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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우히어 Jun 27. 2022

P유형은 계획적이지 않다?

나에게 플랜 B가 없는 이유



최근 동종업계 사람들과 회의를 하던 중, 학생의 MBTI 성향에 따라 교수법을 다르게 적용하는 것이 학생의 성적 향상에 효과적인가? 라는 주제가 나와 설전이 벌어진 적이 있었다.      


사람마다 정해진 분량만큼 발언을 해야하는 분위기는 아니었기에 사람들의 말을 들으며 여전히 MBTI는 많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장면에서 여러가지 방법으로 적용되는 인기있는 소재구나 속으로 생각했었다. 나는 MBTI라는 심리검사 도구를 꽤나 예전(약 15년 전)에 접해보아서 그다지 신기하거나 새롭지 않지만, 아직도 내가 모르는 내용이 많구나 싶기도 했다.     


  


MBTI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 내가 나름대로 설명을 해줄 때, 나는 끝자리를 엄청 강조하는 편이다. 그 부분이 설명하기 제일 쉬워서, 자꾸 의미를 부여하다보다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된 점도 없지 않다.      



아무튼, P와 J를 구분할 때, 여행가는 상황을 제시하곤 한다.   

   

(해외)여행갈 때, 엑셀 파일 같은 것에 시간대별로 세세하게, 플랜 B,C까지 계획을 세우는 편인지(J), 항공권과 숙소 정도만 예약하고 딱히 계획을 세우지 않고 떠나는 편인지(P). 상대방과 그런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서 나는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여행갈 때 또는 일을 할 때 아니면 놀 때라도 ‘플랜 B’라는 것을 세워본 적이 있는지 떠올려본다. 왜 없었겠냐만은 대체적으로 없었던 것 같다.   

   

왜 내 인생에는 플랜 B가 없을까? 나는 한 치 앞만 보는 사람이라서? 카르페디엠이 내 좌우명이어서? 계획을 디테일하게 세우고 앉아있을 만큼 한가하지 않아서? 아니다. 나에게 플랜 B가 없는 이유는 플랜 A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내가 직접 한 말은 아니고, 나를 어느 정도 간파한 지인이 해준 말이다.      


이런 순간, 일부러 각잡고 진지하게 대화를 하던 중이 아니라 가벼운 이야기를 주고 받던 중, 나에 대해, 상대에 대해, 아니면 제 3자에 대해 또는 사회나 자연의 어떤 현상에 대해 딱 설명이 되고 이해가 되는 그런 순간이 있다.      


나에게 플랜 B가 없는 이유는 플랜 A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자꾸 듣고 싶어서 자꾸 보고 싶어서 한번 더 써봤다.  

   

이렇게 명확한 한 개의 플랜(큰 틀)만을 세우고, 그 안의 세부적인 것들은 그때 그때 나의 직감과 다른 사람들의 조언을 따르며 결정해가는 것이 내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다. 사안에 따라 나의 직감과 타인의 조언을 따르는 비중은 달라지겠지만, 주로 나의 감을 믿는 편이다. 물론 그 감이 항상 옳았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적어도 내가 선택했기에 후회는 하지 않는(편이)다.     


 

27일 후면 나와 딸은 비행기로 약 7시간을 날아가서 약 27일 동안 머물다 돌아올 예정이다. 그런데 그 여정을 위해 준비한 것이라고는 지난 주말 옷을 산 것과 내 몸에 타투를 한 것 뿐이다.   

   

물론 원래 계획에는 골프와 수영을 제대로 배우는 것도 들어있었는데 역시 인생은 계획한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 3주 전에 엉뚱하게 자전거를 타다 바보같이 넘어지는 바람에 오른쪽 발목을 다쳐 그 계획은 거의 무산된 셈이다. 골프는 가기 전에 시간이나 때우는 셈으로 쳐야할 것 같고(다녀와서 다시 제대로), 수영은 물 속에 얼굴을 집어넣는 것에 겁을 안내게 된 것으로 만족을 해야할 것 같다.

     

여름방학에 딸과 해외에서 한달살이를 하는 것인데, 너무 계획도 없고 준비도 안하고 있는게 아닌가 라는 생각도 거의 들지 않는다. 왜냐하면, 사실 흔히 생각하는 한달살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딸은 3주짜리 캠프에 참여하는 것이고 나는 따라가는 것이고, 마지막 1주일 동안에는 남편이 합류하여 가족 휴가를 보내는 것이다.      


딸이 참여할 캠프는 이미 일정이 따 짜여 있고 주말에도 가끔 일정이 있으며, 따라가는 엄마들을 위한 일정도 띄엄띄엄이긴 하지만 나름 다 있다. 남편이 왔을 때는 뭐 역시 우리는 둘다 P여서(딸은 J지만) 조식 먹고 물놀이 하고 오후에 마사지 받고 저녁에 맛집 가고 밤에 맥주 먹고 그렇게 쉬는 일정으로 꽉꽉 채워질 예정이다.     



정말이지 명확한 플랜 A가 아닐 수 없다. 가끔 이런 내 주변에 꼭 “갑자기 원숭이 두창이 코로나처럼 퍼져서 여행 못가는 거 아냐?”라며 딴지와 부러움과 장난이 뒤섞인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런 말에 흔들릴 내가 아니다. 나는 계획대로 27일 뒤 인천공항에서 대한항공을 타고 남쪽으로 갈 것이다. 그리고 그 곳에서 후회 없는 27일을 보내고 예정대로 돌아올 것이다.      



누가 그래? P가 계획적이지 않다고?      



이렇게나 명확한 계획이 있는데,

그 이상의 계획이 뭐가 필요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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