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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i generis Jun 06. 2022

Chapter 9. 사회적 자유 - I

우리의 자유가 실제 실현될 수 있는 토대

국내에서 아직 번역되지 않는 악셀 호네트(Axel Honneth)의 "자유의 권리(Freedom's Right)"를 해설하는 글입니다. 현실을 들여다보는 철학을 위해 제가 가장 먼저 "자유의 권리"를 연재하는 이유는 이 작업 안에 현재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분석하고 해결할 수 있는 도구가 담겨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관심 있는 분들께서는 꼭!! Chapter 1. 부터 읽어보시길 부탁드립니다 (Prologue도 있긴 합니다). 감사합니다 :)


지난 Chapter 1. 부터 Chapter 8. 까지 저는 악셀 호네트(Axel Honneth)가 이야기하는 좋은 삶-자유-정의의 긴밀한 연결고리, 근대에서 우세했던 자유 모델에서 살아남은 소극적 자유와 반성적 자유 개념, 그리고 각 모델에서 도출된 정의의 원리들을 소개했습니다. Chapter 8-외전. 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승인하는 자유 개념을 살펴보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호네트에게 소극적 자유와 반성적 자유는 우리 삶에 필수적인 요소들을 갖추고 있긴 해도, 자유의 가능성에 지나지 않습니다.

소극적 자유에서는 주체의 자유로운 행위 속 내용물이 분명하게 설명되지 않았고, 반성적 자유에서는 주체의 반성적 행위가 실현되는 실제 공간이 부재했던 것이지요.


이 두 가지 모델에 맞서, 호네트는 헤겔의 자유 개념을 적극 차용하면서, 좋은 삶을 형식화하기 위한 가장 유망한 입후보자로서 사회적 자유 모델을 승인합니다.

역사적으로 반성적 자유 개념이 소극적 자유 개념의 협소함을 상쇄시켜 온 것처럼, 호네트는 사회적 자유 개념이 반성적 자유 개념의 협소함을 상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사회적 자유 모델을 통해 반성적 자유 속에서 설명되지 않은 채 불완전하게 남아있었던, 즉 자유의 실현이 실제 성취될 수 있는 객관 현실의 부재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지요.



앞으로 살펴볼 것처럼, 호네트에게, 우리는 사회적 자유에 관한 사고에 다다를 때 만이, 자유의 실재를 볼 수 있습니다. 사회적 자유야 말로 자유의 가능성일 뿐만 아니라, 진정한 실현인 것이지요.

호네트에 따르면, 각각의 주체들은 다른 상호작용하는 주체들이 나의 목적을 확언하는 조건들에 자유의 실현을 결합할 수 있을 때 만이 각자의 자유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 아무리 외적 방해로부터 자유롭다고 해도 (소극적 자유), 그리고 자율적으로, 혹은 자기 진실적으로 정화된 의지로 행동한다고 해도 (반성적 자유), 우리의 행위가 우리를 발견할 수 있는 사회적 세계와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우리는 스스로를 자유로운 것으로 경험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유는, 개인이 통제 가능한 주관적 조건들 뿐만 아니라, 이 통제에서 벗어난 특정한 객관적인 사회 조건들을 요구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제가 자유로운 연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저는 이 좋음을 추구하기 위해 자유롭게 여러 이성을 만나게 됩니다 (소극적 자유). 그런데 이 과정에서 문득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나는 연애를 좋아해서 여러 이성을 만나왔는가? 아니면 나는 나의 본능이 이끄는 대로, 나의 욕정대로 이성을 만나왔는가?" 이런 성찰을 통해, 저는 저만의 자유로운 연애 행위를 정화하며, 여러 조건들을 더하게 될 것입니다. '나는 앞으로 욕정에 이끌려 사람을 판단하는 상대와는 연애를 하지 않겠다'. 혹은 '앞으로 나와 유사한 생각을 공유하는 이성만을 상대로 연애를 하겠다' 등등 (반성적 자유).

그러나, 저의 정화된 이 연애 행위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이 조건과 부합하는 현실이 존재해야 합니다. 제가 반성적 행위를 통해 연애에 관한 이러한 행위의 자율성 혹은 자기 진실성(자기실현)에 다다르게 되었다고 해도, 이 자율성이나 자기 진실성이 실현될 수 있는 현실 세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즉 욕정에 이끌려 사람을 판단하는 상대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나와 유사한 생각을 공유하는 이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저의 자유는 실현될 수 없는 것이지요. 평생을 연애 고자로 남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호네트에게, 우리는 사회적 배경들이 (상호작용하는 주체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하는 그 배경) 우리의 욕구와 관심이 사회적 삶의 협력적 기획과 일치되는 장소를 제공할 때 만이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호네트는 반성적 자유 속에서 설명되지 않은 채 남아있었던 '나의 목적을 확언하는 (외적) 조건들'을 자유의 실재로 끌고 들어오면서, 이 조건들이 가능해질 수 있는 곳은 오직 우리의 상호 주관적 구조들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그에 따르면, 이 구조들은 사회 제도들과 관습들을 의미합니다. 이 제도들과 관습들은 우리 사이를 매개하면서, 각자의 목적이 상호 의존적임을 인지할 수 있게 하는 모든 사회 제도와 체계, 관습 혹은 수단 모두를 의미합니다.



