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면, 책을 읽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잠깐만 읽어도 마음이 올바르게 정돈되는 느낌이 있다. 아침밥을 간단히 챙겨 먹고선, 커피를 내린다. 샷 추출 버튼을 누르니 원두 갈리는 소리가 경쾌하게 난다. 고소한 향이 방안에 은은하게 퍼진다. 머그에 담긴 까만 액체는 열기를 뿜어낸다. 한 모금을 들이켜려니, 갑자기 앞이 흐릿해져 잘 보이지 않는다. 김이 서린 안경을 잠시 접어두고 따뜻한 커피를 음미한다.
노트북을 켠다. 글을 쓰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푹 자고 일어난 아침은 머리가 맑다. 글이 제일 잘 써지는 황금 시간이다. 아침의 마음은 비교적 맑고 청량하다. 머릿속에 아무런 자극도 집어넣지 않은 그 깨끗함. 그만큼 흘러나오는 생각도 깔끔하다. 주제는 잡아놓되, 그 주제에 대해 떠오르는 대로,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써 내려간다. 자기 검열을 버리니까, 그렇게 글이 술술 써졌다. 책 한 권을 쓰려면 12만 자 정도를 써야 한다는데. 나는 매일 3천 자를 써냈다. 남는 시간에는 글쓰기 관련 책을 읽으며, 어떻게 글을 써야 좋은지에 대해 공부하며 하루를 보냈다.
그렇게 한 달 반쯤 흘렀을까. 책 한 권 분량의 글을 완성했다. 비록 다듬고 고쳐야 하는 일이 남았지만. 나도 무언가를 창조해 낼 수 있다는 걸 처음 느껴서 그런지 감격스러웠다. 잠깐의 휴식기를 가진 뒤에 다시 퇴고 작업을 시작했다. 생각나는 대로 막 휘갈겨 쓴 글이라, 고쳐야 할 부분이 많았다. 불필요한 수식어는 과감히 덜어내고, 반복되는 문장은 삭제했다. 그렇게 다듬고 또 다듬고. 그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꽤 그럴듯한 작품이 완성되어가고 있었다.
출판사에 원고와 기획서가 담긴 이메일을 보냈다. 이메일을 보낸 곳은 무려 100곳의 출판사였다. 예상대로 정말 많은 거절을 당했다. "보내주신 원고 잘 읽었습니다만, 저희와는 방향성이 맞지 않는 거 같습니다."라는 답장부터, 아무런 답도 돌아오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기다림의 시간은 길어졌고, 나는 점점 작아지기 시작했다. 그래, 나 같은 초보 작가에게 누가 투자를 해주겠어.
그러던 어느 날, 처음으로 긍정적인 답변을 준 출판사를 만났다. 이후로 계약을 하고 싶다는 곳이 2곳이나 생겼다. 나는 그중 마음에 드는 조건을 제시한 쪽과 계약을 하기로 했다. 솔직히 실물을 보기 전까지는 확신하지 못했다. 잘되고 있는 건지 마는 건지. 시간이 흘러 완성된 책 표지 디자인을 보게 되었고, 그때서야 체감했다. 와, 내 책이 진짜 나오는구나! 지난 1년의 준비 시간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처음엔 정말 막막했는데. 매일 조금씩 꾸준히 하니 완성이 되었다. 그렇게 출간된 책이 '서툰 어른, 서른입니다'이다. 몇 년이 지난 지금 보면, 부족한 게 너무 많이 보이지만. 그래도 나에겐 고마운 책이다. 나의 첫 도전의 결과물이었고, 작가로서의 길을 열어주었기에.
책을 쓰는 시간을 통해 나는 한 단계 더 성장했다. 내면에 깊이 자리하고 있던 '나는 잘하는 게 하나도 없는 사람이다.'라는 신념의 균열이 생겼다. 약간 깡이 생겼다고 할까? 그 어떤 도전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내가 어떤 것에 재능이 있는지 알기 위해서 최소한 반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몇 번 해보고 섣불리 결론을 내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 새로운 걸 해보고 싶지만, 재능이 없을까 봐 망설여지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재능이라는 건 단숨에 발휘되는 게 아니야. 재능을 가지고 있다 해도, 발현되는 데에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해. 그러니 한두 번 해보고 포기하지 말고 스스로에게 충분한 시간을 베풀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