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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마흔_05

두 개의 탑

by 나우히어

이제 정말 확실해졌다. 효인은 우리와의 카톡방을 실수로 나간 것이 아니고 본인의 의지대로 나간 것이다. 그리고 오래전 연인과의 연락도 비슷한 시기에 끊어버렸다. 이 두 가지 팩트만으로도 효인을 만나봐야 할, 찾아봐야 할 이유가 충분해졌다.


당연히 학원도 그만두거나 비슷한 조치를 취해두었을 테고.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어머니와는 원래 그렇게 살가운 사이가 아닌 데다 따로 살고 있었기에 대체 어디로 효인을 찾아 나서야 할지 도무지 감이 안 잡혔다. SNS는 아예 안 하고 카톡 프로필도 10년째 같은 사진 하나로만 해 놓은 효인의 흔적을 어떻게 끄집어낼 수 있을까?


시킨 음식은 다 먹었고, 더 이상 진전되는 내용은 없어, 오늘은 그만 파할까 하는 찰나에 수민의 전화가 왔다.



나 엄마 찬스 썼어. 어디야, 아직 거기?


우리는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좀 더 은밀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곳으로. 그렇게 4명이 모두 모였다.


수민에게 그동안 알아낸 사실(이라고 해봐야 성준이가 유정의 병원으로 찾아왔었던 것뿐)을 브리핑한 후 우리는 또다시 아까와 같은 두뇌 정지 상태에 도달했다. 얘기는 옆길로 새 유정과 성준이 동시에 안다는 지인의 페북을 의미 없이 들여다보던 중, 문득 은재가 말했다.


나 생각났어!


뭐가?!??!



효인이 카톡 프로필 사진! 거기 효인이가 가고 싶어 했던 곳이잖아. 혹시 거기 간 거 아닐까?


효인의 10년째 바뀌지 않는 카톡 프로필 사진은 바로 두 개의 탑 사진이다. 높이가 다르고 어딘지 기울어져 있는 것 같은 두 개의 탑. 기울어진 탑 하면 피사의 사탑이 워낙 유명하지만, 효인은 ‘아시넬리’와 ‘가리센다’라는 이름도 있는 그 두 개의 기울어진 탑 사진을 그렇게 좋아했었다.


언젠가 륜이 집요하게 그 사진에 대해 물어봤을 때, 효인이 한 말을 은재는 정확히 기억한다.



무너져 내릴까 봐 윗부분을 잘라낸 탑은 우리 아빠 같고, 위태롭게 버티며 서 있는 또 다른 탑은 우리 엄마 같잖아. 나는 그 사이에서 오도 가도 못하고 떨고 있고.


효인의 가정사를 대충은 알고 있었지만 그날 그 말을 들은 후 은재는 앞으로 효인이 어떠한 바보 같은 행동을 하더라도 어떠한 마음에 없는 말을 하더라도 다 이해해줘야지 했었다. 가장 안전하고 따뜻해야 할 집이라는 공간이, 그리고 부모라는 존재가 효인에게는 제일 위험하고 떨리는 곳이었다니.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를 향한 짝사랑인 건지, 그 위험하고 위태로운 아빠, 엄마를 버리지 못하고 가슴에 품고 있는 효인에게 어쭙잖은 위로도 건네지 못하고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자신이 싫었던 은재였고, 륜이었고, 유정이었다.


경제적인 상황을 제외하고는 어느 정도 비슷한 부모를 둬서일까 그런 효인을 조금이라도 품어주었던 건 그나마 수민이었다.



거기가 어딘데?


이탈리아 볼로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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