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그녀는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 사실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정말로.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지금은 시간도 많이 지났고 희미 해졌지만,
나는 기억을 최대한 벼려서 전달하려고 한다.
때는 2n살. 여름이 다가오는 오월이었다.
공항 인근에 자취방을 얻어 혼자 사는 나는 외로운 일이 많았다. 때때로 오는 적막이 계속 기시감이 든다는 것은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었다. 하릴없이 근교 산책하기, 일은 집 근처 통닭집을 같이하는 사람 좋은 사장님이 차린 카페에서 낮에는 커피를 팔고, 집이 공항 근처라 저녁엔 근교에 주둔하는 미군 상대로 술과 치킨을 팔았다. 한 날은 치킨을 너무 맵게 만들었다고, 멱살이 잡힌 적도 있었다.
얼마 안 되는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며, 가장 친한 친구 녀석과 같이 시작한 도박에 빠져 그것이 '초심자의 행운'인 줄도 모르고 소소하게 용돈을 벌으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누군가를 격렬하게 만나고 싶다는 건 참 안타까운 일이다. 왠지 젊음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고, 누군가에게 구애를 하며 목마르게 끌려다니는 일도 잦았다. 그 과정들은 돌이켜보면 단순히 성적인 욕구와 대화상대가 필요한 것뿐이었다. 줄이자면 '외로움'이라는 한 단어로 함축하겠다. 애석하게도 그것은 단순하지만 20대 수컷에게 가장 효과적인 욕구였다. 자존감이 낮았던 나는, 부끄럼도 많아서 무엇을 하던 어중간 했었다. 그 중 가장 최악인 건, 체면도 차린다는 것이다. 어쭙잖게 어른인 척하려다 상대도 속이고 나도 속여버리기에 제대로 된 관계는 생길 리 만무했다.
그럴때면, 친구 집 앞 그네에 앉아 연애 상담을 많이 했었다. 그때 그는 좋은 말을 많이 해줬는데, 시간이 가면서 상대방과 제대로 이야기할 수 있는 창구를 소개받은 기분이었다. 그간 연애에 있어 내 나름의 노력은 다음과 같았다.
1. 시내에서 이상형을 찾아서 연락처를 물어보기
- 대부분 실패했지만 한 명은 받아줬다. 물론 한 번의 만남 뒤에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차단당했다.
2. 연애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하여서 소통부터 시작해 보기
- 나도 이상한 인간이지만 상상이상으로 특이한 사람이 많아서 내가 도망가거나 상대방이 도망갔다.
3. 지인에게 소개받기
- 나 혼자 멋대로 오해해서 연락을 끊거나, 표현할 줄 몰라서 상대방에게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받아 차였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당시 내가 이상한 인간은 맞긴했다.)
거듭된 실패에 자존감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나는, 반쯤 포기 상태였다. 이미 너덜 해진 내 마음은 둘째 치고,
이제는 연락을 한다는 사실 자체가 상대방에게 무례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나는 바닥으로 처박혀서 신음만 내고 있었다. 이제 이게 다 무슨 소용 인가 싶었던 시간이 지났고, 무료한 어느 날 연락이 왔다.
"오빠 혹시 나 기억해? 나 그쪽으로 놀러 가려고..!"
동공은 이제껏 없던 팽창을 시작했다.
그것도 아주 격렬하게,
혼란이 가중되면서 지금보다 훨씬 기억이 더 선명했던 그날.
나는 문자를 보낸 발신자를 떠올리는데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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