호네트는 사회적 자유에 관한 기본적 직관을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For modern subjects, it is obvious that our individual freedom depends upon the responsiveness of the spheres of action in which we are involved to our own aims and intentions. The more we feel that our purposes are supported and even upheld by these spheres, the more we will be able to perceive our surroundings as a space for the development of our own personality. As beings who are dependent on interacting with our own kind, the experience of such a free interplay with our intersubjective environment represents the pattern of all individual freedom.

Axel Honneth, Freedom's Right, 60.


근대 주체들에게, 개인의 자유는 우리의 목적과 의도가 우리가 속한 행위 영역들의 응답에 의존한다는 것은 명백하다. 우리의 목적이 이러한 영역들에 의해 뒷받침되고 유지된다고 느낄수록, 우리는 우리 주변을 자신의 특성을 발달시키기 위한 공간으로서 인식할 수 있다. 서로 상호작용하는 것에 의존적인 존재로서, 우리의 상호 주관적 환경과 함께하는 자유로운 상호 교착의 경험은 모든 개인의 자유에 관한 양식을 대표한다.

악셀 호네트, 자유의 권리, 60.



이처럼, 다른 상호작용하는 주체들이 나의 목적을 확언하는 이 인정의 제도들은 이제 한 개인의 자유가 완전히 실현될 수 있는 장소가 됩니다.

재차, 소극적 자유 속에서 한 주체의 행위의 내용물은 그 자체로 자유로운 것으로 간주될 수 없었습니다.

반성적 자유 속에서는, 비록 이 모델이 소극적 자유보다 발전된 것이긴 해도, 자유의 실행이 성취되는 객관 현실의 부재가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있었습니다.

이제 인정의 제도들에 관심을 돌리면서 사회적 자유에 관한 사고에 이르게 되면, 우리는 반성적으로 결정된 개별 목적들의 실현 가능성을 보증하는 외적 현실이 구체화되고 표명되는 것을 보게 됩니다.

반성적 자유가 미처 닿지 못했던 이 객관 현실의 영역들을 (모든 사회 제도와 체계, 관습, 혹은 수단) 자유의 척도에 주입시킴으로써, 호네트는 개인의 행위가 진정으로 자유로운 것으로 실현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게 된 것이지요.


자유의 실재와 제도들 간의 이 강력한 고리는 이제 좋은 삶의 개념이 개인의 자유가 실제로 실현되는, 그에 상응하는 제도적 구조들의 관점에서 발달되고 정당화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개인의 행위가 객관 현실의 영역 속에서 사회 행위의 협력적 기획과 조화를 이룰 때야 비로소 진정으로 자유롭다는 사실은 사회적 배경들이 우리에게 자유가 실현되는 장소를 제공할 때, 즉 우리의 욕구와 관심이 사회적 삶의 협력적 기획과 조화되는 장소를 제공할 때, 우리는 진정한 자유를 말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의 행위가 타자를 불가피하게 마주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삶과 양립할 수 있을 때 만이, 우리는 비로소 우리 스스로를 진정으로 자유로운 것으로 경험할 수 있는 것이지요.



호네트에게, 반성적 자유는 개인이 자신에게 부여된 사회적 기대치로부터 한 걸음 물러나, 자신만의 도덕성과 진실성의 관점에서 이러한 기대치들에 타당성과 가치를 평가할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갖습니다.

그럼에도 호네트는 이러한 분리의 순간이 결국엔 필연적으로 사회적 삶 속에서, 우리의 얽힘 속에서 발생한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반성적 자유는 우리가 이미 그 가운데서 우리 자신을 발견한 모든 사회적 배경에 부수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지요.

따라서, 자유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정의한다는 것은 우리가 단순히 사회적 역할이나 의무들로부터 분리되는 것 만으로는 가능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반드시 우리의 사회적 상호작용을 포괄할 수 있는 더 넓은 장의 개념 안에서 이 분리를 이해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상호작용이 발생하는 이 인정의 제도들만이 결국엔 그 분리 조차도 실현시켜줄 수 있는 토대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사회적 자유에 관한 기본적인 사고를 이렇게 이해한다면, 그 특징들은 어떻게 나타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사회적 자유에서 도출되는 정의의 개념이란 무엇일까요? 이 정의의 개념으로 우리는 우리 사회를 분석하고 진단해 볼 수 있을까요?


> 다음 회에 (순차적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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