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춘선 숲길, 일명 '공트럴파크'
지금껏 가본 수많은 카페 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동네에서 좋아했던 카페들은 좀 더 특별하게 기억하고 싶습니다. 누군가 카페 추천을 부탁할 때 선뜻 보여줄 수 있는 리스트이자, 그리운 동네를 추억하며 꺼내보고 싶은 나만의 일기장이자 사진첩이기도 합니다. 각 카페에 대한 감상은 방문 당시에 쓴 지극히 주관적인 과거의 글을 다시 모아 엮은 것입니다.
1. 오누이
무슨 말이 필요할까. "오랜만에 오셨네요"라는 사장님의 인사를 듣는 순간, 역시 또 오길 잘했다 싶은 나의 안식처, my all-time favorite. (18년 6월)
새해 첫날 첫 카페는 역시 나의 비밀정원, 나의 안식처. 1월 1일에 처음 듣는 노래 가사 따라 한 해를 산다는 속설이 있는데, 처음 간 카페 같은 한 해를 보내게 된다면 나의 1년도 이렇게 푸릇푸릇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겨울 숲 요거트'라는 신메뉴를 주문했는데, 한 땀 한 땀 직접 무늬를 내신 정성에 감동했다. 숲 속 요정들이 먹을 법한 비주얼에 맛도 싱그럽고 건강한, 딱 오누이다운 메뉴. (19년 1월)
2. 아고라커피
어느덧 세 번째 방문. 올 때마다 인테리어나 공간 배치가 조금씩 달라졌다 싶더니, 이번에는 외관부터 180도 달라진 모습. 분명 흰색 카페였는데. 특히 멀리서부터 눈에 들어온 'Love your fate'이라는 문구가 마음에 들었다. 주어진 공간과 환경 안에서 조금씩 변화를 시도하는 곳이라 좋다.
공휴일이긴 했지만 빈자리가 거의 없고 편한 복장 차림으로 테이크아웃을 해가는 손님도 많았다. 직접 로스팅을 하는 곳이라 커피가 맛있는 건 당연하고, 원두와 더치도 판매한다니. 동네 주민들에게 '믿고 마시는 커피'로 자리 잡은 듯하다. (19년 1월)
3. 비스킷플로어
오랜만에 다시 온 비스킷플로어, 아마도 네 번째 방문. 공릉 일대가 일명 '공트럴파크'라 불리며 카페촌으로 주목받을 시기에, 딱 좋은 센터 위치에 문을 연 곳으로 기억한다. 다른 곳에선 대체 불가한 이곳만의 특별함을 꼽기는 사실 어렵다. 그런데 그냥 편하고 좋다. 비스킷 같이 생긴 나무 바닥도, 특이한 모양의 테이블도, 공릉 도깨비시장 앞길이 훤히 보이는 큰 창도 그냥 좋다.
쿠키 냄새가 코를 찔렀으나 꾹 참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주문했다. 이 날 따라 유독 산미가 강하다고 느꼈는데 나쁘진 않았다. (18년 11월)
4. 플랫커피
예전에 머랭과 계란 노른자를 얹은 '플랫 토스트'가 너무 맛있어서 자주 가던 곳. 음료 신메뉴가 나왔다는 소식에 오랜만에 찾았다. 봄에 딱 어울리는 '후르츠 젤리 소다'를 주문했다. 여기에만 있는 메뉴는 아니지만 다른 곳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메뉴이기에.
