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알고 있었다
이탈리아?
그럼 거기 간 거야?
갑자기 왜?
유정은 인천에서 볼로냐까지 비행기 직항 편이 있는지 검색을 하려고, 륜은 볼로냐에 두 개의 탑이 있는 지역을 알아보려고, 은재는 효인에게 전화를 해보려고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그때 수민이 말했다.
효인이 거기 간 거 아니야.
다들 하던 일을 멈추고 수민을 바라봤다. 그 말은 분명 무언가 더 알고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었다. 그럼 어디 간 건데? 넌 알고 있었어? 카톡은 왜 나간 건데? 쏟아지는 질문들을 눈으로 내뱉으며 모두 수민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예전부터 한적한 시골 가서 살고 싶다고 했었어. 입시에 대학에 점수 1점에 목매는 강남 엄마들과 애들에게서 벗어나 시골 조용한 동네에서 어린애들 공부 가르치면서 사는 게 꿈이라고 했었어. 아마 그래서 서울 생활 정리한 거 같아.
효인의 치열하고 피 말리는 입시학원 수학샘의 삶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기에 다들 어느 정도 이해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곧 왜 그런 이야기를 수민이만 아는 걸까에 대한 서운함이 몰려왔다.
고1 때부터 20년 이상의 시간을 친구라는 이름으로 지내오고 있지만, 5명이 모두 골고루 똑같은 만큼 친하다고 볼 수는 없었다. 5명 안에서도 유정과 륜처럼 단 둘이 있으면 어색하고 불편한 사이가 있었던 것처럼, 효인과 수민처럼 더 속 깊은 이야기를 터놓는 사이도 있었던 것이다. 다들 각자의 관계에 대해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문득 륜이 지적을 했다.
너 근데 효인이가 단톡방 나갔을 때, 그 반응은 뭐야 그럼?
다들 4명만 남은 단톡방에 들어가 봤다. 효인이 나간 후 제일 먼저 수민이가 반응을 했다. “잘못 누른 거겠지? 다시 초대할까? 아님 전화해볼까?”라고.
뭔가 아는 사람의 반응이라고 하기엔 좀 어색하잖아.
여기요~
수민이 종업원을 부른다.
우리 와인 한잔 마실까?
오늘 왠지 집에 일찍 들어가기는 힘들 것 같은 느낌이다. 남편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나온 은재와 륜은 늦게 가면 엉망이 되어 있을 집과 남편의 눈치가 신경 쓰였지만, 수민의 얘기를 듣고 싶은 마음이 더 컸고, 4명 중에서 경제적 상황이 비슷한 수민, 말이 제일 잘 통하는 은재와 조금 더 친했던 유정은 20년 만에 처음으로 효인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그게 벌써 10년 전이구나. 효인이가 나한테 둘이서만 볼 수 있냐고 하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