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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리터 Jun 28. 2020

내가 좋아하는 성수동 카페 6

성수동 2가, 성수역 중심으로

지금껏 가본 수많은 카페 중에서내가 좋아하는 동네에서 좋아했던 카페들은 좀 더 특별하게 기억하고 싶습니다누군가 카페 추천을 부탁할  선뜻 보여줄  있는 리스트이자그리운 동네를 추억하며 꺼내보고 싶은 나만의 일기장이자 사진첩이기도 합니다 카페에 대한 감상은 방문 당시에  지극히 주관적인 과거의 글을 다시 모아 엮은 것입니다.




1. 로우키 


유명한 남양주 로우키의 성수점. 분명 예쁘고 세련됐지만, 울퉁불퉁한 천장과 낡은 창틀 같은 건축 요소들을 살려놓고 마음 편안해지는 우드 소재를 써서, 일부러 꾸며내지 않은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연출된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주문하고, 제조하고, 커피와 관련 굿즈를 진열해둔 쇼룸이 있고, 안쪽에는 삥 둘러앉아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별도의 커피 라운지가 있다.

커피 라운지는 과장 조금 보태서, 스텀프타운 커피가 있는 포틀랜드 에이스호텔 로비와 닮았다. 신문과 잡지가 놓인 큰 탁자를 중심으로 여러 사람들이 모여 앉는 건 분명 한국 카페에는 잘 없는 구도다. 포틀랜드와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나를 포함 모든 이들이 둘러앉아 폰만 보고 있었다는 점.. (18년 9월)


2. 카페포제


이미지가 공간에 미치는 영향. 이런 류의 포스터를 장식으로 놓는 카페는 최근 흔해진 건 사실이지만 성수동이라는 동네도, 이 카페가 있는 건물도 이런 포스터들과 참 잘 어울리는 분위기라 멋있었다. 미술관만큼이나 군데군데 작품 보는 재미가 있는 카페.

또 하나 인상 깊은 점은 가구와 조명에 따라 1-2-3층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 1층은 화이트&우드 톤의 아늑한 카페인데 계단 구석 쪽은 신비한 오렌지빛으로 비밀 창고 느낌이 난다. 2층은 화이트&메탈 톤으로 심플하고 시크한 작업실 같고. 대망의 3층은 블랙&블루&오렌지의 조합으로, 음악도 예사롭지 않아 약간 클럽 느낌도 났다. 방문 목적이나 시간대에 따라 어울리는 곳에 자리 잡으면 좋을 듯하다. 나는 저녁에 한 시간 정도 시간 때우러 간 터라 3층에서 혼자 맥주를 마시며 글을 썼다. 퇴근 후 이런 시간 참 좋네. (19년 1월) 


3. 카멜


그냥 '카멜 커피'가 맛있어서 유명한 줄 알고 갔는데 웬걸, 공간 자체에 매력이 철철 넘쳐흐르던 곳. 카페의 모든 요소들이 일관적으로 라이트 브라운 톤을 띄고 있어 안정감을 준다. 시그니쳐 메뉴인 카멜 커피색으로 의도한 것일까. 안내문과 메뉴판도 갈색 마커로 직접 쓰신 것 같은데, 의도적으로 영어 스펠링을 발음대로 틀리게 써서 시선이 가게 한다. notice를 'NOTIS', menu를 'MAENEW'라고 적는 식. 이게 뭐라고 카멜만의 스웨그 같아 보인다. '멋있다' 보다는 특유의 '멋이 있다'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릴 것 같다. 

그리고 좀 어이없게도 여기 화장실이 대박이라 들어가자마자 깜짝 놀랐다. 엄청 넓은 공간에 은은한 조명이 포근한 느낌을 주고, 바닥에는 고풍스러운 카펫이 깔려 있으며, 고장 난 가구, 꽃병, 고서 등 멋스러운 소품들이 곳곳에 무심한 듯 시크하게 놓여있다. 이 미친 분위기를 풍기는 곳이 화장실이라는 게 아까울 정도. (18년 6월) 


4. 레이어 57


레이어57 스튜디오 안에 있는 카페. 힙하다는 건 다 때려 박아 놨는데 그게 과하다거나 불편하지는 않다. 널찍한 공간 안에 세련된 가구와 외국 느낌 물씬 풍기는 포스터가 무심하게 툭툭 걸려 있을 뿐인데 그게 뭐라고 멋있다. 한창 베를린 뽕에 취해있었을 때라, 여기 정도면 '서울 속 베를린'이라고 불러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공간이 워낙 마음에 들어서 맛은 기대하지 않고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피칸 파이를 시켰는데, 예상외로 맛도 훌륭했다. 파이에서 비싸고 좋은 버터의 풍미가 느껴졌다. 무척 더웠던 날 시원하고 쿨한 공간에서 외국 잡지를 보며 편하게 잘 쉬고 나왔던 기억으로 남는 곳. (17년 7월) 


5. 우디집 


제대로 뉴트로다. 옛날 가정집의 레트로함과 요즘 인스타에서 핫한 '갬성'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뤘다.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 살던 할머니 댁이랑 비슷해서 살짝 그 시절의 추억이 떠올랐는데, 설령 그런 추억이 없는 사람들도 기억 조작당해서 향수에 젖을 듯한 80~90년대 바이브였다.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가구나 식기, 그리고 메뉴 구성에도 그런 레트로한 무드를 살리려고 많이 신경 쓴 것 같았다. 크림 브륄레 커스터드에 쑥을 넣은 '쑥 브륄레'라는 걸 주문했는데, 작은 항아리 같이 생긴 단지를 퍼먹는 경험이 재미있었다. 이렇게 한국적인 맛이 나는 디저트가 커피와도 잘 어울리는 것도 신기했고. (20년 4월) 


 6. 위커파크 성수


내가 좋아하는 위커파크의 2호점이 성수동에 생겼다고 해서 가봤다. 아쉽게도 위커파크 잠실점의 앞마당 같은 공간은 없지만, 여기는 차분하고 정적인 느낌의 실내 공간이 좀 더 강조된 것 같다. 어쩐지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며 명상해야 할 것만 같은 분위기. 

도쿄 오니버스 커피의 원두를 쓴다고 하는데 내 뒤로 성수역에 2호선 열차가 쌩 지나가는 순간, 기찻길이 내다 보이던 나카메구로의 오니버스 커피와 묘하게 오버랩되어 보이더라. 성수점에서만 파는 특이한 메뉴 '김 토스트'도 도쿄의 어느 카페에 있는 토스트라고 한다. 맛은 간장버터밥의 빵 버전, 간장버터빵(?)이라고 해야 할까. 진짜 별 거 아닌데 짭짤 고소해서 묘한 중독성이 있다. 여러 모로 예전에 놀러 갔던 도쿄 생각이 많이 났다. (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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