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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리터 Apr 17. 2021

올봄 제주도에서 마신 9개의 카페

2021년 3월 제주 여행 中

가끔 마시러 떠납니다. 취향과 분위기 소비를 즐깁니다.

여행 중 다녀간 카페들을 개인적으로 기록하기 위해 사진과 함께 짧은 평을 남겨놓습니다. 카페에 대한 감상은 지극히 주관적이며, 방문 목적과 시간대, 주문 메뉴, 날씨, 운 등에 따라 크게 좌우될 수 있습니다.




1. 제주 리듬앤브루스


이효리도 단골이라는 구도심 카페로 유명했던 '쌀다방'이 이전해 새로 오픈한 카페. 곡물 미숫가루 맛이 나는 시그니처 메뉴 쌀라떼를 추천한다. 옛날 목욕탕 건물을 개조해서 곳곳에 타일 벽, 탕 수조 같은 옛 흔적을 살린 포인트를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다. 꿉꿉한 거부감 같은 건 안 들었고 오히려 오래 머물고 싶은 밝고 예쁜 문화공간이다. 2층에는 상점/전시 공간도 마련되어 있고, 전반적으로 좌석도 많고, 조그만 마당 공간도 있어 거리두기도 괜찮은 편. 


2. 함덕 달사막


여기는 카페라기보다는 바에 가깝지만 나에게 그런 구분은 중요치 않다. 길 가다 잠깐 들러 맛있는 음료 한 잔으로 목을 축이고, 공간에 묻어나는 취향을 누릴 수 있다면 그게 곧 카페니까. 

간판에서부터 모든 인테리어와 소품에서까지 전반적으로 이국적인 향이 짙게 풍겨 꼭 멀리 외국 휴양지에 온 기분이 났다. 레게 음악 둠칫 둠칫 하는 데서 피나콜라다 칵테일을 들이켜니 텐션이 확 올라가더라. 함덕에서의 밤을 그냥 흘러 보내기 아쉽다면 제대로 여행 기분 나게 해주는 달사막을 추천한다. 


3. 함덕 카페 델문도


함덕서우봉해변 갈 때마다 눈에 띄는 존재감을 자랑하지만 한 번도 들어가 보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었던 카페 델문도. 이번에 모닝커피를 할 만한 곳을 찾다가 아침 일찍 열길래 처음으로 들어가 봤다. 과장 안 보태고 좌석이 한 500개 정도 되는 어마어마한 규모에 놀랐고, 대부분 오션뷰 그것도 에메랄드빛 함덕 바다 위에 떠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인기 많을 수밖에 없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 9시쯤 되니 바로 사람들이 몰려와서 자리가 다 차던데, 그전까지는 평화롭고 나름 괜찮았던 곳. 


4. 구좌 그초록


4년 전 여기서 마셨던 아보카도 커피의 맛을 잊지 못해 다시 찾아왔다. 서울에도 아보카도 커피 파는 곳들은 있지만 이렇게 수퍼 크리미하고 적당히 달콤한 맛은 또 없어.. 시그니처 메뉴도, 카페 이름도, 실내를 가득 채운 식물도 다 초록초록하고 싱그러운 느낌을 준다. (참고로 '그초록'은 '그 시절'이라는 뜻의 제주 방언이라고.) 바로 앞에 바다도 잘 보여서 한적하게 쉬어가기에 좋다. 


5. 남원 취향의섬


드디어 찾은 만족도 120%의 카페. "우리는 모두 지극히 사적인 취향으로 이루어진 고독하고 아름다운 섬이다"라는 취향저격 메시지를 담은 카페 겸 편집샵이다. 동화풍 일러스트 속으로 걸어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예쁘고 아기자기하다. 우선 조용하고 차분해서 좋고, 사장님 부부도 너무 친절하시고, 잠깐씩 훑어보기 좋은 책도 많이 비치되어 있어 주문한 메뉴를 기다리는 시간도 지루하지 않았다. 

이 카페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다 마음에 쏙 들었는데 하이라이트는 단연 반미 샌드위치였다. 이거 좀 미친 맛, 겉은 바삭한데 속은 부드럽고, 첫 입은 매콤한데 끝 맛은 달콤하다. 서울에서 팔아주시면 매일 사다 먹고 싶을 정도로 계속 생각난다. 


6. 남원 모노클 제주


귀티가 좔좔 흐르는 디저트 카페.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단호박 파운드케이크 하나 주문했을 뿐인데 세상 고급스러운 우드 박스에 정갈하게 담아 가져다주시는 걸 보고 솔직히 너무 황홀해서 감동했다. 이런 퀄리티와 서비스에 비해 가격도 괜찮은 편이고, 물론 맛도 좋고. 무엇보다도 드넓은 잔디 마당을 내 것처럼 누리며, 마치 부자 백수가 된 기분으로 커피 타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게 최고 메리트. 


7. 서귀포 카페테


날이 흐려지고 으스스해서 따뜻한 차를 마시러 찻집에 갔다. 마치 동굴 같은 돌집 안으로 들어가면 어둡고 차분하고 신비로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다양한 차 종류를 시향 하거나 추천받아 볼 수 있었고, 내가 고른 달큰한 향의 스트로베리 크림 티 맛이 좋았다. 마당 한편에 우두커니 있는 문 모양 포토스팟이 포인트. 다소 생뚱맞은데 자연을 배경으로 두니 꽤 느낌 있어 보였다.


8. 대정 인스밀


아마 국내에 이런 분위기는 유일무이할 거다. 어디 저 멀리 모로코 느낌이 나는, 대단히 이국적인 조경을 자랑하는 곳. 하지만 너무 특이해서일까. 소위 말하는 '핫플'이 되어버려서 카페로서의 기능은 상실했다고 느꼈다. 이 날 강풍주의보라 야외에 앉을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실내 좌석은 턱없이 부족하고 자리에 대한 안내나 배려도 전혀 없었다. 제주의 특별한 미숫가루라는 보리개역은 맛있긴 하나 6천 원 주고 사 먹는 미숫가루 그 이상은 아니었고. 야외에서 즐길 수 있는 날씨 좋은 날에만 사진 찍으러 가길 추천한다. 


9. 한경 3인칭관찰자시점


영화관에서나 볼 법한 의자가 카페에 있는 게 좀 언밸런스 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앉아 보니 너무 편안해서 계속 쭉 눌러앉고 싶었다. 마성의 의자에 앉아 마당에 고양이들 노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니 절로 힐링되더라. 특별히 하는 거 없이 가만히 멍 때리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별채 공간은 통유리창으로 되어 있어 풍차와 바다가 보이는 자리라 사람 많고 시끄러울 수도 있으니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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