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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우히어 Dec 14. 2021

언제쯤 자유(로운 해외)여행을 할 수 있을까?

  

5일 만에 걸었다. 5일 만에 하늘을 보았다. 하늘이 아니 구름이 특이해서 사진을 찍었다.  

    

정말 걷지 않으면 하늘을 볼 일이 없긴 없나 보다. 아니면 평소에는 보더라도 워낙 잠깐이라 하루 동안 본 다른 많은 것들에 묻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걸을 때는 더 오래 하늘을 보게 되니 그 자체가 기억에 남는 것일 수도 있겠다 싶다.      


뭐 과정이야 어떻든 오늘 오랜만에 바라본 아침 하늘이 또 나에게 옛 기억을 불러일으켜주었다. 솜뭉치를 조금씩 떼어내 펼쳐놓은 것 같은 구름 모양은 마카오의 베네시안 호텔의 천장을 생각나게 했다.  


 


    

최근에 나름 힘든 결정을 내렸다. 아이 겨울방학 및 남편 생일을 맞아 계획하고 예약까지 잡아 놓은 해외여행을 취소하게 되었다. 여행 전후 PCR 검사 총 4회, 다녀와서 아이는 2주 자가격리라는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정말이지 여행이 너무나 가고 싶고 공항도 너무 가고 싶고 기내식도 너무 먹고 싶어서 가려고 했었는데 오미크론 변이 출현과 더불어 그 마음을 또 미루기로 했다.      


여전히 우리의 마지막 여행은 2019년 여름 베트남 다낭으로 남아있고, 그다음이 언제가 될지는 기약이 없다.

      

물론 코로나 시국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짧게 짧게 주로 강원도와 부산 위주로 여행을 많이 다녔다. 부산은 친정이 있어서 강원도는 워터파크와 스키장이 있어서. 당장 앞으로 1달 이내에 강원도에 2번, 부산에 1번 다녀올 계획이 있다.     


내가 속물인 건지 아니면 뭐 사대주의에 빠진 건지 이상하게 국내에 며칠 다녀오는 것은 여행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내가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이도 제주도 다녀온 것 정도는 여행으로 치지도 않으며 “해외를 가야 여행이지~” 한다.     



잠시 왜 그럴까 생각해본다.      


가장 큰 이유는 여행 기간, 그리고 준비 기간 때문인 것 같다. 해외에 비해 국내 여행은 기간 자체가 짧기도 하지만 준비 기간은 더욱 짧다. 

      

1월의 해외여행을 취소한 것이 아쉬운 이유는 5일 정도의 휴가가 사라져서이기도 하지만, 여행을 가기 전까지의 소소한 많은 선택과 결정을 위한 가족들 간의 대화와 준비의 과정이 사라져서이다. 실제로 여행을 다녀온 많은 사람들이 막상 비행기를 탄 이후부터는 고생 시작이고 오히려 비행기를 타기 직전까지가 가장 즐겁다는 말을 많이 한다.     

 

어떤 리조트에 묵을지, 어떤 룸타입을 선택할지, 조식을 매일 먹을지, 근처 맛집은 언제 갈지 등등을 고민하고 선택하고 그러면서 함께 갈 사람들과 그 과정과 결과를 공유하는 그 자체가 반복되는 일상을 버티게 하고 조금이라도 더 힘을 내게 하는 것이었다.     

    

끝나지 않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계속되는 변이로 인해 자유여행을 할 수 있는 날이 점점 멀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이제 좀 생각을 바꿔 국내여행도 해외여행처럼 여겨볼까? 아니다. 그럴 수 없을 것 같다. 더 기다리더라도 해외를 가게 될 때 제대로 된 여행의 기분을 만끽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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