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헌팅 업무 9개월 차
2025년 6월 넷째 주
오늘 새벽 3:55
전화벨 소리에 잠을 깼다.
시어머니가 지난밤 응급실에 입원을 하셨는데, 최악의 경우 심정지가 올 수 있으니 병원에서 가족들에게 모두 연락을 취하라고 하여 시아버지가 연락을 하신 거다.
시어머니는 지병이 있으시다. 신장이 안 좋아 주 3회 투석을 받으신 지 벌써 10년 가까이 되셨다. 연세는 올해 팔순.
최근에 집 앞에서 넘어져 왼쪽 팔이 부러지는 일로 수술을 받으셨고, 올해 10월에는 무릎이 안 좋아 그 수술도 예약되어 있으시다.
고령에 지병이 있으신데 올 한 해만 큰 수술을 두 번. 그것만으로도 다들 항상 마음을 졸이고 있는 상황인데, 지난주 토요일 투석 이후 일, 월 지나면서 무슨 연유인지 컨디션이 급 다운되고 급기야는 호흡곤란 증세가 와서 아버님이 급하게 병원으로 모시고 갔고 두 아들들에게도 연락을 하신 거다.
남편과 아주버님은 눈이 벌게졌고 나와 형님은 얼굴이 하얘졌다. 거의 밤을 꼴딱 새신 노령의 시아버님의 상태야 말할 것도 없고. 아무튼 어머니는 응급실에서 새벽 6시에 중환자실로 이동. 그곳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기에 7시즘 해산하여 각자 집으로 왔다.
간밤의 상황을 모르는 딸은 평소대로 등교했고, 남편은 잠깐 눈을 붙이고 출근했다. 나도 이제 눈을 좀 붙이려는 그때 전화가 왔다.
저장이 안 되어 있는 그러나 최근에 연락을 취해서 익숙한 번호. 바로 후보자의 번호였다. 화요일 아침 9시 4분? 이번 주 목요일 오후 2시에 면접이 잡혀 있는 후보자. 밀려오는 쎄한 느낌.
역시나 목요일 오후에 급한 미팅이 잡혀 면접 참여가 어려울 것 같은데 조정이 가능하냐는 연락이었다. 잠을 못 자 몽롱한 상태였던 나는 정신을 바짝 차릴 수밖에 없었다. 목요일 원래 시간이 안되면 가능한 시간은 언제냐 확인하고, 부랴부랴 고객사에 연락을 취하는데, 평일 오전이라 바로 통화가 안되었다.
그러는 사이 다시 후보자에게 문자. 목요일 오후 일정이 다시 오전으로 바뀔 수도 있고 그러면 예정대로 면접 참여가 가능할 것 같은데 잠시 후 9:30 회의 후 바로 다시 연락 주겠다.
고객사에 문자를 남겨놓고 대기하는 짧았지만 길게 느껴졌던 시간. 다행히 원래 일정대로 면접 참석 가능하다는 후보자의 연락이 왔고, 새벽 4시부터 시작된 나의 하루는 오전 10시가 되어서야 안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러는 사이 잠은 다 달아났고, 12시에 오랜만에 딸 친구 엄마와 점약이 있어 눈 좀 붙이는 것은 오후에 시도해봐야 할 것 같다.
시어머님과 친정아버지가 비슷한 증상으로 10여 년째 각자 투병 중이신데, 올해 들어 부쩍 급하게 병원 신세를 져야 하는 응급 상황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말을 나의 남편은 아직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지만 어느 정도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함을 느낀다.
양가 부모님의 건강 문제에는 의연한 나이지만, 후보자의 전화 한 통에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부모님의 건강 악화는 10년 전부터 봐왔던 일이고, 헤드헌팅 일은 아직 1년도 되지 않아서 그런 것일까?
이유가 뭐가 되었든 앞으로 헤드헌팅 일을 함에 있어서도 더 많은 응급상황들이 발생할 텐데 조금 더 의연하고 담대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경험치를 더 쌓아야겠다.
조금 전에 시어머님도 안정을 되찾고 주무시고 계시다는 연락을 받았다.
한 치 앞을 모르는 그래서 재밌는? 아니 지루하지 않은? 아니 살아볼 만한 것이 인생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