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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우히어 Nov 09. 2021

생각만으로는 되는 게 없으니까

표현하고 실행하기


나는 프리랜서다. 그래서 근무 시간을 내가 정할 수 있다. 물론 딱 일한 만큼 돈을 버니까 내 또래의 풀타임 근무자들에 비해서는 돈을 적게 번다. 하지만 그것 또한 내가 선택한 것이기에 만족한다. 그래도 일주일에 하루 오전 10시부터 12시 40분까지는 비워둬야 한다. 전체일정 및 팀회의가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화요일(오늘)이다.      


보통 10-12시까지 전체일정이 진행된 후 30~40분 정도 팀일정이 진행된다. 그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 팀장과 우리들은 나름대로 고민하고 계획하고 실행한다. 11월에는 올해가 가기 전에 각자 좋은 습관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나는 아침 운동, (가족에게) 정성을 담은 밥 한 끼, 주변 사람들에게 안부톡 보내기 이렇게 3가지로 정했다. 뭐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불릴 만큼 대단한 것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팀원들과 공유할 수 있으면서도 내가 지킬 수 있는 것으로 정해보았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학생들 대상의 활동지 중 ‘좋은 습관 만들기’ 시트를 활용하기로 했다. 11월 1일부터 21일 동안 나무의 열매를 그려 넣어보기로.

        


오늘 팀원들과 공유를 해야 하기에 지난 일주일을 돌아보았다. 9일 동안 아침 운동을 3회, (정성스러운) 밥 한 끼를 6회, 안부톡 보내기를 3회 달성했다. 어찌 보면 늘상 하는 것들이지만 계획을 했고 기록을 했고 공유를 해야 하다 보니 더 의식하게 된 것은 확실하다.

     

당장 오늘 아침만 해도 비가 오길래 운동을 패스하려고 했다. 어제도 같은 이유로 이미 패스를 했다. 습관 만들기 프로젝트가 아니었다면 패스했을 확률이 높다. 그런데 지난주에 두 번 밖에 안 했어서 오늘 우산을 쓰고 다녀왔다. 역시 하고 오니 좋았다. 마스크를 쓰고라도 바깥공기를 마시고 오니 잠도 깨고 다른 것보다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이 글의 제목과 내용을 구상할 수 있었다.      


안부톡 보내기. 원래는 매일 한 사람에게 연락을 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역시 쉽지 않았다. 나는 평소에 친구들이나 주변인들에게 살갑게 자주 연락을 하는 편이 아니다. 연락이 오면 또는 직접 만나면 최선을 다해 상대방의 말에 집중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평소에 먼저 연락을 하는 편은 아니다.    


  

그런데 어제 정말 우연히 건강검진을 받으러 간 집 앞 병원에서 외사촌 언니를 만났다. 의대를 나와 다른 지역에서 의사 부부로 살고 있다 정도만 알고 있었고, 10여 년 전 딸이 막 태어났을 때 우리 집에 한 번 놀러 왔던 것이 전부였을 정도로 소원한 사이이다. 그런데 어제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언니를 만나니 그렇게 반가울 수가. 반가웠지만 서로 시간이 바빠 많은 대화는 나누지 못하고 급히 헤어졌다. 평소의 나 같았으면 굳이 다시 톡을 보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습관 만들기가 떠올라 어제 집에 돌아온 후 선톡을 보냈고, 실행될지는 모르겠지만 주말에 집에 한번 놀러 오기로, 평일에 점심 한번 먹기로 했다.      


가족에게 정성스러운 밥 한 끼 차려주고 함께 먹기. 작년 한 해 코로나로 나도 확찐자가 된 바람에 올해 들어서는 체중 감소를 위해 기회가 되면 저녁을 안 먹고 있다. 저녁 시간 대 수업이 있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남편이 늦게 오는 날은 애 혼자 한 그릇 식사를 먹거나 남편이 일찍 오는 날은 배달 음식 아니면 내가 간단히 준비해두고 둘이서 차려 먹는 적이 많았다. 그렇게 하다 보니 안 그래도 식구가 많아서 북적북적 대는 집안 분위기도 아닌데 가족들 간에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더 적어지고 각자만의 공간에서 각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에 어느덧 익숙해져 버린 것도 같다.      


저녁 수업이 없었고 남편이 일찍 왔던 며칠 전 어느 날, 집밥은 아니지만 치킨에 맥주를 앞에 두고 오랜만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남편의 회사 생활에 대해 그리고 남편의 고민에 대해 조금은 더 알 수 있었고, 최근에 딸이 자기 방에서 자기 시작하면서 생긴 방의 배치 문제 나아가 향후 주거 문제(?), 겨울방학 여행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이후 딸이 계속 “그래서 방은 어떻게 할 거야? 내가 저 방 써도 돼? 여행은 어디로 가?” 등을 물어보고 있다. 아이의 입장에서는 딱히 어떤 결론이 난 것은 없다 보니 속으로 ‘에이 뭐야’ 싶겠지만, 이야기를 나누고 상대방의 생각을 알고 이해하게 된 것이 어른의 입장에서는 더 큰 성과였던 것 같다. 내 느낌으로는 그날 이후 전체적으로 집안의 분위기가 더 훈훈해졌다고나 할까. 그래서 어제저녁도 남편이 비조리 칼국수를 사 왔길래 나는 안 먹고 둘만 끓여 주려 하다가 맛있어 보이기도 했고 같이 먹는 게 낫겠다 싶어 다이어트는 또 포기했다.     


 


써놓고 보니 정성스러운 밥 한 끼는 빠졌네. 오늘 저녁은 꼭 집밥을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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