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도 아니고 첫키스도 아니고 첫눈도 아니고 첫겉절이라니 너무 아줌마스럽나?
뭐 나 아줌마 맞으니까.^^
요즘 딸아이와 나름 다이어트를 한다고 나름 식단을 하는 중이다. 사실 매번 방학 때마다 아이는 다이어트를 한다고 했고 아이가 하는 김에 나도 동참하기로 했고 하지만 제대로 된 적은 거의 없었다.
지난 여름 방학 시작 때도 딸아이는 호기롭게 “오늘부터 다이어트 시작이다!” 하더니 불과 이틀 만에 너무 배가 고파서 안 되겠다며 다음 방학으로 미뤘었다. 남편은 다이어트에 반대하는 입장이고(수능 끝나고 해도 늦지 않다 주의), 나는 반대까지는 아니지만 적극적으로 하라고 하는 입장은 아니다 보니 다이어트 포기에 그 누구도 뭐라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 겨울 방학, 남편의 생일이었던 1/11(일)을 기점으로 나와 딸은 또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우선 4주 프로젝트로 나는 <아침 달리기 + 1일 1식>, 딸은 <1일 1식 + 저녁 유산소 및 홈트>를 하기로 했다. 속으로 이번에는 과연 며칠이나 갈까 했었다.
그런데 2주가 거의 지난 지금 나보다 딸이 더 독하게 다이어트 중이다. 나는 이번 주 한파 소식에 아침 달리기를 실내 자전거로 바꾸었고 중간에 치즈 케익도 아주 조금이지만 두 번이나 먹었다. 그런데 딸은 평일에 학원 다녀온 후 아파트 커뮤니티에 있는 헬스장에 가서 거의 90분씩 운동을 하고 끝나고 15층을 걸어 올라오며 먹는 것도 나보다 더 철저히 관리하는 중이다. (며칠 전 치즈케익을 먹은 나를 어찌나 어이없어하던지.)
중간점검 결과, 나는 처음 시작에 비해 4킬로 감량했지만 그 상태로 며칠째 정체 구간에 접어들었고(딸 말로는 탄수화물을 안 먹어서 그런 거라고 해서 오늘 아점으로 현미밥 반공기를 먹었다), 딸도 4~5킬로 감량을 했다. 나보다 일찍 정체 구간이 오는 것 같더니 요 며칠은 다시 감량 추세인 것 같다.
어쨌든 딸이 나보다 이번 다이어트는 더 독하게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다이어트를 앞두고 남편은 그럼 자기는 뭐 먹냐고 걱정을 했었다. 원래 다이어트를 안 해도 끼니를 정성스럽게 차려주던 편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조금 차이가 나긴 한다. 그래도 너무 삐지면 안 되니까 중간중간 남편만 따로 차려주거나 같이 먹되 다른 음식을 먹거나 한다.
아무튼 다이어트 기간 동안 토요일은 아이 학원이 7시에 끝나니까 데리러 가면서 같이 외식을 하고 오기로 했다. 그러자 딸은 그럼 자기는 토요일은 저녁에 외식을 해야 하니까 저녁 먹기 전까지 아무것도 안 먹겠다고 했다. 그리고 과연 오늘, 나는 남편 아점을 차려주면서 겸사겸사 현미밥에 반찬을 조금 먹고 후식으로 과일과 커피까지 먹었는데, 딸은 과일조차 안 먹겠다고 한다. (이럴 때 보면 내 딸이지만 나보다 낫다 싶고 앞으로 어떻게 살지 별로 걱정이 안 되기는 한다.)
아무튼 얘기가 돌고 돌았는데, 그래서 오늘은 내 생애 첫 겉절이를 담근 날이다.
어제 다이어트 식으로 오리고기배추찜을 먹고 남은 알배기가 있어 유튜브로 겉절이 레시피 두어 개를 보고 참치액젓을 주문해 집에 있던 다른 재료들을 섞어 양념장을 만들어서 버무려보았다. 참치액젓이 조금 많이 들어갔는지 짠맛이 살짝 세게 느껴지긴 했지만 내 입에는 뭐 나름 먹을만했다. 남편도 맛있다고 해줬다. 그리고 무엇보다 비주얼이 마음에 들었다.
김장철이 되면 주변에서 농협 가서 절인 배추를 사다 엄마 집에 갖다 드려야 한다는 둥, 인터넷으로 절인 배추를 주문했다는 둥, 주말에 식구들이 모여 김장을 하고 수육을 삶아 먹었다는 이야기들이 많이 들린다. 나는 그런 얘기들을 들을 때 아주 가끔 부러웠다.
우선 친정이 멀고 엄마가 아직 가게 일을 하는 상황이라 그리고 아빠는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상황이라 몇 년 전만 해도 김장김치를 엄마가 조금씩이라도 보내주고는 했는데 최근에는 그마저도 끊겼다. 그래도 그 와중에도 사위가 좋아하는 파김치나 나 먹으라고 무김치 등을 배추김치와 함께 우체국에 가서 보내주신다. 아무튼 함께 둘러앉아 김장이라는 것을 해본 적은 없다.
그리고 시어머니도 집안일에 손을 놓은 지 오래라 결혼 18년 차이지만 시댁이 김장할 때 가서 도와드린 적이 한 번도 없다.(김장 자체를 안 하시니까)
그러다 보니 나도 김치를 직접 담그는 것을 결혼 후에 어깨너머로 배운 적이 (거의) 없다.
그래서 우리 집 식탁에는 주로 비비고 배추김치와 파김치, 종갓집 보쌈김치가 거의 돌아가며 올라오고 가끔 남편이 보쌈이나 칼국수 등을 사 올 때 더 추가해 오는 식당 김치도 올라온다. 사실 어차피 먹는 양이 많지 않아 그렇게 먹는 게 오히려 더 경제적이고 또 더 신선하고 맛있기도 하다. 하지만 가끔 만약 더 시간이 흘러 엄마가 돌아가시면 나와 내 가족은 사 먹는 김치 말고 직접 담근 김치는 영영 못 먹는 건가. 나는 나중에 딸이 결혼을 했을 때 김치를 담가주지는 못하겠구나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아무튼 오늘로써 그 생각은 사라지게 되었다.
나는 이제 겉절이지만 내 손으로 직접 김치라는 것을 담가보게 되었고 처음 한 것 치고는 맛이 꽤 괜찮아서 앞으로 다른 김치도 HMH(하면 해)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것과 못하는 것은 다르다.
이렇게 40대 중반에 할 수 있는 것이 또 하나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