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

헤드헌팅 업무 13개월 차

by 나우히어



필요불가결하면서도 폭군 같은 이 도구를 제압할 줄 알아야 한자. 내 친구 블라디미르 제드는 이 방면에 정통한 도사가 되었다. 예컨대 그는 전화벨리 울리는 횟수와 음감만으로 전화를 건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아맞힌다고 장담한다. 전화벨이 울릴 때 그의 모습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그는 뭔가 영감 받은 듯한 표정으로 천장의 몰딩 쪽으로 고개를 쳐들고서는 몇 사람의 이름들을 주워섬기거나 멈칫거리며 생각을 더듬어가다가 되돌아와서는 마침내 누구누구라고 딱 잘라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는 물론 수화기를 들지 않기로 즉석에서 결심해 버린다. 그런 식으로 자기 집에 쳐들어오는 폭거는 딱 질색이라는 것이다. - 『짧은 글 긴 침묵』, 미셸 투르니에 산문집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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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연휴가 끝난 뒤의 월요일. 예상은 했지만 예상보다 치열했던 시간이 흐르고 지금은 소강상태.


최종면접에 통과한 후보자의 연봉협상이 결국은 결렬되었고,

이번 주 수요일로 한 후보자의 1차 면접 일정이 잡혔고,

새로운 포지션에 총 12명의 후보자를 추천했고,

대표님과 업무 관련 통화를 주고받았고,

또,,, 한 달 전 추천했던 포지션에 대한 서류 탈락 통보를 했고,

그러는 중간중간 오늘 있을 고1, 고2 학생들의 수업 준비를 했다.


헤드헌팅 일을 시작하면서 통화시간이 확 늘어났다. 대체적으로 통화 자체에 거부감이나 공포를 느끼는 수준은 아니지만, 정말 가끔은 사전에 허락이나 양해를 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들이미는 통화는 좀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나는 정말 긴급한 경우가 아니면, 가급적이면 통화버튼을 누르기 전에 문자를 보내 통화가능한지 아니면 통화가능 시간이 언제인지를 물어보는 편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모두 다르니까, 업무 처리 방식도 다르고, 문자나 톡이나 메일보다는 전화가 더 빠르고 편하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그런 면도 있으니까, 특히 헤드헌팅 일과 관련해서는 어느 정도 내가 그런 부분에 맞추고는 있지만, 여전히 힘들 때가 있다.


특히나 그 통화의 내용이 부정적일 경우에는 더더욱.


요즘 파아란 가을 하늘보다는 온통 가라앉은 그레이의 하늘을 자주 보게 되어서 그런지 주변에서도 우울하다. 가을 탄다, 센치하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하지만 내 가라앉음의 이유는 날씨 때문은 아닌 것 같다...


아니, 아니다.


그 이유를 나는 알지만,

지금 당장 내가 어떻게 할 수는 없다.


조만간 땅이 마르면 등산이라도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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