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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리터 Oct 25. 2020

10월에 마신 10개의 카페

삼성 - 동선 - 부산 - 문래 - 가락

가끔 마시러 떠납니다. 취향과 분위기 소비를 즐깁니다.

매달 다녀간 카페들을 개인적으로 기록하기 위해 사진과 함께 짧은 평을 남겨놓습니다. 카페에 대한 감상은 지극히 주관적이며, 방문 목적과 시간대, 주문 메뉴, 날씨, 운 등에 따라 크게 좌우될 수 있습니다.




1. 삼성 에드빗커피


생두를 수입하는 토치커피의 쇼룸이다. 옆에서 바로 신선한 원두를 로스팅을 하고 있으니 커피가 더 맛있게 느껴졌다. 기분 탓일 수도 있지만 가격 대비 꽤 만족스러웠던 커피 한 잔이었다.


공간 자체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 그 자체다. 밖에서 볼 때 간판도 거의 눈에 안 띄고, 실내 공간도 온통 심플한 화이트-메탈-우드뿐이라 살짝 심심하다. 맞은편에 바로 선정릉이 있어서 통유리창 너머로 초록 초록한 나무숲 뷰를 볼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 근처에 볼일이 있다면 커피 테이크 아웃하러 들르기 좋을 곳 같다.


2. 성신여대 모블러


직접 구운 휘낭시에로 유명한 작은 카페. 흑임자, 초콜릿, 올리브 등 종류도 다양해서 딱 하나를 고르는데 꽤 신중했고, 결국 무난한 얼그레이 휘낭시에를 주문했다. 한입 베어 물자마자 오 이거다! 싶었다. 겉은 살짝 바삭한데 속은 쫜-득하달까. 이걸 이렇게 밖에 설명 못하는 내 표현력이 아쉬울 정도.


매장은 생각보다 협소해서 오래 머물기에 적합한 곳은 아닌 것 같았다. 여러 개씩 포장-배달해가는 손님들이 많았는데 그렇게 집에다 잔뜩 쟁여두고 먹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3. 성신여대 PRD


pull revolving door의 약자 PRD.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가게 한가운데 거대한 회전문이 있는 흥미로운 구조다. 회전문 안쪽에는 커피 바와 조리 공간, 다인석이 있고, 바깥쪽은 손님들이 앉을 수 있는 벤치 공간으로 분리가 된다. 그 벽이 벤치도 되고, 테이블도 되고, 의자도 되고.. 마치 트랜스포머 같달까. 전반적으로 세련된 이미지를 풍겨서 한껏 멋 부리고 거울 셀피 찍으러 오는 손님들이 많았다.


나의 방문 목적은 셀피가 아닌 샌드위치였는데, 기대했던 것만큼 훌륭했다. 쫄깃한 닭다리살에 살짝 매콤한 소스가 잘 어울려서 옆에서 사진 찍든 말든 허버허버 먹었다. 바게트라 딱딱하고 내용물은 넘쳐흐르는데 접시는 작고 커트러리도 없어서 깔끔하게 먹기 힘든 점은 살짝 아쉬웠다.


4. 부산 영도 손목서가


영도 흰여울 문화마을 일대에서 가장 붐비는 카페. 늦은 오후 햇살이 부서지는 바다가 훤히 내다보이는 서점 겸 카페라니, 거의 뭐 동화 속에나 존재할 법한 꿈의 공간이 아닐까 싶었다.


내부 공간은 협소한 편이라 우리는 야외 앞마당 캠핑의자에 앉았다. 나름 오션뷰 테라스에서 글뤼바인과 캐모마일 티를 마시며 바닷바람을 만끽했고, 어슬렁 거리다가 아무렇지 않게 내 발 옆에 와서 눕는 고양이들 덕분에 힐링도 했고. 대신 뜨거운 태양이 직빵으로 내리쬐는 타이밍이라 온몸이 익어버릴 뻔했던 건 안 비밀. 일찌감치 오픈 맞춰서 가거나 아예 일몰 시간 가깝게 가는 게 낫겠다 싶었다.


5. 부산 전포 베르크


한 3년 전부터 부산 갈 일 있으면 꼭 가보리라 다짐했던 전포동 베르크 로스터스, 드디어 가봤다! SNS에서 하도 봐서 그런지 이미 몇 번 와본 것 같은 착각이 들면서도, 실제로 보니 신기해서 약간 연예인 보는 기분 같기도.


동선 구조가 좀 특이한데 우선 주문하려면 지하 1층으로 내려가야 한다. 커피 바는 마치 클럽처럼 어둡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겨 살짝 당황했지만, 전문 로스터리답게 바리스타분께서 원두와 음료 설명을 매우 친절하게 해 주셔서 금방 마음이 편해졌다. 커피를 받으면 다시 올라가면서 1층에서 로스팅하는 것도 쓱 구경하고 2층 홀로 향한다.


