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

by 이해

수업을 이끌어가는 사람은 무엇보다도 마음이 편안해야 한다. 지도자가 과도하게 긴장하고 경직되어 있으면, 듣는 사람도 불편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나는 지도자로서 자격 미달이었다. 내가 수업과 강연을 하는 삶을 살고자 한다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부분이었다. 나의 문제를 털어놓았다. 어떻게 하면 편안하게 임할 수 있을까요? 그 질문에 한 분이 남겨준 진심 어린 조언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떨지 말고 자신 있게 해야지!라고 마음먹는다면, 더 떨릴 거예요. 그게 진짜 내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죠. 저는 취업 준비하며 면접 때 정말 많이 떨었는데, 그 이유가 '더 나은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서'였더라고요. 제가 아닌 다른 모습을 연기하려니 더 걱정되고 무서웠던 거예요. 긴장되고 두려운 마음을 수용하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조금씩 보여주세요. '완벽하고 자신감 넘치는 나' 말고 '조금은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하는 나'는 진짜니까. 남들 앞에 서는 게 점점 편안해질 거예요."


이제까지 내가 계속 실패했던 이유. 그건 바로 나 이상의 것을 보여주려 애썼기 때문이었다.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부정하고, 능숙하고 멋지게 해내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 했기에. 그분의 조언이 마음 깊이 와닿았다. 그날을 계기로 잘하려고 애쓰는 마음을 내려놓았다. 결과보다 중요한 건, 내가 거기에 임하는 태도였다. 게으름 피우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면 충분하다.


새로운 회원이 생겼고, 본격적으로 수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첫 만남의 어색한 기운이 공간 전체를 맴돌고 있었다. 여느 때처럼 떨리기 시작했다.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과 함께. 나는 떨리는 마음을 받아들이며 말했다. '나는 아직 초심자야. 그래서 실수할 거고 서툴 거고 때론 그 모습이 초라해 보일 거야. 그래도 괜찮아.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해.' 그 말이 무거웠던 마음을 가볍게 만들어주었다. 나는 여전히 중간중간 말을 버벅거렸고, 어색한 제스처를 취해가며 수업을 진행했다. 그래도 과거보다는 나아지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그래, 그럼 된 거지. 조금 부족했지만, 오늘 준비한 수업을 문제없이 마칠 수 있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수업을 들은 분이, 내 수업을 별로라고 느끼면 어떡하지? 그래서 다시는 오지 않는다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내 수업의 성패로 이 공간의 생존 여부가 결정된다고 생각하니, 막중한 책임감이 들었다. 감사하게도, 회원분은 그날 정기 수강권을 끊으셨다. 지도자 생명 연장이었다. 나는 매주 2회씩 그분과 만나 수업을 했다. 수업을 이끄는 그 자리도 점점 편해져 갔다. 반복 경험 앞에 장사 없다고, 무대 공포증은 점점 옅어져 갔다. 우리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다. 무거웠던 마음을 내려놓고, 어두운 길에서 빠져나와 빛을 보기 시작하는. 그것이 우리가 수업을 하며 보게 된 모습이었다. 매주 글을 쓰고 명상하며, 그분은 그분의 문제를. 나는 나의 문제를 극복하고 온전한 모습으로 거듭났다.


1년 동안 매주 만났던 우리는 첫 만남 때와는 꽤나 많이 달라져 있었다. 그렇게 1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작별의 시간이 다가왔다. 내가 지도자로서 만난 첫 손님이었던 그녀는, 마지막 수업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선생님의 이 수업을 만나지 못했다면, 인생이 정말 암담했을 거예요. 고맙습니다." 감격스러웠다. 내가 누군가에게 이로움을 주는 수업을 했구나. 나도 그런 걸 할 수 있구나. 그날로 자기 의심의 벽은 완전히 무너졌다.


'나는 무대 체질이 아니야.'

'나는 애초에 그런 사람이 아니야.'

'나는 딱히 잘하는 게 없어.'


얼마나 많은 말들로 나를 한계 지으며 살아왔던가? 그것은 진실이 아니라 단지 스스로의 생각일 뿐이었다. 나는 여러 도전들을 통해 깨달았다. 부족한 게 있다면 경험이 부족한 거지, 재능이 부족한 건 아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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