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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권형 Oct 12. 2022

이권형 정규 3집 [창작자의 방] 작업기 #3

<스와이프> 뮤직비디오

 2022년 10월 7일, 이권형 정규 3집 [창작자의 방]이 발매 됩니다. 음반이 만들어진 과정을 돌아보며 작업기를 작성합니다. 다채로운 감상에 도움되길 바랍니다.


https://youtu.be/6OTc45bp3Gw

[창작자의 방] 타이틀 곡 <스와이프> 뮤직비디오


<스와이프> 뮤직비디오(이해미 감독)

2021년 9월 17일, 이해미 작가의 전시 <Burning cat> 현장, 장소는 인천 주안의 '공간 듬'


2021년 9월, 인천 주안의 '공간 듬'이라는 전시장으로 2집 [터무니없는 스텝]의 선공개 싱글(<코발트블루>, <당신의 녹차>)의 아트웍 페인팅을 맡아주기도 한 이해미 작가의 <Burning cat> 전시를 보러 갔습니다. 제가 입대하기 직전에 음악을 맡겼었는데, 제가 영장이 나와서 동료 뮤지션 파제에게 토스한 작업을 다시 상영하는 전시였습니다.


2019년, 인천의 포크 컴필레이션 시리즈 [모두의 동요] 앨범커버 아트웍

 해미는 2013년 동인천 지역 청년 문화예술 커뮤니티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별다른 교류가 없다가, 인천대학교 미대 출신인 그의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그의 졸업 작품들을 우연히 보게 되었고, 함께 작업하면 결이 맞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천의 포크 컴필레이션 시리즈인 [모두의 동요] 때 제가 아트웍 작업을 제안했던 거죠.


 데이팅 어플의 감각을 소재로 삼는 <스와이프>는 그 감각이 마치 게임의 그것과 비슷하다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했습니다. 저는 평소에도 비디오 게임을 통해 영감을 많이 얻는 편입니다만, 아티스트로서 그 쪽으로 감각이 통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해미가 거의 유일합니다. 그의 독특한 감각은 <Burning cat>에서 전보다 숙련된 애니메이션 작업으로 이어지고 있었으며, 그 전시를 보며 막연히 그에게 뮤직비디오를 의뢰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2021년 11월 18일, 인천 신포동에 위치한 전시장 '옹노'에서, 이해미 작가의 전시 <원시의 요람 안에서>를 관람했다.


 같은 해 11월, 해미는 또 하나의 전시를 진행했는데, 그때 전시장 벽 한 켠에 상영 중인 애니메이션을 보고 뮤직비디오를 의뢰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때 보았던 이미지들이 이후 뮤직비디오 디렉팅에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스와이프>는 어느 정도 완성되어 있었고, 곡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면 구체적인 제안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2022년 3월 7일, 부천역 스타벅스에서 <스와이프> 뮤직비디오 감독 이해미의 첫 콘티 브리핑


 애당초 [창작자의 방]은 2022년 5월 발매를 예상하고 작업했습니다. 2집 [터무니없는 스텝] 때의 속도를 생각했거든요. 2집 때의 속도는 정말 빨랐어요. 곡도 없이 작업실에 간다거나 앉은 자리에서 편곡을 마무리하곤 했으니까요. 3집의 경우, 그 과정을 혼자 진행해야했고, 특히 2021년 12월 직장에 복직 한 뒤엔 한동안 직장에 적응하면서 짬을 내어 자취방에서 녹음하고 편곡하는 방식에 확신을 가지기 까지 시간이 좀 걸렸어요. 미뤄봐야 8월일 줄 알았는데, 한 두달 미뤄진 것이 결국 10월 발매가 돼 버린 거죠. 그래서 뮤직비디오 준비는 일찍부터 시작했습니다. 가장 시간이 드는 작업이고, <스와이프>는 가장 먼저 완성된 곡이었기 때문에 (타이틀곡이 거라는 예상도 했고) 미리 뮤직비디오 제작에 들어갔습니다.


 해미가 처음 보여준 뮤직비디오 콘티 영상은 제가 특별히 건드릴 게 없었습니다. 완벽했고, 저는 다만 중간중간 삽입 될 트레이싱 샷들에 대한 아이디어, 몇년 전 하늘로 보낸 저희 강아지를 그려달라는 아이디어 정도를 추가했어요.


1-2 <스와이프> 뮤직비디오(몇몇 아이디어)


로베르 브레송의 영화 <소매치기>의 손 장면

아이디어 1) 첫번째 트레이싱 장면의 모티브는 영화 감독 로베르 브레송의 손 장면이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있었습니다. 브레송은 신체 부위를 통한 환유적 표현을 좋아했고, 특히 손을 좋아했습니다. 손과 손이 닿는 움직임, 심지어 그것이 소매치기를 하는 장면이더라도, 그것만 떼어 놓고 보면 왠지 섹슈얼한 느낌을 주는 장면들이 많아요.


<스와이프> 뮤직비디오 스틸샷

아이디어 2) 스와이핑 장면 속 캐릭터들을 괴물처럼 그려달라고 했습니다. 해미의 종에 대한 감각은 독특해서, 그것이 실제로 그로테스크 할 수 있는 무언가이더라도 귀엽게 표현하는 재주가 있어요. <스와이프>의 소재가 되는 데이팅 어플의 세계는 사실상 스스로를 상품화 하고 상품화된 타자들을 대상화 해야하는 정글같은 곳이라고 할 수도 있을 거예요. 그에 따른 주인공의 관점을 이런 식으로 표현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1-3 <스와이프> 뮤직비디오(귀염둥이)


<스와이프> 뮤직비디오 스틸샷, 하늘 나라로 간 우리 '귀염둥이'의 모습을 해미가 재해석한 이미지이다. 


아이디어 3 혹은 부탁) 우리 강아지 '귀염둥이'를 그려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해미에게 이 부분이 가장 고마워요. 둥이는 제가 10살 때 처음 만나서 17년을 함께한 가족이었습니다. 3년 전 하늘나라로 간 둥이를 그려달라고 부탁했고, 동물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작업하는 해미답게 너무 이쁘게 그려줬어요. 둥이 복실복실 모드. 해미가 고생 많이 했고, 좋은 뮤직비디오 만들어줬는데, 특히 둥이를 예쁘게 그려준 게 너무 고마워요.

둥이야~ 너가 있어서 행복했어, 가족으로 와줘서 고마워, 시간이 걸리겠지만 나중에 만나서도 이렇게 반겨주렴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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