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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리터 Jul 02. 2020

내가 좋아하는 서울숲 카페 8

성수동 1가, 뚝섬역 중심으로

지금껏 가본 수많은 카페 중에서내가 좋아하는 동네에서 좋아했던 카페들은 좀 더 특별하게 기억하고 싶습니다누군가 카페 추천을 부탁할  선뜻 보여줄  있는 리스트이자그리운 동네를 추억하며 꺼내보고 싶은 나만의 일기장이자 사진첩이기도 합니다 카페에 대한 감상은 방문 당시에  지극히 주관적인 과거의 글을 다시 모아 엮은 것입니다.




1. 카모플라쥬


이 공간에 나 빼고 온통 찐 힙스터들 뿐이었다. 아는 사람 아니면 찾아오지 않을 것 같은 골목에 숨어있는 작은 카페인데 외관에서부터 범상치 않은 포스가 풍겨져 나와 '진짜들이 찾는 진짜' 같은 느낌이다. 오픈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업계에서는 나름 입소문을 탔는지, 업계 종사자들도 찾아와서 이곳 커피를 맛보고 사장님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고 하더라. 커피 맛은 잘 모르는 나도 플랫화이트가 참 부드럽고 고소하다고 느끼며 만족스럽게 즐겼다.

공간이 넓거나 자리가 편한 건 아니지만, 진짜 맛있는 커피 한 잔과 함께 잠시 쉬다 가기에 좋다. 100달러 지폐 다발 모형으로 된 테이블에서 커피로 flex 하는 짜릿한 기분은 덤. (20년 1월) 


2. 모멘토브루어스


평일 낮 서울숲 뒷골목 일대에 유일하게 붐비던 가게. 2년 전 나의 멜버른 여행의 계기이자 이유가 되었던 '마켓레인 커피'를 서울에서도 마셔볼 수 있는 곳. 호주 스타일답게 메뉴는 단 두 가지 black or white였고, 원두를 직접 고를 수도 있다.

인상적이었던 건 단연 바리스타분들의 애티튜드였다. 처음 온 손님도 잘 알고 지내온 이웃처럼 반겨주시고, 기분 좋게 대화를 이끌어주신다. 외국 생활을 하셔서인지 매우 캐주얼한 화법을 구사하시는 것도 매력이다. 맛있는 커피에 덤으로 긍정적인 바이브까지 얻어올 수 있는 곳. 테이블과 좌석이 없는 스탠딩 카페고, 밖에 있는 간이 테이블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확률도 극히 낮다. 바리스타와 잠깐 대화를 나누다 테이크 아웃해서 서울숲을 걸으며 남은 커피를 음미하기를 추천한다. (19년 4월) 


3. 프라이데이무브먼트


들어가자마자 이건 '찐 미국 감성'이다 싶었던 곳. 카페와 함께 아웃도어 용품, 특히 서핑 용품을 파는 샵이라 서울에서는 조금 생소한 느낌이었나 보다. 가게 내부에 있는 나무 오두막 같은 구조물도 신기했다. 약간 홀리스터 매장 느낌 나고, 확실이 외국에 나와있는 느낌이다. '성수동 속 캘리포니아'라고 내 맘대로 별명을 붙여본다.

시크한 인테리어에 반전이었던 건 여기서 직접 빵을 굽는 베이커리이기도 하다는 사실. 커피에 까눌레 하나를 곁들였는데 맛이 훌륭했다. 무료로 가져올 수 있는 엽서에 이런 문구가 쓰여있다. '어떠한 유행에도 휩쓸리지 않고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을 함께 즐겨주면 그저 그것으로 좋은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있는 곳' 역시 인기 많은 것, 있어 보이는 것보다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알려준 멋진 곳이다. (19년 4월) 


4. 메쉬커피 


뚝섬역에서 서울숲 가는 길목에 있는 테이크 아웃 전용 커피집. 가게 앞에 놓여있는 박스나 간이의자에 걸터앉아 여유롭게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을 늘 볼 수 있다. 인테리어나 SNS에서 유행할 만한 요소보다는, 조금 투박하지만 진짜 커피 맛에 신경 쓰는 듯한 곳.

