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해도 괜찮아

by 이해

불안은 언제나 있었다. 직장을 다닐 때도 그랬고, 퇴사하고 나서는 더 심해졌다. '왜 이렇게 나는 불안할까?' 퇴사 전부터 내 불안함에 대해 의문을 품었고, 감정에 대해 공부했다. 마음을 다스리는 데 좋다 해서 명상을 시작했다. 불안한 생각이 스칠 때마다 작은 방에 들어가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양반다리를 하고 앉았다.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했다. 처음에는 효과가 있을까 의구심을 가졌었지만. 그 작은 행동이 가져온 결과는 놀라웠다.


호흡에 머무르고 자신의 숨을 느끼는 것은 심란한 마음으로부터 벗어나게 해 주었다. 지나가 버린 과거와 오지도 않은 미래를 떠도는 '마음' 대신에, 지금 여기에 존재하고 있는 '몸'에 뿌리내리게 해 주었다. 처음에는 아무리 호흡에 집중하려 해도, 10초도 되지 않아 다시 생각에 빠져들었다. 내 주의력이 이렇게 산만하다는 걸 깨닫게 되곤 했다. 하지만 명상은 친절했다. 명상은 생각에 빠지면 안 된다고 말하지 않는다. 잡생각에 빠져도 괜찮다고, 그저 자신이 생각에 빠져있음을 알아차리고 호흡으로 돌아오라고 말한다.


명상은 신체 근육을 훈련시키는 것과 유사하다고 느껴졌다.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지만, 반복 훈련할수록 점차 좋아졌다. 웨이트 훈련이 근력을 발달시키듯, 명상은 주의력 훈련이었고 마음 근력을 키워주었다. 향상된 주의력 덕분에 잡생각에 빠지는 빈도는 줄었고, 내 몸에 머무르는 시간은 길어졌다. 생각은 멈추었고 덕분에 마음은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생각이 멎은 상태. 즉 마음의 활동이 멈춘 상태에서는 아무런 걱정도 불안도 없었다.


명상은 분명 도움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불안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된 건 아니었다. 명상을 할 때는 괜찮다가도, 다시 눈을 뜨고 일상을 이어가면 어김없이 찾아왔으니까. 나는 속세를 벗어난 수행자가 아니었고, 현실을 살아가야 하는 평범한 인간이었다. 하루 종일 명상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현실적인 문제들 앞에서 불안은 극대화되었다. 여전히 빚은 그대로 남아 있었고, 수업 예약은 뚝 끊겼으며. 고정 수익은 턱없이 부족했다. 명상은 이런 것들을 잠시동안 잊게 해 주었고, 심각해지지 않도록 해주었지만. 문제를 없애주진 못했다. '이게 맞나, 정말 이대로 괜찮을까?'라는 마음과 함께 생각은 많아졌고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다른 돌파구가 필요했다.


퇴사하고 나서는 자유 시간이 너무 많아서 문제였다. 시간적 여유가 많으니 잡다한 생각이 많이 들었다. 바쁘게 일하면 생각할 겨를도 없는데 말이다. 생각이 많아지면 언제나 불안해졌다. 나는 꾸준한 명상을 통해 생각의 내용물을 살펴보게 되었다. 관찰의 결과,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었다. '과거'에 대한 후회, '미래'에 대한 걱정. 어릴 때부터 "생각 좀 하면서 살아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지만, 사실 생각의 90% 이상은 불필요한 생각이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새로운 길을 걸을 땐, 앞날이 걱정되기 마련이다. 대부분의 불안은 내 미래가 걱정되는 마음에서 비롯되었다. 그래서 다짐했다.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말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을수록, 생각은 많아지고 불안해졌다. 나는 즉흥적으로 하는 걸 좋아하지만,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루틴을 만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시원한 물로 세수를 하고 입을 헹군다. 그리고 물 한 잔을 마시며 잠을 깨운다. 간단한 요가 동작으로 밤새 뻣뻣해진 몸을 풀어준다. 내 마음을 긍정적으로 만들어주는 책을 읽으며, 좋은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잠시 앉아 15분 정도 명상을 한다. 그리고 글을 쓴다. 기분이 어떻든지 간에 항상 이런 흐름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이런 사소한 활동들로 아침을 채우고 나면, 하루 전체가 달라졌다. 그 흐름을 이어서 나를 성장시켜 주는, 의미 있는 활동들에 몰입하면 불안하지 않았다. 나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고, 삶도 나아질 거라는 기대가 있기에.


퇴사 생활을 오래 해보니, '불안'은 없애야 할 게 아니라 데리고 살아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불안함이 느껴지는 건 용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과정이 아닐까. 진짜 용기 있는 사람은 불안해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불안함에도 불구하고 나아가는 사람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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