게 소중한 시간이다. 그 소중한 어제와 오늘 나는 예정에 없던(?) 그야말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사실 조금 걱정되기도 했다. 무료하면 어쩌지, 외로우면 어쩌지, 심심하면 어쩌지 등등. 그런데 물론 무료하고 외롭고 심심하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좋은 면이 있다. 나를 들여다보기. 요즘 좀 소홀했던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 이 시간이 나에게 매우 필요했음을 느낀다.


내가 나를 들여다보는 방법은 역시나 글을 쓰는 것임을 깨닫는다. 얼마 전에 어떤 모임에 나를 소개하는 문구로 ‘읽고 걷고 쓰는 사람’이라고 했었는데, 요즘 그중 읽고 쓰는 것을 많이 안 하고 있어 스스로 좀 찔렸었다. 어떤 연유에서든 나에게 주어진 이 혼자만의 시간 동안 많이 읽고 쓰며 나를 들여다보려 한다.


나는 그때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나는 왜 끝나면 시작하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알면서도 시작을 했는지.

나는 왜 타인의 노력을 쉽게 생각하는지.

나는 왜 타인의 인생을 가볍게 여기는지.

나는 왜 그래서 본의 아니게 상처를 주고 미움을 받는지.

나는 왜 또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지.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실수는 되풀이된다. 그것이 인생이다.
- 『모순』, 양귀자


최근에야 그 진가를 알게 된 양귀자 작가의 말에 위안을 얻으며, 다음에 또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할지라도 지금 이 순간은 그러지 않을 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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