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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우히어 Feb 03. 2022

같이 살려면 MBTI 끝자리를 확인할 것

J는 J끼리 P는 P끼리

  

2022년 첫 연휴였던 설날 연휴가 끝이 났다. 이제 남은 올해 이번처럼 긴 연휴는 더 이상 없다. 추석은 금토일월 4일이고 그 외에는 다 평일에 하루 아니면 토일월 3일이 최대이다.      


이번 연휴에 부산에서 올라오신 친정부모님과 우리 세 식구, 총 5명의 MBTI를 확인해보았다. 나를 기준으로 아빠는 INTJ, 엄마와 딸은 ESTJ, 남편은 ESFP, 나는 ENFP였다. 엄마와 딸, 남편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는데 아빠의 결과가 나에게는 약간 의외였다. 나는 그동안 아빠는 ISTJ 일거라 짐작하고 있었는데 N이었던 것이다. STJ인 부모님을 둔 내가 NFP인 것이 조금은 희한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나는 아빠에게 N을 물려받은 셈이었다.      


그리고 아빠의 유형인 INTJ는 전세계적으로는 약 2%에 불과하며 특히나 한국에서는 0.3~1% 정도밖에 없는 유형이었다. 그 결과를 보더니 엄마는 그동안 아빠와 40여 년 이상을 살며 ‘정말 특이한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많이 해왔는데 이제야 이해가 된다고 하셨다.      


나와 엄마가 보는 아빠는 많은 일들에 부정적 또는 냉소적이며 대화의 맥락에 맞지 않는 본인만의 유머코드로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드는 데 일가견이 있으며 여러 사람과 어울려 가벼운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보다 혼자 책 읽고 바둑방송을 보는 것에서 더 위안을 찾는 사람이었다. 다행히 나도 엄마도 책은 모두 좋아해서 아빠의 책(구매) 욕심 또는 혼자 방에서 책을 읽는 행위에 대해서는 큰 불만은 없지만, 어떤 상황에 대한 냉소적인 견해를 곁들인 한 마디로 인해 분위기를 다운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그동안에도 불만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아빠의 유형을 알고 나니 그 모든 태도들이 한 번에 이해가 되어버렸다.      


우리나라에 1%도 안 되는 유형과 살고 있는 엄마는 비교적 흔한 유형인 ESTJ인데 이 유형은 한마디로 엄격한 지도자형이었다. 딸과 재미 삼아 앞글자를 따서 엄.지.라고 부른 이 유형의 사람들은 권력을 손에 쥐면 그 밑에 있는 사람들을 꽤나 힘들게 할 유형이었다. 엄마는 자신도 인정하며 상대방이 자기가 하라는 대로 안 하면 좀 짜증 나고 스트레스받는 게 있지만, 그 상대를 봐가면서 자신의 지도력의 강약을 조절한다고 했다.     


 

아빠와 엄마는 7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아침 7시에 나가 저녁 6시에 돌아오는 부지런한 삶을 살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아빠가 엄마가 원하는 만큼 빠릿빠릿하게 행동하지 않아 발생하는 엄마의 스트레스들이 우리가 만나면 꼭 등장하는 이야깃거리이다. 그 이야기 중에 아빠 왈, “내가 40년 넘게 니 엄마한테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다.”라고 해서 우리 모두 빵 터지며 어느 정도 수긍했던 적이 있다. 엄격한 지도자형인 엄마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물론이고, 딸인 나도 ENFP라 E를 제외하고는 다 다르다 보니 엄격하게 못해왔는데 아빠만큼은 어느 정도 자신의 기준대로 지도하고 있는 셈인대 그마저도 쉽지 않은 것 같다.      



N과 S를 제외한 나머지가 다 같은 남편과 나는 뭐 그럭저럭 서로 어느 정도 참고 배려하며 큰 트러블 없이 살아가고 있다. 여기서 또 신기한 것은 FP인 우리의 딸은 TJ라는 사실이다. 이제 태어나서 10년 6개월 째를 살아가고 있는 나이이기 때문에 앞으로 유형이 또 바뀔 수도 있겠지만, 남편과 내가 딸과 함께 살면서 경험해온 바로는 ESTJ가 맞는 것 같다. 즉흥적인 아빠 엄마에 비해 딸은 굉장히 계획적이며 규칙을 준수하는 측면에서도 우리보다 딸이 훨씬 더 바른생활을 하는 편이다. 그래서 남편이 딸보고 나중에 경찰 같은 직업을 하면 잘할 것 같다고 했었을 때 나도 깊이 공감을 했었다.      


5명의 MBTI 유형에 대한 설명이 너무 길었는데, 이 글에서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함께 살려면 특히 부부가 되려면 MBTI 끝자리인 P와 J를 꼭 확인해보라는 것이다. 끝자리가 맞으면 살아가는 데 있어 크게 부딪힐 일이 없지만 반대이면 부딪힐 일이 많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우리 부모님은 둘 다 J이고 나와 남편은 둘 다 P이다. 반대의 예는 바로 우리 시부모님이다. 한때 MBTI 중급교육까지 받았던 나의 판단에 의하면 아버님은 전형적인 J 유형, 어머님은 전형적인 P 유형이다. 그러다 보니 곧 80을 앞둔 연세임에도 아직도 서로 안 맞아(주로 어머님이 아버님에게 스트레스를 받아) 자식들에게 하소연하는 경우가 있다.

     

예전에 수업 중에 학생과 MBTI 유형 이야기가 나와 대화를 하던 도중 학생의 어머니가 완벽한 J형이라고 하셔서 그 일화를 몇 개 전해 들은 적이 있다. P와 J를 비교할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예가 여행 갈 때 계획을 어떻게 세우느냐인데 그 학생도 여행 계획 이야기를 했었다.     



자신의 어머니는 엑셀로 일자별 시간대별 어떨 때는 분별로 계획을 다 세우고 그 안에서 다시 날씨별로 플랜 A와 플랜 B를 구분해 두기도 한다고 하셨다. 당연히 이동하는 경로 및 교통수단, 점심 먹을 장소 등까지 사전에 완벽하게 알아보고 예약 또는 기록해둔다고도 했다. 해외여행을 가더라도 항공과 숙박만 예약해두고 나머지는 가기 며칠 전부터 또는 출발하는 당일 공항에서 슬렁슬렁 검색해보고 캡처만 해두는 P인 나로서는 그 학생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그래서 나는 아빠와 학생은 그 계획표대로 여행하는 것이 좋냐고 진심으로 궁금해서 물었다. 그랬더니 그 학생 왈, “아빠도 저도 다 J인데 게을러서 그렇게 계획을 못 짜는데 엄마가 짜주니까 좋아요.”라고 하는 걸 듣고 아 J는 J끼리, P는 P끼리 같이 살아야 평화롭겠구나 속으로 생각했었다.      


뭐 물론 함께 공동의 프로젝트를 수행해야 하는 업무적인 관계에서는 J도 있고 P도 있어야 서로 시너지가 나기도 하겠지만, 같이 하루하루 얼굴을 맞대고 살아가려면, 당장 오늘 저녁은 뭘 먹을지, 이번 주말엔 뭘 할지, 설 선물을 뭘 살지 등 소소한 것들을 함께 선택하고 결정하려면 J는 J끼리, P는 P끼리가 덜 부딪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MBTI는 상대방을 이해하는 도구 중의 하나일 뿐, MBTI 유형만으로 한 사람에 대한 것이 다 설명되는 것은 아니므로 너무 유형을 의식하지는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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