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흘린 눈물은 각성의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뭘 해야 할지 몰라 답답했다. 의자에 기대어 멍하니 앉아있었는데, 그 순간 오래 방치되어 색이 바랜 한 물체가 눈에 들어왔다. 그 물건의 앞면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습관의 시작'.
그래, 이거라도 읽어보자는 마음으로 책을 집어 들었다.
"좋은 습관 하나를 만들면, 그 습관이 스위치로 작용해 연쇄적으로 좋은 습관들을 불러온다."
이 문장이 왠지 모르게 내 마음에 와닿았다. 앞으로는 매일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어차피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도 딱히 없는데. 독서를 습관으로 만들고, 그 습관이 불러일으킬 연쇄작용을 믿어보자고.
더 큰 문제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책 읽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나는 책과는 담쌓고 지내온 사람이었다. 한 번씩 무슨 바람이 들어 서점에 가게 되면, 마음에 드는 책을 들고 집에 오곤 했지만. 몇 페이지 읽고선 책장 어딘가에 고이 모셔놓았다. 그 정도로 나는 책을 끝까지 읽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포기할 수가 없었다. 내가 붙잡을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의 끈이라고 믿었으니까.
이번에도 얼마 못 가 책을 덮고는 영원히 꺼내지 않으리라는 걸 알았다. 일하기도 벅찬데 책 읽을 시간 같은 건 없다는 이유로. 넘쳐흐르는 의욕으로 책 한 권을 다 읽겠다는 목표를 세우기보단, 아무런 저항 없이 할 수 있을 정도로 목표치를 낮추었다. 그것은 하루에 딱 한 페이지만 읽자는 다짐이었다. 내가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하루 5분을 못 낼까? 솔직히 5분 정도는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이후, 출근 전에 항상 책 한 페이지를 읽고 나갔다. 그 사소한 행동이 마음을 다잡게 해 주고, 하루를 좀 더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도록 해주었다.
처음부터 독서가 재밌었던 건 아니었다. 문해력이 부족해 잘 읽히지도 않았고, 집중력이 흐트러져 몇 번이고 처음으로 되돌아가 읽곤 했다. 그럼에도 꿋꿋이 읽다 보니 속도도 붙고 재미도 붙었다. 마치 딱딱하게 굳어버린 스펀지 같았던, 그 고정관념이 책을 읽을 때마다 산산조각 났다. 소설가 카프카가 "책은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야."라고 말한 이유를 이제는 알 거 같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시야가 넓어졌다. 그로 인해 수많은 가능성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다양한 모양의 인생길로 가는 문들이. 내가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내 삶은 천차만별일 것이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잃어버렸던 삶의 희망을 찾아가고 있었다. 아직 크게 달라진 건 없지만, 확실히 보았다. 한줄기의 빛을. 그 빛은 내가 어디로 가야 할지 알려주는 표식이기도 했고, 내 하루를 이끌어가는 동력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