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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우히어 Dec 23. 2021

크리스마스 선물

함께 해야 하는 일이 또 하나 줄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연말이 찾아왔다. 12월 24일과 12월 31일은 당연히 매년 같은 요일이다. 올해는 금요일. 코로나 시국이 아니었다면 올해 마지막 금요일 밤거리들이 꽤나 시끌벅적 했겠다 싶다.      


우리 가족은 거의 매년 크리스마스와 연말에는 스키장에서 시간을 보낸다. 뭐 엄청난 겨울 스포츠 매니아여서는 아니고 그래도 특별한 날인데, 집에서 티비나 보는 건 좀 아닌 것 같고(물론 놀러 가서도 저녁에는 숙소에서 티비를 보는 경우가 많지만), 남편이 보드를 어느 정도 타는 편이라 딸이 6살 정도부터는 스키를 8살부터는 보드를 가르쳐줄 겸, 1년을 고생한 우리에게 주는 작은 선물 같은 느낌으로 강원도로 향하곤 한다.

      

작년까지는 크리스마스 때 집을 나서기 전 남편과 나는 딸 모르게 괜히 분주해지곤 했었다. 25일 아침잠에서 깬 딸의 머리맡에 산타 할아버지가 두고 간 선물을 몰래 놔두기 위한 나름의 눈치 작전을 펼쳐야 했으니까.

 


우선 차 트렁크에 미리 안 보이게 선물을 넣어두어야 했고, 24일 밤 딸이 잠든 후 숙소를 나가 차로 가서 트렁크에 들어 있는 선물을 조용히 들고 와 세팅을 해두어야 했고, 다음 날 아침 어색하게 산타 할아버지 이름을 부르며 선물을 찾아보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했다. 작년까지는 이게 먹혔다고 생각한다. 딸은 딸대로 속아주는 척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런데 초등학교 4학년이  올해는  여러 방면에서  이제  이상 어린애가 아니에요.” 표출하고 있어서 저런 손발이 오글거리는 이벤트는 서로  필요가 없다는 것을 진작에 알아차렸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이미 12 초에 당겨 받기까지 했다.      


아이가 커가는 모든 순간, 부모들이 느끼는 비슷한 감정을 나도 남편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하루하루 커갈수록 손이 덜 가서 홀가분하고 편하기도 하지만, 점점 내 자리가 줄어드는 것 같아 아쉽고 허전한 기분. 더불어 아이의 부모로서 남편과 내가 함께 해야 했던 일들도 줄어들고 그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생기는 공허함까지.   


뭐 부모마다 또 성향의 차이로 인해 누군가는 홀가분함을 더 크게 느끼고 스스로 가벼워지는가 하면 누군가는 허전함에 매몰되어 우울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굳이 나누자면 나는 전자인 척하는 편이고, 술 마셨을 때 남편은 후자가 되는 것 같다.      


더 이상 산타 할아버지 따위 믿지 않는 예비 초5 딸에게 그래도 아빠 엄마와 함께한 크리스마스 추억을 하나라도 더 만들어주기 위해 이제는 짐을 좀 꾸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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