내가 주문한 커피쉐이크는 우유 거품의 목 넘김이 황홀할 정도로 부드러웠고, 많이 달지 않아 더 좋았다. 단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너무나 한입거리라 금세 다 먹고 아쉬웠다는 것. 결국 옆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하나 더 사 먹은 후에야 커피 양이 찼다. (19년 6월) 


5. 로우커피스탠드


좁고 지저분한 성수동 뒷골목길에 숨어있는 일본에나 있을 법한 무지 감성의 커피 스탠드. 그러고 보니 한국에서 '커피 스탠드'나 '키오스크' 같은 개념을 잘 못 본 것 같다. 테이크아웃 커피만을 취급하는 곳이라도 대부분 건물 내 점포의 형태이지, 이렇게 골목길 귀퉁이에 붙어있는 느낌은 아니니까.

이렇게 크고 맛있는 아메리카노가 단돈 2000원이라니. 이 가격에 잠시나마 일본에 카페 여행 와있는 듯한 기분까지 즐길 수 있으니 대박적인 가성비. 잠깐 앉아서 마시고 갈 수 있는 따뜻한 난로와 의자, 8명 정도 들어갈 수 있는 작은 실내 공간도 준비되어 있어 커피 스탠드 치고는 매우 상냥한 편. (18년 11월) 


6. ILND


요즘 카페 이름은 이렇게 모음 생략하고 알파벳 네 개로 줄여 쓰는 게 트렌드인가. 아일랜드, 말 그대로 섬이라는 뜻인데 성수동 한복판에서 묘하게 진짜 섬 느낌이 나기도 한다. 큼직큼직한 초록 식물들이 모여있는 곳은 꼭 작은 정글 같고, 벽에 붙어있는 파도 사진은 너무 생생해서 진짜 바다처럼 시원하다. 'ILND'라는 자체 브랜드로서 직접 제작, 판매하시는 듯한 캠핑 또는 아웃도어 라이프 용품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테이크아웃 컵에 배기지 태그 모양의 노란 라벨을 붙여주는 것도 센스. 따뜻한 커피 한 잔 들고 근처 서울숲 산책하며 마시면, 이게 바로 휴가 아닙니까. (19년 10월) 


7. 시너리 


메뉴가 하나하나 다 너무 예뻐서 사진 찍기 좋은 카페로 유명한 곳. 예쁜 만큼 정성이 들어간 거긴 하겠지만. 쉬림프 아보카도 샌드위치 11000원에 에이드 7000원이라니. 솔직히 양에 비해 가격 너무 세다고 생각했는데, 먹어보니 진짜 맛있긴 해서 자존심 상했다. 사실 공간 자체는 심플한데, 개인적으로는 바깥에 정겨운 옛날 아파트 풍경이 보이는 창가 자리에서 한적한 시간을 보내는 게 좋았다. (19년 8월) 


8. 후식당


길 가다 입간판을 보고 호기심에 들어갔는데, 요즘 보기 드문 작은 가정집을 개조한 카페라 신기했다. '후식당'이라는 이름 그대로 후식을 먹는 곳, 시즌마다 다른 디저트가 준비되어 있는 곳이다. 나는 '한라봉'이라는 이름의 타르트st 디저트를 골랐다. 과육이 통째로 올라가 있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니었으나, 안에 들어있는 호지차 필링과 달고나처럼 씹히는 설탕 조각이 맛있었다.

그런데 테이블당 메인 디저트 하나를 꼭 시켜야 하거나, 구움 과자는 3개 이상 시켜야 한다든가. 한 테이블에 2인 이상은 앉을 수 없고, 의자를 옮기면 안 되고, 테이블 이동도 안 된다든가. 이런저런 규칙이 좀 까다롭긴 했다. 카페에서 편하기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보다는 특별한 디저트를 즐기고 싶을 때 가야 할 곳. (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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