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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우히어 Nov 17. 2021

모르는 게 약 vs 아는 게 힘

당신의 선택은?


아이들에게 수학을 그것도 온라인으로 가르치다 보면 수학 문제 외에 다양한 콘텐츠를 준비해놓아야 한다. 그래서 나도 틈틈이 아이들의 시선을 끌만한 자료가 있으면 저장해두곤 한다. 예전에 회사 교육 워밍업 때 다른 코치가 밸런스 게임(상반되는 두 가지 키워드 중에 하나를 골라 서로를 알아보는 게임)을 진행했던 적이 있어 그 자료도 따로 저장해 두고는 가끔씩 써먹곤 한다.      


1년 뒤 1억 vs 10년 뒤 10억 / 10년 전 과거로 가기 vs 10년 후 미래로 가기 등과 같은 질문 들 속에 내 시선을 붙잡아둔 화면이 있었다. 모르는 게 약 vs 아는 게 힘.     



물론 학생들과 게임으로 진행할 때는 - 수업 중간에 간단한 게임을 하는 이유는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다가 지친 학생들의 눈과 뇌와 기분을 환기시키기 위함이니까 - 가볍게 넘어가거나 조금 말이 통하는 학생과는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 정도까지 대화가 이어지기는 하지만 사실 저 말은 참으로 곱씹어볼 만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저 문구가 떠오른 이유는 아침에 운동을 하다가 머리 위에서 무슨 소리가 나서 위를 올려다보니 새들이 ‘브이’ 자 형태로 하늘을 날고 있는 모습이 보였고, 새들을 보자 갑자기 2004년 호주에서의 기억이 떠올랐고, 그 기억은 날아다니는 것은 나비조차도 무서워했지만 이제는 비둘기가 앞에 있어도 굳이 피해 가지 않는 나로 이어졌고, 내가 날아다니는 것 포함 동물에 대해 관대해진 것은 바로 고양이를 키우게 된 이후임을 알게 되었고, 역시 사람은 자신이 경험해서 알아야 제대로 이해하게 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나태주 시인의 말처럼 고양이와 한 집에 살다 보니 원하든 원치 않든 동물의 움직임을 자세히 그리고 오래 보게 된다. 그 어떤 것이라도 자세히 오래 보면 예쁘고 사랑스러운 구석이 있다. 하물며 도도했다가 귀여웠다가 앙칼졌다가 바보 같았다가 나른했다가 잘생겼다가 내 품에 지 발로 뛰어오르는 고양이는 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정말 사람 키우는 것과 똑같이 아깽이 시절 찍어놓은 사진이나 영상 속 사랑스러운 모습을 떠올리면 지금 좀 할퀴는 것은 다 용서가 되기도 한다. 또 하루 종일 얼마나 심심할까 쟤는 무슨 생각을 할까 그런 게 걱정되고 궁금해지다가 나는 이번 생에 사람으로 태어나 할 일이 있고 내 생각을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있어서 참 감사하다 싶기도 하다.     



고양이를 키운 이후로 티브이에 나오는 다른 고양이는 말할 것도 없고 주변의 길고양이들이나 주인과 산책하러 나온 동네 각종 강아지들이 더 눈에 들어온다.      


내가 수업하는 학생들 중에도 강아지를 키우고 있거나 고양이를 매우 키우고 싶어 하는 그리고 강아지와 고양이를 같이 키우는 학생들이 있어 그 학생들과는 자연스럽게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한다.      


이 모든 감정들, 그리고 내가 하는 일에도 활용할 수 있는 이야기꺼리가 생김은 바로 고양이를 키우는 경험을 통해 동물의 습성을 조금 더 알게 되었고 그들을 더 이해하게 되었기 때문이리라. 그러니 어찌 아는 게 힘이라고 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하지만 갑자기 ‘약’과 ‘힘’이라는 단어에 물음표가 떠오른다.


약은 다 좋기만 한 걸까? 힘이 꼭 이롭기만 한 걸까?      


약 중에는 독이 될 수 있는 약도 있을 것이고, 어떤 한 증상은 낫게 하지만 다른 부분에서는 부작용을 일으키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나는 기본적으로 약을 믿지 않고 약을 안 먹기 위해서도 건강 관리를 하는 편이다. 내 나이 정도 되면 필수적으로 먹는다는 그 흔한 비타민제, 영양제 조차도 아직은 안 먹고 버티고 있다.      


힘은 더더욱 무서운 말이기도 하다. 자신에게 주어진 힘을 슬기롭게 다룰 줄 모르는 사람에게 힘(권력)이 갔을 때, 그 힘은 무시무시한 횡포로 변해 안 그래도 힘이 없는 사람들을 더 아프게 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물리적인 힘의 경우에도 힘이 더 센 사람이 상대방에게 그 힘을 가하면 심한 경우 죽을 수도 있다. 오로지 힘이 세다는 이유만으로 승자가 되는 상황은 타고난 힘이 남성보다 약할 수밖에 없는 여성인 나로서는 피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스포츠 중에 힘겨루기를 하는 종목이나 근육을 키우기 위해 운동을 하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학생들 중에서는  가지 중에 “아는   고르는 경우가  많았다. “모르는   고르면 왠지 내가 잔소리를   같아서였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가끔 소신 있게(?) “모르는   고르고 나아가 “공부를  해야 해요?, 수학은 배워서 어디에 써먹어요?” 물어보고 “저는 나중에 유투버  거라 이런  몰라도 돼요.”라고 주장하는 학생들도 있다. 오늘도  친구들에게 내가 아는 것을 하나라도  알려줄 수 있고 그들이 당장은 아니더라도 나중에 언젠가 문득 나를 떠올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타이트한 수업 일정이 기대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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