음료 나오자마자 너무나 아름답고 영롱해서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효과는 덤. 사실 맛은 특별할 것 없는 그냥 예쁜 사이다 맛이지만 비주얼이 다했다. 색깔별로 젤리도 아쉽지 않을 만큼 꽤 넉넉하게 들어가 있고, 맛은 씁쓸했지만 향이 좋았던 식용꽃도 신기했다. 꽃피는 봄에 이 정도는 마셔줘야 인싸 아닌가요? (19년 3월)
5. 위플랜트위커피
추워서 덜덜 떨면서 걷다가 무심코 뒤를 돌아봤는데 'we plant we coffee'라는 세련된 간판에 반해 홀린 듯이 들어갔다. 알고 보니 오픈한 지 일주일 정도 된 신상 카페. 전반적으로 화이트 위주의 공간에 군데군데 컬러풀한 포스터와 소품이 포인트가 되는 인테리어로, 약간 연남동에 있을 법한 카페라고 생각했다.
손님이 워낙 많기도 했고, 잠깐 몸 녹이려 들어간 거라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만 마시고 금방 나왔다. 그나저나 도깨비시장이랑 공릉 방앗간 바로 옆에 이런 미드 센츄리 모던 감성의 카페라니, 공릉동 상권 발전 속도 정말 놀랍다. (19년 12월)
6. 파브커피
공릉과 가까운 동네 살던 시절, 매번 운영 시간이 안 맞아 '밤나무 과자점'을 한 번도 못 가봤는데 그 사이에 디저트 전문점이 아닌 정식 카페가 되었단다. 일명 '공트럴파크'라 불리는 경춘선 숲길 끝자락에 생긴 '파브커피'. 아기자기한 과자점을 상상했는데 막상 가보니 블랙 위주의 모던한 인테리어였다.
여유롭게 앉아있기에는 자리가 불편하고 옆 사람들 대화가 너무 잘 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인 건 아쉬웠지만. 너무 달지 않고 건강한 느낌의 단호박 치즈 케이크 맛은 만족스러웠다. 아, 그런데 케이크랑 같이 먹기에는 블랙커피 양이 너무너무 적어요.. (19년 12월)
7. 카페쉔
1년 만에 다시 찾은 쉔. 작년에 왔을 때 큰 기대를 안 했는데 의외로 디저트류가 너무 맛있어 놀란 기억이 있다. 오늘 준비된 베이커리 메뉴를 여쭤봤는데 블루베리 치즈 파이라고 해서 사실 조금 고민했다. 조리된 베리류를 별로 안 좋아하고, 파이도 즐기지 않는 사람.. 그래도 작년의 그 기억을 믿고 주문했다. 자리를 잡고 앉은 지 5분도 채 안 돼서 카톡으로 너무 화나는 소식을 접해 눈앞이 캄캄해졌는데, 손에 파이가 집혔다. 입에 넣고 보니 맛있다, 괜찮다, 안정이 됐다. 파이가 사람을 하나 살렸다. 믿고 먹는 쉔 디저트.
1년 전 사진을 보니 휑할 정도로 흰색 바탕 가득했는데, 복작복작 뭔가 많이 생겼다. 앞으로는 이 공간을 또 어떻게 채워나가실지가 궁금해진다. (18년 7월)
8. 라라브레드 공릉
잠실의 라라브레드가 드디어 공릉에도 생겼다. 넓은 면적은 아니어도 1층부터 4층까지 한 건물을 다 쓰고 있을 정도로, 공릉 일대에서는 가장 큰 카페다. 브런치라기에는 조금 헤비한 요리에 가까운 메뉴부터 초코 범벅 디저트에 가까운 메뉴까지, 메뉴 선택지가 매우 다양했다. 여러 명이 가서 다양하게 시키고 나눠 먹으면 좋을 것 같다.
월요일 아침 10시쯤 갔는데 맨 꼭대기 4층에 겨우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다행히 창밖으로 공트럴파크가 내려다 보이는 뷰는 아름다워 괜찮았지만, 계속 들어오는 사람들 눈치가 보여 급하게 자리를 비워줘야 했다. 다 먹고 나오는데 빵을 계산하기 위해 서있는 줄도 끝이 없어 보였다. 여기 왠지 오픈하고 한참 지나도 사람 계속 많을 것 같다. (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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