여기가 그 유명한(?) 파란 테이블과 교회 의자가 쭉 놓여있는 공간이다. 비기독교인이자 카페 애호가로서 카페에 교회 의자가 있는 건 사진으로 봐도 실물로 봐도 생경한데, 막상 1시간 정도 앉아보니 나름 장점이 있었다. 손님들이 일제히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앉아있으니 비교적 조용하고, 거슬리는 게 없고, 서로 방해하지 않으려 행동을 조심하게 되는 것 같다. 베르크는 다 뜻이 있구나.. 커피도 맛있고, 공간도 멋있고, 여유롭게 혼자만의 시간도 보낼 수 있었던, 기대했던 것만큼 좋은 카페였다.


6. 부산 수영 딥슬립커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힙해서 돌아버렸다'라고 말할 수밖에. 인테리어, 조명, 소품, 포스터, 스티커, 그리고 테이블 위에 무심코 놓여있던 외국 잡지들까지. 뭐 하나 평범한 게 없었고, 그 특이한 것들이 어떻게 또 잘 어우러져서 나름의 멋을 풍기더라.


원래 1층은 카페, 2층은 호스텔이었어서 언젠가 혼자 부산 여행을 가게 된다면 한번 묵어보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작년에 호스텔 운영을 종료하셨다. 지금은 2층을 스튜디오 겸 샵 공간으로 운영하시는데, 세상에 여기가 찐힙이다. 베를린인 줄 알았네. 분위기 미쳐서 사진 100장 찍고 나올 수 있으니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둘 것.


7. 부산 해운대 비비비당


엄마가 좋아하실 것 같아서 알아봐 둔 전통찻집. 외관은 여기 맞아? 싶게 생긴 건물인데, 엘리베이터 타고 4층에 올라오면 바로 감탄이 절로 나온다. 해운대 달맞이길에서 본 그 푸른 바다를 더 높은 곳에서 파노라마 뷰로 보면 얼마나 더 장관이겠는가. 창가에 명당자리를 잡고 앉아 한동안 넋 놓고 바다만 바라봤다.


단순히 전망 좋은 SNS 인기 스팟이 아니라 음료를 정말 제대로 하는 찻집이었다. 맛있다고 소문난 단호박 빙수에서는 단호박 식혜의 깊은 맛과 구수한 단맛이 났고, 영롱한 색감을 자랑하는 오감차도 입맛에 맞았다. 다과로 곁들여주시는 과일젤리와 보리떡도 너무 맛있어서 입에서 사라지는 게 아쉬웠을 정도였다. 뷰도 좋고, 분위기도 좋고, 맛도 좋고. 아쉬운 점이 하나도 없는 곳이었고, 무엇보다 엄마가 정말 행복해하셔서 나도 오래 기억에 남을 곳이다.


8. 문래 러스트베이커리


뭔가 카페라기보다는 거의 빵 공장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안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오픈 키친에서는 즉석에서 직접 빵을 만들고 있고, 또 한쪽에는 온갖 종류의 빵들이 수북이 진열되어 있다. 그 모습을 보고 빵을 거부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나도 모르게 홀린 듯이 트레이를 집어 들었다. 빵이 주는 이미지와 문래동 특유의 러스틱한 분위기가 잘 어울려서 나도 그 안에서 함께 어우러져 '빵아일체' 된 기분이었달까. 


워낙 유명한 곳이라 평일 낮에도 사람이 많았는데 그만큼 좌석이 많아서 심하게 붐비지는 않았다. 나는 2층에 자리를 잡았는데 커피 한 잔을 곁들여 잠깐 빵 하나 먹고 가기 딱 적절한 정도의 공간이었다. 그래도 주말에는 웨이팅 필수라니 참고. 


9. 문래 평화


여기는 분위기가 그냥 미쳤다. 사람들이 문래창작촌에 있는 카페 겸 바에 기대하는 요소를 다 갖춘 것 같달까. 허름한 건물의 세월을 그대로 드러내는 날것의 미와 그 안을 채우는 세련된 취향의 적절한 조화가 인상적이다. 특히 명함과 로고로도 쓰이는 저 붓글씨가 압권이다. 어떻게 가게 이름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평화'일까.  


음악 선곡도 좋고, 샹그리아도 맛있어서 아주 여유롭게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단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내부 공간이 생각보다 정말 작았다는 점. 사진으로 보이는 저만큼이 거의 다다. 너무 협소해서 공간이 주는 감동이 반으로 줄어든 것 같다고 생각하며 일어났다. 


10. 가락 본투비블루


파란색 크림 커피가 궁금해서 한번 찾아가 본 작은 카페. 신비롭고 오묘한 푸른 빛깔이 담긴 잔이 너무 예뻐서 한참을 바라보며 눈으로 먼저 맛을 봤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마셔봤는데 크림이 전혀 느끼하지 않고 딱 기분 좋게 포근하고 달콤해서 끝까지 아주 맛있게 먹었다. 


이름은 '본투비블루'지만 공간은 생각보다 컬러풀했다. 시즌마다 직접 제작하신다는 로고 스티커가 군데군데서 존재감을 뽐내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르네 마그리트 그림도 눈에 띈다. 오래된 아파트 상가 뒤편에 숨어있어 접근성은 조금 아쉽고 테이블도 몇 개 없어 오래 머물기에 좋은 곳은 아니었지만. 다른 데서 쉽게 볼 수 없는 예쁜 커피를 한번 맛보고 싶다면 가보고 후회하지는 않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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